중국은 정말 미 국채를 팽개치고 있을까
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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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를 둘러싼 회의론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에도 지속되는 재정적자 확대에 더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논란까지 불거지며 미 국채가 가진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기만 한다. 이에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란 주장은 어느새 하나의 흐름이 됐다.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논거는 중국의 미 국채 매도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공포감을 키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겉으로만 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2012년 약 1조2천억달러에서 2025년 말 약 6천억달러(약 898조원)로 50%나 감소했다.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다. 감소가 본격화한 건 2021년부터다. 최근에 그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중국이 달러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팔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는 미국이 자금조달 기반을 잃을 것이며 달러 종말이 머지않았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런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 정말 중국은 미 국채를 팽개치고 있을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미 국채 보유국과 보유액에 관한 통계는 재무부 소관이다. 재무부는 보유 증권 목록이 “주로 수탁 데이터에 기반해 작성됐다”고 밝힌다. 수탁 데이터는 은행·증권사·중앙은행 등 수탁기관이 고객을 대신해 보관하고 있는 유가증권의 명세를 바탕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말한다. 미국 재무부가 매달 발표하는 국제자본유출입(TIC) 보고서의 외국인 미국 자산 보유량은 이 데이터를 핵심 기초 자료로 이용한다. 현실적으로 미 재무부가 세계의 모든 최종 투자자나 기관을 일일이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산을 안전하게 맡아 보관하고 결제를 대행해 주는 대형 수탁기관들의 장부 데이터를 모아서 통계를 내는 게 훨씬 간편하다.
수탁 데이터를 이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나 국채 시장을 분석할 때 반드시 유의할 사항이다. 수탁 데이터는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특정해 보여주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그 자산이 어느 국가의 수탁 계좌에 보관돼 결제되는지를 기준으로 할 뿐이다. 재무부 FAQ(자주 나오는 질문)를 보더라도 이는 명확하다.
“외국 거주자가 사들인 국채가 제3국의 수탁 계좌에 보관될 경우, 실제 소유 국가가 표시되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단지 채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추적할 뿐이다. 이는 중국이 보유한 채권을 대량 매각하고 달러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주장을 검증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중국인민은행이나 중동의 국부펀드가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이를 벨기에의 유로클리어(Euroclear)나 룩셈부르크의 클리어스트림(Clearstream) 같은 주요 유럽 금융 중심지의 수탁기관에 맡겨둔다고 가정했을 때, 재무부의 수탁 이터 통계에서 소유주는 중국이나 중동이 아닌 벨기에나 룩셈부르크의 보유량으로 집계된다. 따라서 재무부 통계만을 인용해 중국의 국채 보유량이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국제예탁결제기구를 이용하는 이유
전략적 익명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로클리어 등은 고객 자산을 보관할 때 투자자 이름으로 꼬리표를 달아두지 않는다. 거대한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 관리하는 ‘옴니버스 계좌’ 구조를 사용한다. 즉, 여러 고객의 자산을 하나로 묶어 자기 이름으로 개설한 통합 계좌를 이용한다.
작동 방식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수탁기관은 중국인민은행,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수많은 고객의 계좌를 자체 시스템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한다. 누가 얼마를 가졌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 수탁기관은 유로클리어 등 국제예탁결제기구에 고객별 계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수탁기관 고객 통합 계좌를 딱 하나만 연다. 유로클리어 장부에는 오직 해당 수탁기관 계좌의 엄청나게 큰 자산 총액만 기록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된다.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으로 매수·매도하더라도 실제 그 주체가 누구인지 외부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익명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 간 패권 경쟁이나 원유 결제 대금 협상 등에서 자국의 정확한 달러 자산 규모와 자금 이동 경로를 미국 정부와 세계시장에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정학적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미국 달러 시스템 안에 직접 자산을 보관하는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나 외교 마찰이 생길 때 언제든 자산이 동결될 수 있다는 치명적 약점을 갖는다. 이 경우, 자산을 미국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제3국의 중립적 결제망에 보관하는 게 최선이다. 물론 이것도 완벽하지는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연합해 유로클리어에 보관된 러시아 자산을 동결한 것을 보면 안전지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차선은 될 수 있다.
글로벌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천문학적 자금을 운용하려면 긴밀한 결제 연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럽의 수탁 허브는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 무엇보다 미 국채는 최고의 담보다.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자금조달 수단이기도 하다. 중동 국부펀드나 중앙은행들도 대규모 파생상품을 거래하거나 달러를 융통, 즉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거래 등을 할 때 우량 담보가 필요하다. 이때 유로클리어 등 수탁 허브에 보관된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를 이용하면 쉽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굳이 다른 곳으로 이체할 필요 없이, 해당 시스템 내에서 클릭 몇 번으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에 즉각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이유는 많지만 생략한다. 중요한 건 일부 언론은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미 재무부 통계만을 보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재무부 통계는 글로벌 자본이 미국 금융시장에 얼마나 유입됐는지 보여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그 자금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말해주지 않는다. 통계만 보면,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해 달러 패권에서 이탈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채를 판 게 아니라 단순히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피하고자 제3국의 수탁기관으로 보관 장소만 옮긴 경우가 다수다. 실제 2025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최고치에서 약 6천억달러 줄었지만 같은 기간 벨기에의 보유액은 5천억달러 늘었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경제 규모에 견줘 기형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혹세무민하지 않으려면
진짜 전문가들은 보정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제3국에 있는 국외 수탁기관의 데이터를 추적한다. 예를 들어 벨기에는 경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미국 국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이에 주목한다. 벨기에의 보유량 변화를 중국의 대리 보유 움직임과 연동해 분석한다. 중국 보유량이 줄어드는 시점에 벨기에 보유량이 그만큼 늘어난다면, 이는 매도가 아닌 보관 장소 이전으로 간주한다. 또, 채권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평가액 감소인지도 파악한다. 이들은 연준의 수탁 계좌 보고서와도 비교해 평가한다. 미 연준도 매주 외국 중앙은행들이 연준에 맡겨놓은 자산 명세를 발표한다. 이를 통해 외국 중앙은행의 수탁 잔고를 알 수 있다.
중동전이 한창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또 불거질 것이다. 이는 미 국채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할 것이고 이를 틈타 음모론적 달러 붕괴 시나리오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이때 또다시 TIC 보고서가 주요 논거로 사용될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 감소 기울기에 현기증을 느끼며 세상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란 걱정을 키울 것이다. 반복하지만 TIC 보고서만으로 이를 단정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해당 보고서는 중국의 달러화 채권 노출 규모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지 않다. 이를 이해한다면 기우는 사라질 것이다. 분명한 점은, 현재까지 중국은 달러나 달러화 채권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maporiver@gmail.com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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