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에 반기 든 이흥구·오경미, ‘윤석열 검찰에 동조 말라’ 질타

대법관 상호 간 ‘설득과 숙고의 시간’을 건너뛴 탓에 ‘이재명 선거법 사건’ 상고심 판결은 완성도가 크게 떨어졌다. 다수의견은 12·3 내란 발발과 시민들의 저항, 국회의 탄핵소추, 대통령 파면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국민의 정치적 공감대를 정면으로 거슬렀다. 국민들은 임박한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정권을 선출해 하루빨리 내란을 수습하길 갈망했다. 반면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이 임명한 9명의 대법관들은 국정 정상화의 적임자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를 2심 무죄 판결을 뒤집어 투표용지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다. 최고법원의 판사들이라면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하급심(1심) 유죄 판결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데 그쳤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다수의견은 민주주의 발전 후퇴시켜”
소수의견을 낸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다수의견의 위험성을 이렇게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 10여년간 선거의 공정과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찾으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왔다.”(판결문 40쪽)
“대법원이 이러한 선례의 방향성에 역행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내세워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 방향을 취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발상이다. 특히 위와 같은 해석 방향이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와 결합할 경우 민주주의 정치와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가해지는 위험은 심각할 수 있다. 역동적인 선거운동의 과정에서 펼쳐지는 각 정치집단의 다양한 정치적 공방 중에서 검사가 기소편의주의를 내세워 일부 표현만 임의로 선정하여 기소하는 상황을 가정하게 되면, 법원은 두루 이루어진 정치적 공방 중 기소된 당사자의 발언만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재판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법에 충실하게 재판한들 국민으로부터 검사의 자의적 법집행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판결문 41쪽)
다수의견이 검찰의 ‘불순한 의도’에 동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두 대법관의 지적은 나머지 10명에게 모욕으로 느껴질 만했다. 법원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기관인데, 최고법원의 판사들이 오히려 ‘정치검찰’에 부화뇌동하는 게 과연 맞느냐는 질타였다. 당연히 다수의견 대법관들의 통렬한 반박이 판결문에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박영재(주심), 서경환, 신숙희, 이숙연, 마용주 5명만 반박에 나섰다. 이들의 장황한 반론(보충의견)은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제1심과 원심(2심)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치밀하게 법리를 전개, 적용하였고, 이를 판결서에도 상세하게 설시하였으므로, 대법원으로서는 그중 어느 쪽을 채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면 충분한 사건이기도 하다.”(판결문 77쪽)
이들의 주장은 두 대법관이 제시한 ‘민주주의와 법원의 역할’ 같은 거대 담론까지 논할 필요 없이, 유·무죄 가운데 ‘취사선택’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자칫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위상을 ‘삼세판’ 수준으로 깎아내릴 수 있는 무책임한 주장이었다. 재판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는 과욕이 부른 참사였다. 5명의 대법관들은 한술 더 떴다.
“공직선거에 관한 신속 재판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0년 부시와 고어가 경쟁한 대통령 선거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 주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이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후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
미 연방대법원 사례는 대통령 선거 당선자를 확정하기 위한 판결로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과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게다가 이 판결은 미 연방대법원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대법관 의견이 4 대 4로 맞설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은 퇴임 뒤 한 인터뷰(2013년)에서 “우리는 애초 그 사건을 맡지 말았어야 했다. (중략) 연방대법원이 마지막에 (개입해) 문제를 가중시켰다”고 했다. 연방대법관들이 플로리다 주대법원이 결정한 대로 놔뒀어야 한다는 후회와 반성이 담긴 회고였다.

검찰, 이재명 대선 출마 막으려고 ‘선거법 사건’ 먼저 기소
소수의견이 지적한 대로 검찰의 이재명 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는 정치적으로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 검찰은 20대 대선이 끝나고도 6개월이나 지난 2022년 9월8일 낙선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하루 전날이었다. 검찰이 대선에서 2위로 낙선한 후보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검찰이 낙선한 주요 후보를 기소한 사례는 1992년 14대 대선에 출마해 3위를 한 정주영 당시 국민당 대표가 유일했다. 검찰은 정 대표가 당선자인 김영삼 후보에 대해 ‘측근 밀입북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대통령선거법의 후보자 비방)로 기소했지만, 핵심은 현대중공업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선거자금으로 쓴 혐의였다. 법원도 정 대표의 비자금 부분만 유죄를 인정했고, 후보자 비방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은 검찰이 윤석열 정권 내내 수사한 대장동·백현동 사건의 ‘별건’에 해당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두 사건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한 말을 허위사실로 몰아갔다. ‘본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르게 되자, 이 대표의 21대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해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선거법 위반 사건을 먼저 기소한 것이다.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이 콕 집어 말한, 검사의 ‘자의적 법집행’이었다.
반면 검찰은 당선자인 윤석열을 고발한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공소 제기(기소)를 금지할 뿐, 대통령에 대한 수사 자체는 허용된다. 검찰은 윤석열에 대한 허위사실공표 혐의 고발 11건 가운데 6건을 무혐의 처리했고, 나머지 5건은 캐비닛에 처박아뒀다. 무혐의 처리한 사건 중에는 그가 ‘대장동 일당’ 김만배와 모르는 사이라고 거짓말한 건도 있었다. 검찰은 “개인적 관계나 친분 유무를 언급한 것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댔다. 누구를 안다, 모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재명 후보도 특정 인물(고 김문기씨)과의 친분 관계를 부인한 게 발단이 됐다. 검찰은 윤석열에게 적용한 무혐의 논리를 이 후보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김씨를 잘 모른다’고 한 것을, 김씨와 골프를 함께 친 ‘행위’를 부인한 것으로 몰아 기소했다. 명백한 ‘편파 기소’였다.
윤석열, 특검 기소 뒤 재판에서 “아내와 전성배 만났다” 말 바꿔

검찰이 캐비닛에 처박아둔 사건 가운데 2건은 나중에 김건희 특검에 의해 기소가 됐다. 하나는 윤석열이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2021년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윤우진은 윤석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 때 근무한 윤대진 중수2과장의 친형이다. 윤석열은 윤우진·윤대진 형제와 막역한 사이였다. 윤석열은 당시 뇌물수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윤우진의 고충을 개인적으로 들어준 적은 있지만, 변호사를 소개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실제 선임된 변호사도 자신과 무관한 사람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이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우진 쪽에 검찰 후배 변호사를 소개해준 과정을 구구절절 설명한 녹음 파일이 공개된 바 있다.
다른 한 건은 2022년 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건진 법사’ 전성배씨를 아내 김건희의 소개로 만난 적이 없다고 한 것이다. 윤석열은 전씨를 당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았을 뿐 ‘아내와 함께 만난 사실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23일 특검이 기소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차 공판에서 ‘아내와 함께 전성배를 함께 만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조 대법원장이 주심 대법관을 ‘2인자’로 발탁한 까닭

조 대법원장은 2026년 1월13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후임으로 박영재 대법관을 임명했다. ‘이재명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아 다수의견에 이어 보충의견까지 이끌었던 박 대법관을 국회와 정부를 상대하는 자리에 임명한 것은 집권 여당 의원들에게 ‘도발’로 받아들여졌다. 박 신임 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데뷔한 날(2월4일) 여당 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그가 “(이재명 상고심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했던 절차에 맞는 판결”이라고 말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 그는 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법원행정처 폐지 등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제도들은 마련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조희대 아바타’였다.
박 처장은 사법개혁 3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항의 표시로 법원행정처장을 사퇴했다. 임명된 지 45일 만이었다. 조 대법원장의 몽니는 계속됐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시민들의 12·3 내란 진압 덕분에 사법권을 지킨 법원이 오히려 시민을 불안하게 합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한 단죄가 지지부진한 탓입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란 세력을 심판하려는 시민의 선택을 방해했습니다. 여론의 사법개혁 요구는 사법권 독립을 들어 반대합니다. 한때 ‘국민을 섬기는 법원’을 다짐했던 그 사법부가 맞나 싶습니다. 이런 사법부가 과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사법개혁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봤습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석열 파면’ 일군 광장에 다시 모인 시민들…“사회대개혁, 이제 출발”
- 정청래 “국힘 ‘위헌정당 심판’이 완전한 내란 청산…지선 후보 내지 말아야”
- 이란, 미 ‘48시간 휴전’ 제안 거부…실마리 못 찾는 협상
- 국힘 5년 만에 최저 지지율…“이러다 선거 비용 보전도 못 받을라”
- 민주 충북지사 후보에 국힘 출신 신용한…결선투표서 노영민 꺾어
- 홍준표, ‘김부겸 지지’ 비판 국힘에 “더 이상 진영 논리 안 돼” 불쾌감
-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금감원 사전협의’ 발언 공식사과…“잘못 표현한 실수”
- 대한노인회 “아침 대중교통 이용, 건물청소 등 생계형…제한 부적절”
- “매 맞는 딸 지키려…” 사위에 맞아도 버틴 엄마, 캐리어 주검으로
- [포토] 윤석열 탄핵 1년, 다시 광장에 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