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다주택자 대출 제한…현장에선 "효과 제한적"
"매물 나와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정부가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막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서울 핵심지 시장을 흔들기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기로 했다.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팔게 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세입자가 있는 경우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는 만기 연장을 허용하며, 무주택자의 '갭투자'는 한시적으로 허용해 매물 소화를 유도한다. 정부는 올해 약 1만2000가구가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다주택자를 향한 추가 규제가 매물 출회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 사이에선 강남3구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 지역에서 가격 조정 압력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엇갈렸다.
◆ 강남권 "대출 영향 제한적"
정책 발표 다음 날 찾은 서울 서초구 부동산중개업소에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5일 "이곳은 다주택자의 대출 비중이 낮아 만기 연장을 금지해도 매도 압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전세 수요도 꾸준해서 굳이 집을 팔 필요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서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이미 나올 매물은 상당 부분 정리가 됐고 급매도 많지 않다"며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 지역에서나 매물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헬리오시티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가 주택은 애초에 대출 비중이 낮다"며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면 매도보다는 버티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매물이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줄 수요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무주택자에게 갭투자를 열어줘도 자금 여력이 부족하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집이 정말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매물이 얼마나 돌아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세시장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출을 안고 있는 집주인이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올리거나, 더 저렴한 주택으로 이동하면서 부담을 세입자에게 넘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외곽지역 가격 조정 vs 상승
성북구를 비롯한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매수 심리 위축이 뚜렷한 분위기다. 같은 거래 부진 상황을 두고 향후 집값 방향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수요 위축에 따른 가격 조정 가능성과 매물 잠김에 따른 상승 압력이 동시에 제기됐다.
길음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갭투자가 막히면서 수요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매물 공급보다 수요 감소 폭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가격이 버티고 있지만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집값이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매물 감소 신호에 주목했다.
그는 "매수자는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매도자는 가격을 내리지는 않는 분위기"라며 "거래가 안 되면 매도자가 차라리 증여를 선택해 시장에 풀리는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에는 오히려 매물 잠김이 심해지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다섯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2%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강북권이 상승세를 이끌었는데, 성북구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인 0.27%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15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한 실수요와 전월세 시장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길음뉴타운은 학군이 좋다고 소문이 나 꾸준히 수요가 있다"며 "대출도 4억~6억까지 받을 수 있어서 저가 매물이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 "전세 낀 주택은 매도 유인 적어"
이번 조치는 주택 보유 형태에 따라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 연구위원은 "본인이 거주 중인 주택에 대출이 있는 경우에만 매도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거주 주택이 무대출이고 전세를 낀 추가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매도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대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다주택자를 제외하면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만으로 집값을 끌어 내리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보유세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개편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집주인들이 매도에 나설 만큼 부담으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고령층을 중심으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부담 요인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