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수컷 문어가 다리로 사랑을 찾는 법

조가현 기자 2026. 4. 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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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문어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놀랍게도 수컷 문어는 다리의 감각만으로 짝을 알아보고 정자를 전달한다.

수컷 문어에는 '헥토코틸러스'라는 짝짓기 전용 다리가 하나 있다.

수컷은 이 다리를 암컷 몸속으로 넣어 수란관을 찾고 거기에 정자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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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문어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놀랍게도 수컷 문어는 다리의 감각만으로 짝을 알아보고 정자를 전달한다.

미국 하버드대와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공동연구팀은 이 사실을 밝혀내 2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수컷 문어에는 '헥토코틸러스'라는 짝짓기 전용 다리가 하나 있다. 수컷은 이 다리를 암컷 몸속으로 넣어 수란관을 찾고 거기에 정자를 전달한다. 수란관은 난소에서 만들어진 난자가 지나가는 통로로 정자가 실제로 전달되는 곳이다. 문제는 수컷이 암컷 몸속을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확한 위치를 찾을까.

비밀은 바로 다리의 감각에 있다. 문어 다리에는 맛을 느끼는 감각 세포가 있어 만지는 동시에 맛볼 수 있다. 헥토코틸러스에도 이 감각 세포가 있다. 연구팀은 이 세포가 암컷의 성호르몬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 방법은 간단했다. 바닷물이 담긴 수조 가운데 칸막이를 세우고 작은 구멍 몇 개만 뚫어 놓았다. 양쪽에 캘리포니아 두점문어(학명 Octopus bimaculoides) 수컷과 암컷을 각각 넣어 서로 볼 수 없게 했다. 구멍이 작아 몸은 통과할 수 없지만 다리는 넣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수컷은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칸막이 너머로 헥토코틸러스를 뻗어 짝짓기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다섯 쌍을 같은 방식으로 실험했고 모두 같은 결과를 얻었다.

호르몬 감지 실험도 진행했다. 칸막이 구멍에 각기 다른 화학물질을 묻힌 튜브를 달아 놓자 수컷은 프로게스테론이 든 튜브로 곧장 향했다. 몸에서 잘라낸 헥토코틸러스도 다른 물질에는 반응하지 않고 프로게스테론에만 반응했다. 암컷의 수란관이 프로게스테론을 만드는 효소를 분비하고 헥토코틸러스가 이 호르몬을 촉각으로 감지해 정확한 위치를 찾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헥토코틸러스가 감지와 정자 전달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관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종마다 암컷 호르몬의 종류가 다를 수 있고 수컷의 헥토코틸러스가 자기 종 암컷의 호르몬에만 반응하도록 맞춰져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만약 그렇다면 서로 다른 종끼리 교배하는 것을 막는 자연의 장치가 될 수 있다.

안나 디 코스모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 교수는 논평에서 "생물이 서로를 인식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누구와 짝짓기를 하는지도 달라지고, 결국 새로운 종이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ec9652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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