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10대 SNS 규제' 잰걸음… 한국은 신중 모드, 이유는?

이소라 2026. 4.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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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개인 문제서 '플랫폼 기업·국가'의 과제로
호주, 작년 12월 '16세 미만 전면 금지' 첫 시행
올 3월엔 인니도 합류… 佛, 상원 표결만 남아
오스트리아·영국·스페인·덴마크 등도 준비 중
韓, '전면 금지' 논의는 아직… "단계적 접근을"
"사회적 공감대 형성해야 규제 부작용도 막아"
스마트폰 화면에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이 떠 있다. AFP 연합뉴스

6세에 유튜브를 처음 접했고, 9세 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했다. 인스타그램에서만 하루 16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자 취미를 갖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워졌다. 급기야 우울증과 심각한 외모 강박까지 생겼다. 2024년 메타(인스타그램 운영사)와 구글(유튜브), 스냅(스냅챗), 틱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20대 미국인 여성 케일리의 얘기다.

법원의 첫 판단은 약 2년 만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1심 법원 배심원단은 케일리의 SNS 중독엔 메타·구글의 책임이 있다며 "두 기업은 원고에게 총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스냅과 틱톡은 원고 측과 합의해 재판에서 빠졌다.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플랫폼 기업이 아동·청소년의 'SNS 중독'을 유발함으로써 정신 건강에 피해를 입힌다는 주장이 미국 법원에서 인정된 건 처음이었다. 현지에서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이용자 안전과 관련한 추가 소송에 직면할 길을 열어젖힌 기념비적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의 SNS 중독은 각 가정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 문제'로 치부됐다. 그러나 이제는 플랫폼 기업이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며, 심지어 '피해 예방을 위해선 국가 차원의 개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상황이 됐다. '무한 스크롤' '알고리즘 추천' '푸시 알림' 등 체류 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SNS 중독을 낳는 것은 물론, 유해 콘텐츠 노출로 정서적 건강마저 해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세계 각국은 속속 규제의 칼을 빼들고 있다. 작년 12월 호주가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스타트를 끊었고,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프랑스와 덴마크, 영국, 미국 등도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일본과 중국 또한 규제 방식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10대의 SNS 사용 제한 문제와 관련, 국가별 실태를 살펴보고 한국의 논의 수준은 현재 어떤 상태인지도 짚어 봤다.


호주, '청소년 SNS 금지' 첫발 뗀 이유는

2025년 호주 시드니에서 어린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고 있다. 시드니=AP 연합뉴스

호주는 아동·청소년(16세 미만)이 SNS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규정한 세계 첫 국가다. 제한 대상 SNS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킥, 레딧, 스냅챗 등 10개다. 가장 큰 특징은 법 위반 시 이용자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 그 책임을 지도록 했다는 점이다. 해당 기업들은 △16세 미만 사용자의 계정을 없애고 △신규 계정 개설을 금지해야 하며 △가상사설망(VPN)을 우회하는 편법도 막아야만 한다.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SNS 계정을 만들면 플랫폼 기업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00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부모 동의가 있더라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무관용'이 원칙이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청소년 SNS 사용 금지' 정책 시행 후 호주에선 약 500만 개의 계정이 비활성화되거나 삭제됐다. 다만 빈틈은 여전히 있다. 아직도 많은 청소년이 부모 신분을 도용해 나이를 속이거나 VPN을 통해서 SNS에 우회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온라인안전국은 현재 플랫폼 기업들의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호주는 왜 이렇게까지 강력한 규제를,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실시하게 됐을까. 배경에는 온라인상 집단 괴롭힘(사이버불링) 문제가 있었다. 해마다 폭증하는 청소년 사이버불링 신고는 호주의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피터 말리나우스카스 남호주 주지사의 아내가 처음으로 '청소년 SNS 금지'를 제안하자, 사이버불링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공개 지지에 나섰다. 자연스레 관련 입법 추진에도 속도가 붙었다. 2024년 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주 전체 인구의 77%가 해당 법안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엄격한 규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었다는 얘기다.


인니, 3월부터 '전면 금지'… 유럽도 추진 중

'청소년 SNS 사용 금지' 국가별 진행상황. 그래픽=박종범 기자

호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나라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년간의 유예 기간을 마치고 지난달 28일 '16세 미만 청소년 SNS 사용 금지' 정책을 시행했다. 세계 두 번째이자, 아시아 국가 중에선 최초 사례다.

인도네시아는 메타·유튜브·틱톡·엑스(X)·로블록스 등 8개 SNS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은 해당 SNS의 신규 계정을 만들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반한 플랫폼 기업에는 △경고 △벌금 △서비스 일시중지 등이 제재가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프랑스도 규제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올해 1월 하원에서 통과됐다. 상원에서도 가결되면 공포를 거쳐 입법이 마무리된다. 이르면 새 학기 개학일인 9월 1일 발효될 전망이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만 16세 미만의 SNS 계정 개설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4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 금지 법안을 6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영국은 관련 규제 도입을 위해 지난달 말부터 6주간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SNS를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스페인 덴마크 노르웨이 체코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도 호주와 유사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게임 셧다운제 실패, 또 겪을라… 정부는 '신중 모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며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규제에 대한 정부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상황은 세계적 추세와는 좀 다르다. '아동·청소년 SNS 전면 금지' 수준의 강력한 규제 논의는 사실상 진행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규제 도입 필요성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청소년의 SNS 이용률도 해외 못지않게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SNS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은 67.6%에 달했다. 특히 10~19세 청소년의 40.1%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국회에도 청소년의 과도한 SNS 이용을 막기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긴 하다. 그러나 계류 상태로만 머물러 있다. 호주가 '전면 금지' 방침을 공식화했던 2024년부터 국내에서도 '규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구체화한 내용은 없이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가 이토록 '신중 모드'를 유지하는 이유는 있다. 한국에서 청소년 SNS 규제 실효성과 기본권 침해를 둘러싼 논쟁은 해외와 달리 '현재진행형'이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청소년 SNS 이용 규제를 검토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너무나 당연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던 게 그 방증이다. 파장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법정대리인의 동의 권한 강화 등 다각적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설명이었다"는 해명으로 수습하기도 했다.


"청소년들 '자발적 동의'가 선행돼야"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규제를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일단 정부는 전면 금지보다 '단계적 규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2011년 도입했던 '게임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10년 만에 폐지된 사례가 있는 터라, '강제 조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청소년이 유해 콘텐츠에 자동 노출되지 않도록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금지하고 △SNS 가입 시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는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규제 방법이 담겼다.

김 위원장도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령별·단계별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 셧다운제 실패 사례를 거론하며 "일방적인 계정 삭제나 금지 등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반발심을 갖지 않도록 SNS 사용 시간을 자연스럽게 줄일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의미였다.

해법은 결국 '설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플랫폼 기업에 법적 책임을 지운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규제의 대상'인 청소년들의 자발적 동의를 먼저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앞으로 규제하게 될 부분에 대해 '왜 규제해야 하는지'를, '앞으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를 청소년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이 스스로 따를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천천히 접근해야 '규제 이후'의 여러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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