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에는 홍명보가 없다… 김민재는 홍명보가 아니다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는 6월12일 체코전. 3월말 있었던 이번 평가전은 월드컵 본선까지 고작 2개월여 앞둔 최종 리허설이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피파랭킹 22위였던 한국은 37위였던 코트디부아르에게 0-4 대패, 24위였던 오스트리아에게 0-1로 졌다.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연패를 당한 것은 2018년 6월 이후 8년 만에 처음있는 일.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부진한 내용과 결과에 수비 조직인 '3백'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다. 대체 이 3백은 무엇이 문제인걸까.

▶왜 3백이었을까
홍명보 감독은 부임 후 월드컵 예선 경기들은 대부분 4백에 기반해 전방에 두명의 공격수를 두냐 세명의 공격수를 두냐 정도의 변화로 대표팀을 운영해왔다. 그렇게 한국은 10경기 6승4무라는 무패, 1위의 성적으로 B조를 통과하며 월드컵 티켓을 따냈고 '결과'를 보여주니 홍 감독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된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부터 3백 전술을 꺼내든다. 표면적으로는 월드컵에서 4백만 준비하기보다 다양한 전술을 준비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아시아 무대에서는 4백이 통했을지 모르나 세계 강호들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수비적인 3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순히 중앙에 수비수 한 명을 더 두는 것이지만 분명 그 차이는 크다. 물론 중앙 수비 3명을 두고 양쪽 윙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격적 3백'을 추구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홍명보 감독을 보면 기본적으로 수비 안정화를 추구하려는 목표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3백을 준비해가던 시점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진다. 홍 감독 입장에서는 4백과 3백으로 자유롭게 전환하는데 핵심적인 선수인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가 무릎 십자인대 장기 부상을 당하며 월드컵 출전이 힘들어졌고 박용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원두재 역시 어깨 부상으로 완전히 이탈하게 된 것.
여기에 대표팀 중원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황인범이 잦은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 결석이 잦아졌다. 4백이든 3백이든 그 앞에서 수비를 1차적으로 보호해주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현대축구에서는 매우 중요한데 바로 그 역할을 해줄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해버린 것이다.
홍명보 감독에게 이는 치명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선수들이 있었다면 4백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이 선수들이 밑으로 내려가 3백 형태도 만드는 등 여러 모습이 가능했겠지만 이 선수들이 없으면서 홍 감독은 더더욱 3백을 완성하기 위해 몰두한다. 경기 중 미드필더들이 내려와 3백을 만들어주는게 힘들다면 이미 그동안 써본 4백보다 덜 익숙하지만 세계 무대에 더 필요한 3백을 처음부터 쓰는게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3백의 문제점
이에 홍 감독은 지난해 7월부터 이번 3월 A매치까지 계속 3백을 썼다. 하지만 문제는 3백이 아직 정착되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3백의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3백은 정중앙에 있는 수비수가 리더 역할로 수비라인 조정은 물론 양쪽 수비들을 커버해주며 필요한 경우 일대일 수비를 지시하는 등 많은 역할을 한다.
한국에는 김민재라는 역대 최고의 수비수가 있다. 그런데도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김민재의 성향이 소위 말하는 '커맨더형(리더형) 수비수'가 아닌 '파이터형 수비수'이기 때문이다.
김민재가 세계적인 레벨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김민재의 강인한 몸과 빠른 속도를 활용해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고 상대 패스길을 예측해 튀어나가 공을 탈취하는 능력 때문이었다. 이 역할은 3백의 중앙이 아닌 양쪽에 위치해야 빛나는데 김민재는 계속해서 3백의 중앙에서 기용되고 있다. 그래도 김민재만한 수비 리더가 없다고 보기 때문.
그동안 김민재는 김영권이라는 걸출한 커맨더형 수비수와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왔기에 대표팀에서도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영권의 노쇠화 이후 지금은 자신이 수비 리더 역할을 해야하는데 자신의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김민재 역시 오스트리아전 이후 "스위퍼(3백 중앙)로 서면 커버 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보시는 분들이 좀 답답할 수도 있겠다"며 본인이 잘하는걸 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모든 선수가 그렇다"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김민재 외에 확실한 2번 중앙 수비수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예전에는 김영권-김민재라는 확실한 조합 속에 백업인 3번 수비수를 경쟁했지만 지금은 조유민, 김태현, 김주성, 이한범, 박진섭 등 양적으로만 많을뿐 누구 하나 확실한 No.2가 없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은 지체되고 나이 있는 선수들은 나이에 비해 대표팀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박용우-원두재의 이탈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시 없는 상황이다보니 3백을 보호할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누구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 김진규, 홍현석, 백승호 등은 모두 볼을 전개하는데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지 수비는 부족하다. 혼혈 선수인 옌스 카스트로프가 이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홍명보 감독은 그를 높게 보지 않는 듯 하며 황인범은 잦은 부상으로 과연 월드컵에서 역할을 해줄지도 의문인 상황.
아이러니하게도 현역시절 홍명보 감독 본인이 가장 잘하던 3백 정중앙 수비수가 없어 발생하는 3백의 문제점이다. 홍명보호에 홍명보같은 선수가 없는 아이러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코트디부아르전 0-4 대패가 월드컵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선수 홍명보를 찾는 감독 홍명보. 이 딜레마 해결은 2개월 후 있을 월드컵 성적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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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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