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淸明), 묵은 불씨 끄고 조상 마주하는 시간
시기 비슷한 한식(寒食)과 풍습 겹쳐
왕실에선 제사 지내고 새 불씨 전달
중국·대만·베트남선 조상 묘 찾기도
건조한 날씨….산불·화재 주의해야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예로부터 농가에 전해오는 속담이다. 죽은 나무토막에도 새싹이 돋는다는 뜻으로, 이 무렵의 왕성한 생명력을 빗댄 말이다. 청명(淸明) 무렵은 글자 그대로 하늘이 차츰 맑아지는 시기다. 봄볕이 대지 깊이 스며들고, 흙 속에서는 씨앗이 기지개를 켠다.

청명에 맞춰 빚는 술을 ‘청명주(淸明酒)’ 또는 봄에 담근다고 하여 ‘춘주(春酒)’라고도 한다. 찹쌀을 주재료로 누룩과 밀가루를 더해 빚는 전통주다. 성묘할 때 제사용 술로 쓰거나, 가래질 등 고된 흙일을 시작할 때 일꾼들이 마시고 기운을 북돋는 용도로 활용했다. 현재는 충북 충주와 전북 정읍 등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식은 조선시대부터 나라에서 정한 공식 명절이기도 했다.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따르면 한식은 공식 휴일로, 왕이 직접 종묘에 나가 제례를 올렸다.
새 불씨를 맞는 사화(賜火) 의식도 이 무렵에 행해졌다. 세시풍속지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청명에 내병조(內兵曹)에서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비벼 새 불씨를 일으켜 임금에게 올렸고, 임금은 이를 관원과 대신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어 관원들이 새 불씨를 받았다는 것을 알리면 백성들은 집의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씨를 받았다.

중국과 대만은 청명절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했다. 가족이 함께 조상의 묘를 청소하는 소묘(掃墓)를 행하고, 이후 답청(踏靑)이라 불리는 봄나들이에 나선다. 쑥이나 보리싹을 찧어 찹쌀과 섞어 만든 청단(靑團)을 간식으로 먹는다. 대만에서는 밀가루 전병인 윤병(潤餠)을 차갑게 먹는 다.
베트남은 청명을 타인민(Thanh Minh)이라 부른다. 가족이 묘지를 찾아 벌초하는 ‘따오모’ 풍습이 있다. 차가운 찹쌀 경단인 ‘바인쪼이’를 먹는다.
일본 본토에서는 청명이 절기 행사로 정착하지 않았지만, 오키나와는 다르다. 이날을 시미(清明)라 부르며 가족들이 조상의 무덤에 모여 성대하게 제사를 지낸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 4월 평균 강수량 67.3㎜로, 평년의 75% 수준에 그쳤다. 올해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쓰레기 등을 태우지 말아야 하고, 낡은 농기구의 전원과 전선 등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산불이 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초기에 불길을 잡기 어렵다면 바로 대피해야 한다.
◇도움말=‘24절기 이야기’(한호철 지음, 지식과 교양), 한국세시풍속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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