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친다" 지역 비하에 따돌림까지…LH 부장님 '철퇴' [사장님 고충백서]
지역 비하에 장애인, 업무직 차별
부서원 11명 중 8명 괴롭힘 신고
결국 해고되자 "부당하다" 소송
"한 직원 지속적 괴롭힘 없어" 주장
법원 "지속 반복성은 성립 요건 아냐
피해자 신고 없어도 괴롭힘 성립"
전문가 "폭언 쌓이면 해고사유 충분"

부하 직원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을 반복한 공공기관 간부급 직원을 해임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같은 직원을 반복적으로 괴롭힌 게 아니거나,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한 폭언이라 할지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된다고 봤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직 부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부장님 막말에...부서 직원 11명 중 8명이 신고
30여년 근무 경력의 A씨는 2023년 한 지역본부의 부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임 직후부터 부서원들을 향한 A씨의 폭언 등이 시작되었고, 이는 약 1년 동안 지속됐다. 그해 말 결국 참다못한 부서원들이 사내 인권센터와 감사실에 제보를 접수하면서 A씨의 '괴롭힘 목록'이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대가리가 안 돌아가는 무능한 XX, 모자란 XX"라는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거나, "아직 안 죽었냐" "하늘나라 가서 와이프 새 남편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등 폭언을 퍼부은 사실이 밝혀졌다.
특정 지역 출신 직원에게는 "전라도 애들은 나중에 뒤통수 칠 x들이다", "서쪽 사람이라 배신할지 모른다"는 지역 비하 발언을 했고, 업무직 직원에게는 "업무직은 일용직이고 우리 직원이 아니다", "0.5인분밖에 못 하는 xx"라며 차별적 발언을 하거나 여직원에게는 "그 덩치로 춥냐?"는 외모 비하 발언을 한 것도 징계 대상이 됐다.
괴롭힘은 언어폭력에 그치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의 자리를 출입구 구석으로 옮기고, 동료들에게 "말도 걸지 말고 밥도 같이 먹지 말라"고 지시하며 조직적인 따돌림을 주도한 사실도 신고됐다. "인사는 내가 다 한다", "오지로 보내버리겠다"며 수시로 인사권을 무기로 협박한 사실도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심지어 장애인 인턴사원에게도 "남자 장애인이니 조심해야 한다"며 탕비실 출입을 금지하고 PC조차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등 비인도적인 행태를 보였다. 결국 A씨의 부서원 11명 중 8명이 신고한 끝에, LH는 2024년 4월 A씨를 해임했다. 노동위에 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법원 "괴롭힘에 '계속성''피해자 신고'는 필수 아냐"
재판부는 부하 직원들에 대한 인격 모독, 지역 비하, 특정 직원 따돌림 등 A씨가 저지른 8가지 유형의 비위 행위를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A씨는 "거친 언행은 있었으나 인격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역 비하) 발언은 '특정 지역 출신은 배신을 잘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상대방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징계 대상인 폭언 등과 행동이) 각각 다른 피해자를 대상으로 일회적으로 이루어진 발언"이라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이지 않아 괴롭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괴롭힘 성립 요건으로 행위가 각 근로자별로 개별적으로 계속적·반복적으로 행하여질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폭언행위도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피해자가 없는 곳에서 한 욕설은 괴롭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발언 당시 피해자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 여부는 무관하며, 그 내용이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은 건도 징계 사유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신고 여부나 처벌 의사의 존부는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결국 법원은 "공공기관 임직원에게는 사기업에 비해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직원에 대하여 조직적인 따돌림을 지시하고,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업무직 근로자에 비하 발언을 하는 등 공공기관인 참가인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과거에는 '상사의 거친 친밀감 표시'나 '짓궂은 농담' 정도로 치부됐던 발언들이 이제는 법적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며 "개별 행위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지 않더라도, 여러 비위가 모여 부서 전체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강력한 징계가 가능하다는 판결"이라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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