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세계는 신약 전쟁 중인데…한국 제약사 R&D 투자는 ‘제자리걸음’
1兆 머무르는 상위 제약사 R&D 투자 비용
한미약품·종근당은 100억~200억대 증가했지만
유한양행·대웅제약·녹십자는 감소…“선택과 집중”

국내 5대 제약사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1조원대에서 제자리걸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가(藥價) 인하로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기업마다 셈법은 천차만별인데요. 신약 개발에 주력하며 정공법에 나서는 곳도 있고 사업 다각화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곳도 있습니다.
5일 국내 매출 상위 5대 제약사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1조46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연구개발비 1조431억원에서 0.4% 늘어난 수준으로 사실상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요.
작년 연구개발 투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한 곳은 유한양행이었습니다. 매출 2조원을 넘어선 제약사답게 2424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는데요. 뒤이어 한미약품(2290억원), 대웅제약(2177억원), 종근당(1858억원), GC녹십자(1719억원) 순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증감 비율은 다소 엇갈리는데요.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연구개발비가 전년보다 각각 18%, 9% 증가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신약 후보 물질 전임상과 임상에 속도를 내면서 연구개발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반대로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GC녹십자는 각각 10%, 6%, 2% 줄었습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이 있었다”고 했고, GC녹십자 측은 “파이프라인(신약 후보군) 운영에 비중 조정이 생겨 일부 금액 변동이 있었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 달랐는데요. 대웅제약(15.81%), 한미약품(14.8%), 유한양행(11.1%), 종근당(10.98%), 녹십자(8.6%) 순이었습니다.
기업들의 올해 연구개발 전략도 제각각입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은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항암제, 대사질환, 면역질환 치료제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신약 개발을 전담하는 법인을 해외에 설립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선보일 예정인데요. 식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로 주1회 주사제로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서양인보다 체질량지수(BMI)가 비교적 낮은 한국인에게 맞춰 제품을 개발했는데요. 근육을 유지하며 체중을 감량하는 비만약 후보 물질은 203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종근당도 신약 개발을 전담하는 자회사 아첼라에서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치료제,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 먹는 비만과 당뇨 치료제 후보 물질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종근당은 ADC(항체 약물 접합체)도 개발하고 있는데요.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암세포만 정확하게 치료하는 기술로 ‘암세포 잡는 유도탄’이라고 불립니다.
종근당홀딩스 자회사 경보제약은 충남 아산에 짓고 있는 ADC 공장 투자금을 기존 865억원에서 960억원으로 늘리기도 했습니다. 종근당 관계자는 “ADC 신약 개발 뿐만 아니라 아산 공장에서 위탁 개발 생산(CDMO)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대웅제약은 약가 인하에 대응해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습니다. 올해 디지털 헬스케어 매출 목표는 3000억원인데요.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도 집에서 웨어러블 기기로 심박수, 호흡 등을 살펴보며 24시간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입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투자는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면서 “복제약 약가 인하 위기에도 신약 개발에 집중하면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반대로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내 제약사가 약가 인하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해외에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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