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와 장진의 만남, 블랙코미디 ‘불란서 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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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 아흔 살의 최고령 배우 신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불란서 금고'.
장진 감독표 블랙코미디 연극은 인간의 욕망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비튼다.
인물의 욕망과 감정의 결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연기는, 무대 위에 배우가 아닌 캐릭터만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불란서 금고'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은 단연 배우 신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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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 아흔 살의 최고령 배우 신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불란서 금고’. 장진 감독표 블랙코미디 연극은 인간의 욕망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비튼다. 이 봄, 실컷 웃으며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공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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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NOL 서경스퀘어
연출 장진
출연 •맹인 : 신구, 성지루 •교수 : 장현성, 김한결 •밀수 : 정영주, 장영남 •건달 : 최영준, 주종혁 •은행원 : 김슬기, 금새록 •그리고… : 조달환, 안두호
러닝타임 100분
관람료 VIP석 7만 7000원, R석 6만 6000원, S석 5만 5000원
◇관람 포인트
• 장진 감독 10년 만의 신작, 블랙코미디 장인의 귀환.
• 아흔의 배우 신구의 압도적인 존재감.
•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완성한 탄탄한 앙상블.
• ‘북벽’이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날카롭게 짚는 이야기.

◇REVIEW
은행 건물 지하, 쇠창살 안의 금고를 열기 위해 다섯 사람이 모인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밤 열두 시, 불이 꺼지면 금고를 여는 것이다. 단순한 계획, 완벽해 보이는 조건이다.
같은 공간, 같은 목표를 공유하지만 이들이 상상하는 ‘금고의 내용물’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돈이고, 누군가에게는 권력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뒤집을 단 한 번의 기회다. 그렇다면 금고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누구의 생각이 정답일까. 관객은 이 질문을 붙든 채 인물들의 시선과 균열을 따라 극을 좇게 된다.
무대 위에는 거대한 ‘불란서 금고’가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자리한다. 쇠창살이 열리고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순간까지 세밀하게 구현된 무대는 관객을 단숨에 은행 지하 공간으로 옮겨놓는다. 연극을 넘어 뮤지컬에 가까운 수준 높은 무대 완성도를 보여준다.
여기에 신구를 비롯한 연기파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가 더해지며 극의 밀도는 한층 깊어진다. 인물의 욕망과 감정의 결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연기는, 무대 위에 배우가 아닌 캐릭터만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장진 감독의 연출은 이 무대와 배우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데 힘을 발휘한다. 대사와 행동은 치밀하게 설계됐으며, 장면들은 촘촘하게 이어진다. 한순간만 놓쳐도 맥락이 끊길 수 있을 만큼 정교한 구성 속에서, 장진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 미학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의 부제는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다. 여기서 ‘북벽’은 극 중 등장하는 ‘북벽 장춘(北壁 長春)’이라는 우화에서 비롯된다. 북쪽에 있는 절벽, 북벽에 오른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즉 북벽이란 인간이 오르고 싶어 하는 욕망의 꼭대기이며, 극 중에서는 그 존재가 금고로 형상화된다. 물리적인 금고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결국 이 연극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당신의 북벽은 무엇인가.” 지금 당신이 오르고 있는 그 절벽은 과연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끝에 정말 당신이 원하는 것이 기다리고 있을까.

◇최고령 배우 신구의 열연
‘불란서 금고’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은 단연 배우 신구다. 그는 시력을 잃은 대신 예민한 청각으로 금고를 여는 ‘장인’ 역을 맡았다. 신구의 연기는 깊이와 무게감에서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번 작품은 장진 감독이 신구를 염두에 두고 구상한, 헌사에 가까운 작품이다. 장 감독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속 신구의 연기를 본 뒤 그를 위한 무대를 떠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화답하듯 출연을 결심한 신구는 인물에 완전히 녹아든 연기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낸다.
올해 아흔을 맞은 신구는 이순재가 세상을 떠난 뒤 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가 됐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이순재를 떠올리며 “이제 위로 모실 분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살아 있으니까 하는 것이고, 평생 해왔던 일이기 때문”이라며 연극을 향한 애정을 담담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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