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따뜻한 밥 한끼에 연대의 마음 담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묘비명에 적힌 글귀처럼, 그는 언제나 '밥'과 함께였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진실탐사그룹 셜록' 소속 최규화가 쓴 '유희 언니'는 시대의 아픔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밥상을 차렸던 열정적인 현장 활동가 유희의 삶을 촘촘히 기록한 책이다.
2017년 배우 김의성 등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마련한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가 그렇고, 전국 각지에서 쌀과 채소, 양념 등 먹을 거리를 끊임없이 보내줬던 사람들이 그렇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묘비명에 적힌 글귀처럼, 그는 언제나 ‘밥’과 함께였다. “내가 늘 하고 싶은 건 멕이는 거.(내가 지은 밥이) 입에 들어가는 걸 보고 싶은 거”라고 말했던 그는 길 위에 식당을 차리고 밥을 해 먹였다.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 삶터를 빼앗긴 빈민들,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부모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자는 사람들이 그의 밥을 먹고 힘을 얻었다. 그는 농성장에 솥을 걸고 밤새 밥을 지었으며 밥차를 몰고 전국을 찾아 또 밥을 지었다.
30년간 따뜻한 밥 한끼에 연대의 마음을 담아온 유희(1959~2024) 이야기다. 그의 ‘밥 연대’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고, “유희의 밥을 먹으면 투쟁에서 이긴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만들어졌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진실탐사그룹 셜록’ 소속 최규화가 쓴 ‘유희 언니’는 시대의 아픔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밥상을 차렸던 열정적인 현장 활동가 유희의 삶을 촘촘히 기록한 책이다.
시작은 2024년 여름 저자의 페이스북 피드에 올라온 부고였다. 며칠이 지나도록 추모글은 끊이지 않았고, 그들은 모두 ‘밥’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장’에 있지 않았기에 그의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던 저자는 부끄러웠고 그의 삶을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책은 유희와 인연을 맺었던 15명의 인터뷰와 그의 구술이 담긴 문서, 영상 기록, 녹음파일, 직접 페이스북에 기록한 활동기록과 사진 등을 통해 그의 삶을 세심하게 복원해낸다.
세 아들의 엄마였던 유희는 똥집 노점상으로 밥벌이를 시작한 후 공구 등을 판매하다 전국노점상연합에서 활동하며 ‘밥 연대’를 시작한다. 사무실에서 나눠먹던 밥상은 노점상의 권익을 요구하며 분신한 최정환 열사 등의 사건을 겪으며 농성장으로 확대되고, 이후 아들이 타다 준 검은색 에쿠우스에 밥을 싣고 전국을 누빈다.

책에서 감동적인 부분은 ‘사람들의 연대’다. 조직 없이 오직 홀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의 곁에는 싸우는 사람들을 위해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 크든 작든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겠다는 마음들이 모여들었다. 2017년 배우 김의성 등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마련한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가 그렇고, 전국 각지에서 쌀과 채소, 양념 등 먹을 거리를 끊임없이 보내줬던 사람들이 그렇다. 더불어 그와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나누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20년 넘게 요양원에서 봉사하고, 무대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명가수’였던 그는 대통령과도 맞짱 뜨는 여자였다. 1992년 당시 당선자 신분이었던 김영삼 대통령을 찾아가 노점상의 현실을 알리는 기습 시위를 벌였을 때, 호소문을 받아든 대통령이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바로 수행원에게 건네자 그가 외쳤다. “너 같은 게 대통령이면 나는 영부인이다. 봐주는 척이라도 해야지, 그렇게 무시하냐”라고.
왜 운동을 시작했냐는 막내 아들의 질문에 그는 광주 5·18을 이야기했다. “서울에서 아무 일 없이 살았는데, 그때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고 충격을 받았고, 그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췌장암 판정 후에도 밥연대를 이어갔던 그는 2024년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묻혔으며 2025년 제32회 전태일노동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빨간소금>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Copyright © 광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