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에 인구10만 미래도시…지방시대 새 길 열다
삼성SDS 컨소시엄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
수도권 전력 포화 해결할 ‘에너지 지산지소’ 대안
첨단 산업 연산 책임지는 ‘디지털 심장부’ 도약
태양광·해상풍력·수소 발전 풍부한 재생에너지
기업 안정적 RE100 전력 공급 독보적 경쟁력
올해 약 600세대 공급 다양한 주거형태 들어서

주요 선진국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AI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벨트를 구축하는 사이, 대한민국도 ‘AI 3대 강국(G3)’ 도약과 에너지 주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국가적 명운이 걸린 거대 담론의 해법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반도의 남쪽 끝,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다. 과거 식량 자급을 위해 바다를 막아 만들었던 간척지가 50년의 세월을 돌아 이제는 첨단 산업의 ‘디지털 식량’과 ‘무탄소 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하는 미래형 산단 전초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두뇌’가 되다=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 보고서’는 제조업과 금융, 모빌리티 등 전 산업 분야에 AI를 이식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원대한 계획의 성패는 결국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연산 인프라, 즉 초대형 데이터센터(Hyperscale Data Center)의 확보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데이터센터는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수도권 전력망과 송전망 지연 문제는 첨단 산업 확장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병목 현상이 됐다. 솔라시도는 이 난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삼성SDS 컨소시엄이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솔라시도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약 2조 500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민·관 합작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초대형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는 확장성 면에서 압도적이다. 2030년 센터가 완공되면 솔라시도는 단순한 지방 도시를 넘어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연산을 책임지는 ‘디지털 심장부’로 도약하게 된다.
<◇‘지산지소(地産地消)’ 에너지 혁명…국내 유일 RE100 최적지의 경쟁력=솔라시도가 다른 산업단지와 차별화되는 결정적 요인은 바로 ‘에너지 자립도’다. 정부는 2036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력을 생산하는 곳(지방)과 소비하는 곳(수도권)의 괴리가 심각한 문제다. 솔라시도는 이 구조를 깨고 전력을 생산한 곳에서 직접 소비하는 지산지소 모델을 구현한다.
이곳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일조량과 풍부한 해상풍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솔라시도는 태양광 10GW, 해상풍력 10GW 등 총 2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의 고질적 문제인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 발전소를 배치하는 정교한 ‘에너지 믹스’ 전략을 수립했다.
최근 솔라시도가 ‘기회발전특구’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이러한 에너지 잠재력을 국가적으로 공인받았음을 의미한다. 입주 기업들은 안정적인 RE100 전력을 공급받는 것은 물론, 전력 요금 차등제를 통해 비용 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막대한 냉각용수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공업용수 공급망과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지질학적 조건까지 갖춘 솔라시도는 AI와 반도체 산업의 ‘기회의 땅’이라 불릴만하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호남권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며 대규모 신도시급 자족 도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솔라시도는 이러한 정부 기조에 부합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준비된 모델이다.
도시 설계에는 주거와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와 교육, 의료가 결합된 인간 중심의 철학이 담겨 있다. 총 9개의 테마 정원이 도시 전체를 관통하며, 올해 중 약 600세대의 공동주택 공급을 시작으로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레저주택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들어선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교육 인프라다. 지난 2월, 미국 명문 사립학교인 RCS(Redlands Christian School)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교육 환경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약 2000명 규모의 국제 학교 유치는 우수 인재와 가족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데 결정적인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관 협력의 승리, 그리고 남겨진 과제=솔라시도의 탄생과 성장은 민간 기업의 끈기와 공공의 행정력이 맞물려 만들어낸 보기 드문 협업 사례다. 대기업들이 떠난 황무지에서 20년 넘게 사업을 지켜온 BS그룹의 집념과, 전남도·해남군의 전폭적인 행정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비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민간 기업이 리스크를 무릅쓰고 국가 전략의 터전을 닦아온 만큼, 이제는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보상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재생에너지 자립 도시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자립도시 특별법’ 제정 등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담은 특별법은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솔라시도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줄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세기 전,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바다를 땅으로 바꿨던 해남의 간척지가 이제는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에너지 자립’을 책임질 미래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솔라시도는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다.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전력난, 기후 위기라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4대 난제를 한꺼번에 풀어낼 거대한 실험장이자 실천적 해법이다.
BS그룹 관계자는 “이제 막 가능성의 싹을 틔운 솔라시도가 글로벌 AI·RE100 거점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을 넘어 중앙정부의 범국가적인 관심과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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