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TACO, 신념인가 충동인가 [홍영식의 이슈 워치]

한경비즈니스외고 2026. 4. 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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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관세·이란 강경 대응 주장 ‘일관’ … 사업가·국정책임자 역할 달라야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최혁 한국경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에 대해선 이미 수많은 분석들이 나와 있다. 오락가락 충동적 언행으로 인한 예측불가능성에 ‘타코(TACO·강경 발언 뒤 항상 물러섬)’, ‘미치광이 전략’까지 진작부터 달갑지 않은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 자신도 굳이 반박하지 않는다. 

다만 ‘전략도 없이’ 오락가락한다는 평가에 대해선 다소 억울해할 것 같다. 트럼프의 과거 언행을 보면 적어도 일관성은 지닌다. 1987년 뉴욕타임스 등에 낸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들을 보호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공개편지’ 광고를 보면 일본에 대해 경제와 안보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강인하게 나갈 것”이라며 “수입 차량과 일본 제품에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동맹국도 러시아도…”라고 적었다. “미국은 경제·적자·조세 측면에서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방위 비용을 공짜로 제공함에 따라 유례없이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1988년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는 진작 대(對)이란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심리적으로 우리를 타격할 뿐 아니라 우리를 바보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리 함정에 총알 한 발이라도 날아온다면 하르그섬을 점령하겠다. 미국을 함부로 대하게 놔둬선 안 된다.” 당시엔 경제강국으로 떠오른 일본을 집중 공격했는데 지금은 전 세계로 관세전쟁 범위를 넓히고 동맹국에 안보 분담을 압박하고 있지만 저변의 인식은 같다. 중국에 대해선 집권 전부터 기술을 불법 복제하고,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막고, 막대한 보조금으로 외국 기업들을 경쟁할 수 없도록 했음에도 미국은 바로잡지 못했다는 인식을 드러내 왔다(에드워드 피시먼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예측 가능한 패턴 안 드러내야 상대 흔들어”

그의 자서전을 봐도 나름의 ‘전략’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는 1989년 내놓은 ‘거래의 기술’에서 (사업가로서) 대담하고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했다. “약간의 과장, 허세는 아무런 손해도 가져오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2016년 대선 출마 때 내놓은 ‘불구가 된 미국’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외교 정책에 대한 나의 접근법은 힘을 통한 운용이다. 우리에게 협력하는 국가는 보상하고 협력하지 않는 국가는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려면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받아내야 한다. (이란 핵 동결에 합의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해) 나라면 모든 핵시설을 해체하고 언제 어디서든 현장 사찰을 허용하는 조건이 아니면 절대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신뢰하되 검증하라’고 했다. (오바마는) 둘 다 못했다. 나는 예측 가능한 패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야 상대를 흔들 수 있다.” 트럼프 장남은 “아버지의 최대 장점은 무슨 행동을 할지 아무도 모르며 이런 예측불가능성이 거래를 압박한다”고 했다. 

40년 전 가졌던 사업가식 인식이 집권 내내 대외 정책에 판박이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특유의 과장화법, 미치광이 전략과 상통하고 오락가락 보여도 트럼프식 외교 원칙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사업가식 마인드’에 대해 그의 1기 참모들 사이에선 부정적 평가가 많다. 국토안보보좌관을 지낸 톰 보서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무절제하고 무질서했고 늘 절차를 무시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조지 스테퍼노펄러스 ‘백악관 상황실’). 트럼프가 주요 외교 정책을 상의도 없이 트윗에 올리는 것을 두고 한 참모는 “폰을 뺏든지 해야겠어. 가만히 놔두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겠어”라고 투덜거렸다. “중국에 대해 적대와 아첨 사이를 왔다 갔다 해 가장 가까운 조언자들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는 증언도 있다. 안보수석을 지낸 존 볼턴은 회고록(‘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DMZ(비무장지대)에서 만나자는 트윗을 날린 것을 두고 “역겨울 지경”이라고 했다. 긍정 평가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미국 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했다”고 했고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은 “최고의 인질 협상가이고 경제 정책은 역사적 성과”라고 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관건은 사업가 시절 ‘거래의 원칙’을 국정 운영에 고스란히 적용하는 게 적절한가이다.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거래의 기술과 국가 운영, 외교는 그 목적과 준거틀이 다르다. 물론 외교의 원천적 목적도 국익의 극대화다. 그러나 나라 간 외교는 단기적 눈앞의 숫자로만 계산할 수 없는 소지가 많다. 사적 거래와 달리 외교는 안보와 경제, 이념적 가치, 인권 등 손익을 따지기 어려운 복잡한 함수들이 섞여 있다. 외교는 신뢰와 상호주의를 그 자산으로 한다. 위기 시 상호 지원을 하게 되는 동맹의 가치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군사적 지원과 협력은 자국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당장의 이해타산을 들이밀 수는 없다. 국제 규범을 함부로 저버린다면 국제질서는 자칫 무질서로 변질될 수 있다. 자국 국익을 위해 타국 이익과 신뢰를 크게 훼손하면서 적을 많이 만들어낸다면 장기적으로 국익을 저해할 것이다. 정책이 합리적이기 위해선 신뢰성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존 미어샤이머·서배스천 로사토의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트럼프가 주요 현안에 대해 SNS로 쏟아내는 내용들이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민주적 정책 결정 과정을 건너뛴 것이다.

◆테러집단에 핵 전해지는 것은 미국에 악몽

다만 국제정치는 냉혹한 힘의 논리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관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외교 마인드는 △국제주의와 국제 기구가 아닌 국가 중심 △국제정치는 이데올로기와 도덕, 법과 규범이 아닌 힘이 지배 △공격적 팽창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등을 골격으로 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이론’의 전형을 보여준다. 국제 체제에서 하나의 패권국이 존재할 때 국제질서가 안정된다는 ‘패권안정론’과도 맥이 닿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트럼프로선 이란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란이 핵 개발에 성공해 핵으로 주변국을 위협하고 반미 테러집단으로까지 핵무기 또는 핵물질이 전해진다면 중동 외교·안보 질서를 뒤흔드는 일이다. 2015년 핵 합의 때 농축 권한 자체를 인정받은 이란은 언제든 핵 개발을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합의 후 이란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하는 등 불신을 살 만한 일도 했다. 핵 개발 의혹도 제기됐다.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은 본토가 테러 단체의 핵물질로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전쟁 결과 축배를 들 수 있을까. 물론 축배는 ‘나홀로’가 아닌 미국민 다수 공감을 얻어야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전투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최종 목적인 이란 핵불능화, 호르무즈해협 안전 보장과 같은 ‘더 좋은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조기 레임덕을 부르고 동맹 네트워크의 금은 더 커질 것이다. 미국이 엄청난 전쟁비용을 쏟아부은 만큼 그 결과와 관계 없이 한국과 일본,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관세 청구서 요구 수준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홍영식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전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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