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칼럼]‘홍준표 대구시장’은 행정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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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민주당 공천이 확정된 김부겸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라며 한 말이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이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도 했는데, 설득력이 있는지 판단은 시민의 몫이다.
그는 수성구을 국회의원 시절인 2022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나갔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한 직후 임기 4년짜리 대구시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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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민주당 공천이 확정된 김부겸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라며 한 말이다. 김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점을 부각한 걸로 보인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이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도 했는데, 설득력이 있는지 판단은 시민의 몫이다. 다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홍준표 발 '행정가 시장론'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 말을 할 자격이 그에겐 없다. 일단 본인 자체가 행정가 시장이 아니었다.
그는 수성구을 국회의원 시절인 2022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나갔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한 직후 임기 4년짜리 대구시장이 됐다. 그러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2025년 조기 대선이 열리니 3년도 채 안 돼 시장직을 내던지고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중앙무대에서 뜻밖의 대선이 열린다고 시정을 팽개치고 정치판으로 달려가는 건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꾼의 행태다.
그는 이번에 대구 국회의원들은 당 때문에 당선됐지 자기 경쟁력으로 된 사람이 없다고 비하하기도 했다. 대구시장 경선에 5명(컷오프 주호영 포함)이나 뛰어들었고, 이들 중 한 사람이 김 후보 맞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의식한 말이다. 그런데 이런 기현상의 최초 원인 제공자가 누군가. 그가 되지도 않을 대권 욕심에 시장직을 걷어차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인물이 시장으로 있고 그가 재도전하는데 5명의 국회의원이 나설 수 있을까. 서울과 부산의 현역 오세훈 박형준 시장에게 도전장을 낸 국회의원은 각 한 명뿐이다. 대구가 무주공산이 돼 있으니 행정가 아닌 사람들도 달려들었다.
그가 대권 욕심 때문에 자치단체장 자리를 걷어찬 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 2017년 조기 대선이 열렸을 때도 그는 경남도지사직을 던지고 서울로 향했다. 정치적인 기회가 생기면 행정가 자리를 아무런 미련 없이 버리고 떠나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는 자유한국당 경선에서 이겨 후보가 됐으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완패했다. 이후 경남에 다시 돌아가거나 처음 국회의원이 됐던 서울로 복귀할 틈이 없었는지 초중고를 다녔다며 대구로 와서 재기에 성공했다. 경남도지사였다가 대구시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 어디 행정가다운 처신이 있는가.
그가 비웠던 경남도지사 자리는 직무대행 체제를 거쳐 이듬해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 김경수 지사에게로 넘어갔다. 우파정당이 차지했던 도지사 자리가 좌파정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의 대권 욕심도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이번에도 그는 대구시장 적임자로 좌파정당 후보를 꼽았다. 본인의 자유 의지에 달린 문제이고 선택은 유권자가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들로선 납득이 어려운 처신임이 분명하다.
과연 그는 대구시장 시절에 대구에 도움이 된 역량 있는 행정가였는가. 어떤 행정가가 임기 4년 동안 대구를 위해서만 일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도중에 정치판으로 뛰어드는가. 대통령이 되면 대구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설명한다면 그건 행정이 아니고 정치 언어다. 정가에선 그가 이재명 정부의 다음 국무총리 자리를 노리고 국민의힘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게까지 믿고 싶지는 않으나 작년 대선후보 경선 패배 이후의 몽니가 정도를 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남에서 온 그를 받아들여 준 대구의 보수층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홍준표의 김부겸 지지 선언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송국건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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