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전수조사, '진짜 농민들' 불안 커지는 이유

홍성민 2026. 4. 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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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정부, 전국 농지 실태 파악 착수
농지 데이터베이스 구축, 관리체계 전환 시급
임차농 경작권 침해 우려… 보호대책 필요
경자유전 원칙 실현, 농지보전이 핵심 과제
[지데일리] 정부가 전국 농지 실태를 전면적으로 조사하는 ‘농지전수조사’를 본격 추진하면서 농민들의 권리 보호와 농지의 공공적 관리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농민 소유 투기성 농지를 점검하고, 경작되지 않는 땅에는 강제매각 명령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임차농의 경작권 침해 우려와 농민 불안이 커지고 있어, 실농민 보호대책과 통합 농지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픽사베이

농지전수조사는 단순히 비농민 소유 농지를 단속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농지의 공익적 성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국가 농지관리 체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1일 정부와 여당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분야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지전수조사 추진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이 전국 농지 중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유휴농지’를 전수조사해 해당 토지에 대해 이행 명령과 강제매각 명령 등을 부과하라고 지시한 이후 구체화된 조치다. 

정부가 토지 소유 실태를 국가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토지조사 이후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사의 의미는 남다르다.

농지는 단순한 경제적 자산을 넘어 국민 식량주권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자 기후위기 대응과 농촌 경관 보전을 위해 필수적인 공공재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가 단위의 정확한 관리 시스템이 부재해 투기나 방치된 농지가 방치되어 왔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농지전수조사가 단발적 조치가 아니라,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 자료, 농지이용실태조사 등 각종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국가 농지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농지정보를 누적적으로 관리하고, 농지이용과 거래, 경작 실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실제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 경작권을 빼앗기거나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헌법이 천명한 ‘경자유전’ 원칙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전국 농지의 절반 가까이가 임차농지이며 60~70% 이상이 부재지주가 소유한 농지로 파악된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부재지주가 처분 압박을 받을 경우, 피해가 임차농에게 계약 해지나 임대료 인상 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전수조사 방침이 발표된 이후 일부 농촌지역에서는 “농사를 줄이거나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조사가 투기적 농지보유자를 정리하는 수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농민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과정에서 임차농의 경작권을 보장하고, 농지 회수나 불합리한 계약 해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농지의 공공적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행정통합특별법 등 각종 특별법에 포함된 농지 전용 관련 조항들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농지전수조사가 농지개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정부가 농지총량관리제 도입을 통해 농지보전과 경작권 보장을 모든 농지정책의 중심 원칙으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 농지의 투기적 소유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임차농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종합적 관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자유전의 헌법적 가치가 제도적으로 실현되고, 실제 농민들이 땅에서 쫓겨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이번 농지전수조사의 궁극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조사의 목적이 단속이 아니라 ‘농지보전과 농민 보호’임을 명확히 하고, 농정의 근본 방향을 경작자의 권리 보장과 지속가능한 농지관리로 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농지전수조사가 농지제도 개혁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