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박효신도 문제가 있어”…메말라가는 땅 위에 피어나는 박효신이라는 ‘야생화’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좋은 사람’, ‘눈의 꽃’, ‘바보’ 등 히트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보컬리스트 반열 올라서
2014년 ‘야생화’로 보컬의 정점에…뮤지컬까지 섭렵하며 ‘최고의 보컬’로 자리매김
![박효신의 보컬적 테크닉 완벽성은 이미 ‘기본 사양’으로 깔려 있고 그 위에서 발현되는 감각과 감성의 구현은 비평보다 앞서 감탄과 경외를 먼저 불러일으킨다. 비평가는 언제나 대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데, 구성을 해부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길어 올려야 하는데, 견고한 대리석과도 같은 박효신의 보컬에는 그 틈새에 들어갈 칼날을 손톱만큼도 허락하지 않는다. 해석은 붙잡히지 않고, 분석은 무력해진다. 남는 말이 하나다. ‘너무 잘한다’. [글러브엔터테인먼트]](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4/ned/20260404180209170ligs.jpg)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발성이…”, “비강의 활용이…”, “고음 옥타브가…” 등등등.
일반적인 보컬은 분석과 비평의 대상이 되고 음정과 음역, 호흡과 발성, 프레이징과 공명 따위의 표현으로 구조를 해체하고 설명하는 일이 가능하다. ‘잘 부른다’는 감탄은 곧 그 수려함의 근거를 짚어내는 일로 이어지고 비평가의 날카로운 메스는 뮤지션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일종의 가이드가 된다.
그런데 박효신의 보컬 앞에서는 이 과정이 좀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보컬적 테크닉의 완벽성은 이미 ‘기본 사양’으로 깔려 있고 그 위에서 발현되는 감각과 감성의 구현은 비평보다 앞서 감탄과 경외를 먼저 불러일으킨다. 비평가는 언제나 대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데, 구성을 해부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길어 올려야 하는데, 견고한 대리석과도 같은 박효신의 보컬은 그 틈새에 들어갈 칼날을 손톱만큼도 허락하지 않는다. 해석은 붙잡히지 않고, 분석은 무력해진다. 남는 말이 하나다. ‘너무 잘한다’.
하지만 완벽이란 자고로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서 있는 감각으로 존재해야 마땅하거늘, 모든 것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이 목소리에서, 어째서인지 한 인간의 나약함, 스러짐, 버텨냄이 희미하게 떠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무너짐을 버텨내는 감각. 완벽 이면에 들려오는 이 감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리운 마음만
니가 떠나간 그 길 위에
이렇게 남아 서있다
- 박효신, ‘야생화’ 中 -
![초기의 박효신은 완벽에 가까운 ‘기술’을 지닌 보컬이었지만 아직은 그 완벽을 스스로의 언어로 전환한 상태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는 정교하게 설계된 감정의 궤적 위에서 누구보다 정확하게 노래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의 탁월함으로 충분히 ‘잘 부르는 가수’였다. [허비그하로]](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4/ned/20260404180209420tdtu.jpg)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소몰이’, 야생화가 피어나기 이전의 박효신은
박효신의 보컬이 정점에 도달한 것은 2014년 발표된 ‘야생화’ 이후의 일이다. 되짚어 떠올려보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완벽한 보컬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이전의 박효신 역시 이미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보컬이었다. 음정은 정확했고, 발성은 안정적이고 깊었으며, 고음은 힘 있게 뻗어 나갔다. 기술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차원의 밀도와 깊이에까지 도달해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당시의 완벽함은 지금과는 미묘하게 다른, 어디까지나 ‘잘 만들어진 보컬’에 가까웠다.
이는 박효신 개인의 한계라기보다 그가 데뷔하고 왕성히 활동했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한국 발라드가 작동하던 시스템의 구조 탓에 가까웠다. 당시 발라드는 대체로 작곡가 중심의 시스템 안에서 생산됐고, 곡은 이미 완결된 형태로 설계된 채 가수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다. 감정의 흐름, 고조의 지점, 클라이맥스의 폭발과 해소까지 모두 하나의 서사처럼 짜여 있었고, 보컬은 그 설계를 작곡가의 의도에 맞게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평가됐다.
이 같은 환경 안에서 보컬의 역할은 창조라기보다 수행에 가까웠다. 감정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따라가는 것이었고 노래는 해석하기보다 재현하는 대상에 가까웠다. 박효신은 이 문법 안에서 정확하고 밀도 있게 그것을 구현해낸 보컬이었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을 정도의 ‘문제적 보컬’(경이에 가까운) 수준까지 닿아있지는 않았다. 정교함은 주어진 틀 안에서의 완성도에 머물러 있었고, 고음은 정해진 지점에서 솟구쳤다. 감정은 설계된 방향으로 흐르며 노래는 닫혀야 할 자리에서 정확히 닫혔다.
결과적으로 초기의 박효신은 완벽에 가까운 ‘기술’을 지닌 보컬이었지만 아직은 그 완벽을 스스로의 언어로 전환한 상태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는 정교하게 설계된 감정의 궤적 위에서 누구보다 정확하게 노래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의 탁월함으로 충분히 ‘잘 부르는 가수’였다.
빗물에 젖을까 두 눈을 감는다
- 박효신, ‘야생화’ 中 -
![한 동안의 사건과 사고 속 공백 이후의 박효신에게서 감지됐던 변화는 ‘단절 이후의 도약’에 가까웠다. 한동안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던 시간,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온 이후의 박효신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보컬이 되어 있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하나의 단계가 통째로 건너뛰어졌다고 묘사될 만큼의 변화였다. [글러브엔터테인먼트]](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4/ned/20260404180209684jbhi.jpg)
공백의 4년, 메말라가는 땅 위에 피어난 야생화
한 동안의 사건과 사고 속 공백 이후의 박효신에게서 감지됐던 변화는 ‘단절 이후의 도약’에 가까웠다. 한동안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던 시간,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온 이후의 박효신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보컬이 되어 있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하나의 단계가 통째로 건너뛰어졌다고 묘사될 만큼의 변화였다.
이는 단순히 더 정교해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성장이었다. 이전과 이후의 차이는 곡을 대하는 방식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이전의 보컬이 설계된 멜로디와 감정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후의 박효신은 그 흐름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그 이상의, 정해진 틀 안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머무르지 않은 채 그 틀 자체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상태에 가까워졌다. 노래는 더 이상 수행이 아니라 다루어지는 대상이 됐다.
그 결과 보컬과 곡의 주도권 역시 달라진다. 곡이 보컬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보컬이 곡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해내는 쪽이다. 이미 완성된 구조 위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그 구조를 자기 안에서 다시 한 번 통과시키는 방식.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박효신의 보컬은 ‘잘 부른다’는 범주 자체를 벗어나게 된다. 그것은 더 이상 설명으로 환원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박효신이라는 한 인간의 변화에 가까웠다. 우리는 그 변화를 과정이 아닌 결과로 마주하게 됐고 그 첫 장면이 ‘야생화’였다.
붙잡지 못해 아프다
- 박효신, ‘야생화’ 中 -
![그렇기에 박효신의 보컬은 기술적으로 완벽함에도 차갑게 들리지 않는다. ‘완벽’은 흔히 흠이 없는 상태, 오차가 제거된 상태, 더 이상 덧붙일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태로 이해되지만, 인간은 그런 의미의 완벽 앞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매끈한 아름다움은 감탄을 부르지만 때론 감정을 남기지 못한다. 박효신의 목소리가 오래 남는 이유는 빈틈없는 무균질의 완벽이 아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슬픔과,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처와, 그럼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함께 살아있기 때문이다. [MB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4/ned/20260404180209883fxdx.jpg)
‘야생화’에서 ‘그 눈을 떠’까지…그리고 10년 만에 또 한 번 도달한 ‘그의 노래’
그렇다면 그 도약은 실제로 어떻게 작용했는가. 7집 앨범 타이틀곡 ‘야생화’와 뮤지컬 ‘웃는 남자’ 속 ‘그 눈을 떠’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응답에 가깝다.
두 곡은 모두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밀도를 극단까지 끌어올린 뒤 마침내 폭발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그 눈을 떠’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자체가 곡의 목적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든 에너지가 한 지점으로 수렴하며 시원하게 열리고 또 닫힌다. ‘야생화’ 역시 낮은 지점에서 시작해 서서히 감정을 밀어 올린 뒤, 끝내 감정이 터져나오는 구간에 달하는 상승 구조를 따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박효신 보컬의 특별함이 드러난다. 곡의 절정 파트인 폭발 속 고음은 완벽하게 올라가고, 감정은 절정에 도달하며, 듣는 이는 몸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이는 단순한 해소로만 다가오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정리되지 않은 무언가를 남긴다. 후련한데 아프고, 해방되지만 더 깊이 가라앉는다.
‘야생화’의 고음이 인상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소리에는 이미 한참 이전부터 견디고 버텨온 시간의 감각이 실려 있어, 성취의 순간인 동시에 생존의 순간으로 느껴진다. 이때 고음은 발성의 과시가 아닌, 인간이 더는 눌러둘 수 없는 감정을 끝내 해방시키는 통로가 된다.
그렇기에 박효신의 보컬은 기술적으로 완벽함에도 차갑게 들리지 않는다. ‘완벽’은 흔히 흠이 없는 상태, 오차가 제거된 상태, 더 이상 덧붙일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태로 이해되지만, 인간은 그런 의미의 완벽 앞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매끈한 아름다움은 감탄을 부르지만 때론 감정을 남기지 못한다. 박효신의 목소리가 오래 남는 이유는 그 빈틈없는 무균질의 완벽이 아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슬픔과,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처와, 그럼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함께 살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보컬이 도달한 정점은 ‘흔들리지 않는 완벽’이 아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을 끝내 버텨내는 상태에 가깝다. ‘야생화’에서 우리가 듣게 되는 것은 단지 뛰어난 가창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자기 안의 감정을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살아내며, 어떻게 끝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는가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그 봄이 오면
그날에 나 피우리라
- 박효신, ‘야생화’ 中 -
![한편 지난 3일 박효신의 새 앨범이 발매됐다. 약 10년 만의 귀환이다. [허비그하로]](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4/ned/20260404180210102ridm.jpg)
결국 박효신의 보컬이 도달한 ‘완벽’은 어떤 결함도 허용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무너질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끝까지 붙잡고, 그것을 버티고 견디고 다시 피워내는 인간의 마음에 가깝다. 정확함과 흔들림, 통제와 균열이 동시에 존재하는 불안정하지만 완벽한 균형. 그 모순이야말로, 박효신이라는 보컬을 설명불가능한 영역으로 밀어 올린다. 즉 박효신의 보컬이 설명을 넘어서는 까닭은 ‘너무 잘하기 때문’이 아닌, 그 완벽 너머에서 들리는 인간의 흔들림이 함께 존재함에 있다.
한편, 지난 3일 박효신의 새 앨범이 발매됐다. 약 10년 만의 귀환이다. 힘은 더 빠지고, 더 부드러워졌고, 장엄함은 덜어냈다. 편안해졌다.
메말라가는 땅 위에 피어난 야생화는 끝내 살아남아 다른 목소리로 다시 피어났다.
그리고 피어난 야생화는 하나의 완벽한 곡이 아닌, 끝내 사라지지 않은 한 인간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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