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트럼프 품위 없어”... ‘10년 브로맨스’ 파국으로

박선민 기자 2026. 4. 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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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0년간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도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때 ‘브로맨스’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던 두 정상의 관계는 이란 전쟁 지원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균열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동맹국들에 이란 전쟁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아내에게 학대당하는 프랑스의 마크롱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그는 턱을 맞은 상처에서 아직 회복 중인 상태였다”고 비아냥거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농담에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튿날 한국을 국빈 방문하던 중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우아하지도 않고 품위도 없는 발언”이라며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나토 문제와 중동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도 “말이 너무 많다. 이야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고 했다. 또 “이건 쇼가 아니다. 우리는 평화와 전쟁, 각국의 상황과 각국이 직면한 위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러니 진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지해지고자 한다면 전날 말한 것과 정반대되는 말을 매일 해서는 안 된다”며 “그리고 어쩌면 매일 말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두 사람의 설전은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 사이 갈등이 어떻게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한때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에서 ‘트럼프 조련사’로 꼽힐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유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두 정상은 지난 10년간 정책을 두고 대립하기도 했으나, 공식 석상에서는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재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면서 "우리는 매우 특별한 관계"라며 "그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는 완벽하다"고 했다. /유튜브

대표적인 장면은 2017년 프랑스에서 열린 국빈 초청 행사에서 나왔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프랑스에 초청해 에펠탑 미슐랭 레스토랑에서의 만찬, 군사 퍼레이드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 군사 퍼레이드 당시 파리 콩코르드 광장의 관람석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부부 쪽으로 몸을 기울여 하늘을 가리키며 손뼉을 치기도 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칭송하면서 트럼프 부부의 퍼레이드 참석을 두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정의 징표”라고 했다.

이듬해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빈 방문 손님으로 미국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두 정상은 뺨을 맞대는 프랑스식 인사 ‘비주’(bise)를 나누며 친분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재킷에 묻은 먼지를 손가락으로 털어주면서 “우리는 매우 특별한 관계”라며 “그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는 완벽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옹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주요 외신들은 이런 트럼프와 마크롱의 관계를 ‘브로맨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친밀한 듯 보였던 관계도 마크롱 대통령이 다른 유럽 지도자들처럼 관세, 그린란드, 우크라이나, 이란 전쟁에 이르는 현안에서 ‘트럼프 조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차 온기를 잃고 냉랭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야욕을 드러낸 것을 기점으로 두 정상 간 관계가 틀어졌다고 봤다.

지난 1월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부르며 “당신이 그린란드에 대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우리는 시리아 문제에 대해 완전히 같은 생각”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우리 함께 훌륭한 일들을 이뤄내자” 등의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마크롱 대통령의 문자. /트루스소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관례를 무시한 채 이런 마크롱 대통령의 메시지를 그대로 캡처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의 ‘저자세’ 접근을 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장악하겠다는 위협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WSJ는 그린란드 이슈가 그와 유럽의 관계에서 전환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지난해 대부분을 트럼프에게 아첨하고 그의 환심을 사는 데 애쓰며 보냈으나,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그에게 맞서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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