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누군가 날 사냥하는 것 같았다” 과거 격추된 美조종사 생존기

안준현 기자 2026. 4. 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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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서 美 F-15E 격추, 조종사 1명 행방 묘연

3일(현지 시각) 미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가 이란 남서부 코길루예·보예르아흐마드주 상공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방공망에 격추됐다. 개전(2월 28일) 이후 이란 영토에서 미군 유인 항공기가 격추된 것은 처음으로 혁명수비대는 “새로 개발한 첨단 방공 시스템”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F-15E /AP 연합뉴스

F-15E 격추를 계기로 과거 적지에서 살아남은 미군 조종사들의 생환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격추돼 23일간 포로 생활을 버틴 로널드 영 주니어(49)의 증언을 전했다.

당시 26세 준위였던 영은 이라크 전쟁 첫날 AH-64 아파치 롱보우 헬리콥터를 몰다가 이라크 중부 카르발라에서 추락했다. 이라크 공화국수비대가 휴대전화로 편대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판 함정이었다. 영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격추당해 추락했을 때의 그 기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누군가 나를 사냥하고, 나를 죽이려 한다. 그저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조종사 데이비드 윌리엄스와 함께 인근 관개수로에 숨었다가 이라크군에 붙잡혔고, 구타와 심문을 23일간 버텨낸 끝에 생환했다.

로널드 영 주니어가 2016년 자신의 생존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영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놀랍도록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며 “훈련으로 쌓은 지식의 창고가 떠오르면서, 거의 기계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실행해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1995년 보스니아 전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공군 스콧 F 오그레이디 대위는 비행금지구역 순찰 중 보스니아계 세르비아군의 SA-6 지대공 미사일에 F-16C를 피격당하고 적지에 탈출했다. 세르비아군은 레이더를 간헐적으로만 켜 F-16의 경보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방식을 썼다. 오그레이디는 6일간 삼림지대에서 나뭇잎·풀·개미로 연명하다 순찰 중인 아군기에 무선 신호를 보냈고, 미 해병대 51명이 헬기 편대를 투입해 불과 2분 30초 만에 극적으로 구조했다. 그는 2015년 CNN 인터뷰에서 “내일이 반드시 온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미군 조종사들은 비상 탈출 이후 행동 지침인 ‘시어(SERE·생존·회피·저항·탈출)’ 원칙에 따라 훈련을 받는다. CBS뉴스 안보 전문가 에런 매클린은 “격추된 조종사는 권총 한 자루를 갖고 있을 뿐”이라며 “적과 마주치지 않은 채 은신하고, 아군에 위치를 알리고 탈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란 영토에서 행방이 묘연한 조종사도 이 원칙에 따라 은신과 생존을 시도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이란에서 격추된 미 공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 승무원을 찾기 위해 구조 작전을 벌이는 미 공군 HC-130기가 이란 상공에서 HH-60G 페이브호크 2대에 공중급유를 실시하고 있다./X

이번에 격추된 F-15E는 조종사와 무기체계 장교 2명이 탑승하는 복좌형이다. 두 명 모두 비상 탈출해 미군 특수부대가 이란 영토 안에서 1명을 구조했지만 나머지 1명의 행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도 국방부로부터 “실종 대원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 의회 보좌관이 전했다.

이란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군인에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란 국영방송 앵커는 생방송에서 “적 조종사를 생포해 경찰에 인도하면 소중한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코길루예·보예르아흐마드주 주지사도 “적 전투 병력을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이에게 주지사실이 특별 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상금 규모는 약 800억리알(약 6만달러)로 알려졌다. 혁명수비대는 주민들에게 조종사 수색에 나서달라고 촉구하면서도 국영방송을 통해 “주민들이 조종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라”고 단속했다. 체포 즉시 생포해 인질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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