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웬 신조어가?”…AI가 망쳐놓은 문학, 독자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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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고 비율도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전부 AI가 그린 티가 났어요. 명색이 한국 현대문학인데 김유정 작가님의 책을 조악하게 만들어 놓으니 구매할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데이터가 부족한 고전문학에 무리하게 AI 번역을 시도하면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는 환각 현상이 발생한다"며 "고전문학 번역은 시대적 맥락과 은유를 파악하는 '행간 해석'이 필수적인데, AI에게 이는 불가능한 영역이기에 맥락 없는 직역은 원작 고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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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고 비율도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전부 AI가 그린 티가 났어요. 명색이 한국 현대문학인데 김유정 작가님의 책을 조악하게 만들어 놓으니 구매할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3일 오후 수원 시내 한 대형서점. 문학 코너 매대에는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어딘가 인위적이고 어색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이 진열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A씨(26)는 A 출판사가 펴낸 10여권의 문학선 중 한 권의 표지를 가리키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해당 출판사의 책들은 문학선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서 코너에서도 이름 모를 한 작가가 십수권을 무더기로 찍어낸 형태로 서가를 차지하고 있었다.
경기일보 취재에 따르면 최근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문학을 인공지능(AI)으로 무분별하게 번역 및 가공해 찍어내는 이른바 ‘딸깍 출판’이 확산하며 독자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 제39조에 따르면 창작물의 저작재산권은 저작자 사망 후 70년간 보호된다. 2013년 이전까지는 50년간 보호됐기에 1963년 이전 사망 작가의 원문은 별도 저작권료 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유저작물이 된다.
B 출판사는 편역자를 생성형 AI ‘제미나이’로 표기한 세계문학선을 출판했다. 발간된 ‘오디세이아’에는 ‘스불재’, ‘알빠노’, ‘머선129’ 같이 고전문학에 어울리지 않는 신조어가 다수 포함됐다. 출판사 대표는 “세대 간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었다”며 “최신 AI를 활용한 도서는 인간 번역사와 품질 차이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주장과 다르게 AI 번역은 문학 작품을 훼손할 수 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데이터가 부족한 고전문학에 무리하게 AI 번역을 시도하면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는 환각 현상이 발생한다”며 “고전문학 번역은 시대적 맥락과 은유를 파악하는 ‘행간 해석’이 필수적인데, AI에게 이는 불가능한 영역이기에 맥락 없는 직역은 원작 고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AI 출판에 서점가는 대응에 나섰다. 예스24는 1월부터 도서 검색 시 ‘AI 활용 콘텐츠 제외’ 기능을 도입했다. 다만 출판사가 등록 시 표기한 정보에만 의존하기에 A 출판사가 펴낸 1천350권은 단 1권도 필터링되지 않았다. 예스24 측은 “현재 도입 초기 단계로 AI 활용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대됨에 따라 도입했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화성정)은 3월13일 AI 생성 도서를 납본 의무와 보상 대상에서 원천 제외하고, 속일 경우 정가의 30배 과태료를 부과하는 도서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국가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전담 조직 ‘문화인공지능정책과’ 신설을 추진하며 판별 기준 마련에 나섰다.
무분별한 전면 금지보다는 독자 알 권리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작품 오독을 막기 위해 AI 관여도 명시가 필요하지만, 자율에만 맡기면 한계가 뚜렷하다”며 “대안으로 ‘인간 전문가 감수 실명제’나 인증 도서에 ‘품질 마크’를 도입해 독자의 안전한 선택을 돕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손종욱 인턴기자 hand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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