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67조원 ‘머니무브’…또 상투 잡는 개미들 [김학균의 시장읽기]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26. 4. 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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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장 속 고점 매수 나선 개인들…왜 상승장 끝자락에 끌릴까
예측 불가능한 시장…3~4년 버틸 여유가 투자 성패 가른다

(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이기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현실의 투자자들은 가격이 충분히 오른 후에야 비로소 관심을 갖고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투자의 대상이 부동산이든 가상자산이든 원자재든 자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이런 현상이 관찰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026년 들어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3월30일까지 총 67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직접투자 자금+주식형 펀드)이 주식시장에 순유입됐다. 작년에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자금 규모는 14조원 수준에 불과했다.

ⓒGemini 생성 이미지

벼락거지의 조바심과 초심자의 행운

역대 최대 자금 유입 규모는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동학개미 투자 붐'이 일었던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73조원과 75조원이었다. 향후의 자금 흐름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3개월여 동안 67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2026년의 신규 자금 유입 강도는 사상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동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내고 있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이다. 3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0조원 이상 순매도를, 개인투자자들은 40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이런 선택이 훗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작년 4월 이후 나타나고 있는 이번 강세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히 높은 가격 수준에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코스피가 2300포인트에서 6300포인트에 이르는 여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5000~6000포인트대에서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비슷했다. 주식시장이 한참 뜨겁게 달아올라 거의 고점에 다다랐을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의 목돈이 몰려들었다.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으로 한국 증시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강세장을 구가하면서 주식 투자가 대중화됐을 때 신규 자금 유입은 코스피의 고점 부근에서 나타났고, 이후 1990년대 중반에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고 나타났던 1차 기관화 장세 때도 정확히 시장의 상투 부근에서 투자금이 밀려 들어왔다. 이후 IMF 외환위기 직후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과 2000년대 중반의 주식형 펀드 붐, 코로나 팬데믹 직후인 2020~21년 동학개미 투자 열풍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가가 한참 올라야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Nobody knows'다. 인식론(Epistemology)적으로 보아 미래를 제대로 예측했더라도, 그 예측은 지금 검증될 수 없다. 시간이 흘러가봐야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검증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 확실한 정답이 될 수 없다.

미래가 불안정하다 보니,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크게 의존한다. 지금 주가가 막 오르고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굳게 믿어버리는 현상이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최신 효과(recency effect)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주가가 뛸 때는 영원히 오를 것 같아 흥분하고, 떨어질 때는 끝없이 추락할 것 같아 공포에 질린다. 이런 심리에 휘둘리면 결국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최악의 투자를 반복하게 된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일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인지적 편향 이외에 '상대적 박탈감'도 주가에 후행하는 자금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다.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그(Charles Kindleberger)는 말했다.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 분별력을 저해하는 일은 없다'고. 뒤늦게 시장에 참여하는 이들의 내적 동기를 굳이 '탐욕'이라고 이름 붙이기보다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조바심'과 주위 사람들은 돈을 버는데 자신이 소외될 때 가질 수 있는 '박탈감' 정도로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초심자의 행운'도 주식시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생애 첫 투자에서 돈을 버는 이가 의외로 많다. 왜 이런 일이 자주 나타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돈은 주가에 후행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주가가 상승하는 강세장의 8~9부 능선에서 신규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곤 한다. 정확히 주가의 상투에서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식을 매수한 이후에도 강세장이 어느 정도 이어진다. 첫 투자에서의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돈을 번 것이 '시장이 만들어준 것인지' '나의 능력 때문인지' 혼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첫 투자에서의 성공이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으로 이어질 경우 투자금을 더 늘리게 된다. 주식시장이 늘 상승 추세를 나타낸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시장은 늘 강세장과 약세장의 사이클을 반복하기에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낭패를 맞보게 된다. 시장에 참여하는 대중의 심리는 올라가는 주식시장에 동참하지 못해 조바심을 내는 '벼락거지'와 곧이어 찾아오는 하락장에서의 '무주식이 상팔자' 사이를 오가는지도 모르겠다.

하락장 버티는 맷집과 시간적 여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내가 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위험한 착각이다. 코스피 2000포인트대에서도, 3000포인트와 4000포인트에서도 주식을 사지 않다가 5000포인트 넘어 뛰어든 사람에게 갑자기 미래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생길 리 없다.

진짜 똑똑한 투자는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함에서 출발한다. 예상치 못한 충격이 닥쳐도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을 '여유'가 핵심이다. 주식시장은 길게 보면 결국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묵묵히 버텨낼 수 있는 맷집과 시간적 여유가 투자의 성패를 가른다. 과거 순환적 사이클의 고점 부근에서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일지라도 시간을 견뎌내면 시장으로부터 보상을 받았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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