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숙청 칼날, 본인이 아낀 ‘항공우주 영웅’도 낙마시켰다
전문가 “마오 사후 최대 규모 숙청”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의 현직 위원이 또 낙마했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3일(현지 시각) 마싱루이(馬興瑞·66) 중앙정치국 위원이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숙청설이 돌던 마싱루이의 낙마가 5개월여 만에 공식화된 것이다. 기율·감찰위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발표되면 공직에서 낙마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중국 정치의 관례다.

이로써 2022년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현 20기 중앙정치국 위원 24명 가운데 허웨이둥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작년 10월),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지난 1월)에 이어 마싱루이까지 세 명이 2년 반 만에 낙마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숙청을 두고 “1976년 마오쩌둥 사망 후 ‘4인방’ 축출 이후 가장 광범위한 숙청”이라고 평가했다. BBC 중문판은 “문화대혁명 종료 이후 30여 년간 재임 중 낙마한 정치국 위원은 보시라이 단 한 명뿐이었다”며 이번 연쇄 숙청의 역사적 이례성을 강조했다.
이번에 낙마한 마싱루이는 시진핑 주석이 아꼈던 대표적 기술 관료로 꼽힌다. 하얼빈공업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34세에 최연소 박사 지도 교수가 된 그는 중국우주기술연구원 원장,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공사 사장, 중국국가우주국 국장을 거치며 창어 달 탐사, 선저우 유인 우주선, 톈궁 우주정거장 프로젝트를 잇따라 주도해 ‘항공우주 신성’으로 불렸다. 2013년 정계에 진출한 뒤에는 광둥성 성장, 선전시 당서기를 거쳐 2021년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당서기에 오르는 등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당성(黨性)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인물로 평가받으며 차세대 지도자 후보군으로도 거론됐던 그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신장 당서기직에서 전격 면직된 뒤 새 직책도 공개되지 않은 채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9월 천안문 열병식과 10월 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는 참석했으나 이후 중앙정치국 집단 학습,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올해 1월 기율검사위 전체회의에 잇따라 불참했다. 올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도 나타나지 않고 주석단 명단에서까지 빠지면서 낙마가 기정사실화됐다. 이번 발표로 그가 중앙농촌작업영도소조 부조장으로 이동해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마싱루이의 낙마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갈래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첫째는 로켓군·군수산업 비리와의 연루다. 로켓군 고위직이 대거 숙청된 이후 로켓군을 집중 육성해온 장유샤·류전리 중앙군사위원이 지난 1월 전격 낙마했는데, 민간 항공우주 분야를 이끌었던 마싱루이가 ‘동반 낙마’했을 가능성이다. 천청 뉴욕주립대 교수는 “중국 항공우주 산업은 로켓군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며 “마싱루이의 낙마가 현재 진행 중인 군 반부패 사정 작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딩수판 대만정치대 명예교수는 마싱루이가 2000년 군 장비 업무를 담당하는 총장비부 과학기술위 겸직위원을 지낸 점을 들어 군 장비 구매 과정의 비리 연루 가능성도 거론했다.
지방 고위직 재임 시절의 부패도 거론된다. 커우젠원 대만정치대 석좌교수는 “항공우주, 광둥성, 신장 세 분야에서 모두 마싱루이와 연계된 인물이 낙마한 바 있다”며 서로 다른 배경의 복합적 혐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광둥성에서는 국유자산의 민간 매각 과정에서의 비리, 신장에서는 대외지 간부 기용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한 내부 고발 가능성도 언급됐다. 딩수판 명예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째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면 그만큼 조사 범위가 넓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중화권 매체 일부는 마싱루이 가족의 부정 축재 의혹이 수사의 실마리가 됐을 가능성도 전하고 있다.

낙마의 전조는 측근 몰락에서도 읽혔다. 마싱루이가 선전시 당서기 시절 최측근으로 통했던 궈융항 광둥성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은 지난달 말 부패 혐의로 기율·감찰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신들은 이를 “측근망이 먼저 무너지고 본인이 뒤따라 정식 타깃이 된 전형적 형태”로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숙청의 저변에 2027년 21대 당대회를 앞둔 시진핑의 권력 재편 의지가 깔려 있다고 본다. 커우젠원 교수는 “중앙에서 지방까지 모든 지도부 반열이 교체될 것”이라며 “새 인사 체계가 확정되기 전에 모든 조사 대상을 처리해 ‘병을 가진 채 승진’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쑹원디 비상임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반부패 캠페인은 청렴 수단이라기보다 정치적 도구로 쓰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마싱루이가 시진핑의 충성파이자 직접 발탁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성과 실적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던 그조차 낙마하면서, 시진핑 체제에서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관료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20기 중앙정치국 위원 24명 가운데 이제 21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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