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음식 사이로 ‘또 먹고 싶은 기억’ 만든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엄마 생신에 끓여드린 미역국 추억
요리사의 길 걷게 된 결정적 계기
수많은 도전 끝에 ‘구운 쪽파’ 착안
시그니처 메뉴 ‘폴트버거’ 탄생시켜
요리란, 행복 나눠주는 하나의 방법
명성 얻는 것보다 오래 요리하고파

그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였던 만큼 자연스럽게 요리사의 길로 이어졌다.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요리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특히 양식에 흥미가 컸던 그는 프렌치 베이스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 후 ‘르꼬르동블루’ 한국 캠퍼스에 진학했다. 1년간의 과정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레시피를 따라 만드는 요리사에서 스스로 요리를 설계하는 요리사로 사고가 바뀌는 시기였다. 졸업 시험 과제가 ‘자신만의 레시피 개발’이었는데, 늘 배우는 입장이었던 그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조합과 구조를 설계하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발견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동네에서 유명했던 천연발효빵과 디저트를 판매하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브런치와 디저트 메뉴를 담당하는 셰프로 일하게 되었다. 직접 사워도(sourdough)를 생산하는 포지션은 아니었지만 발효빵을 기반으로 한 메뉴 구성과 재료의 조합을 현장에서 경험하며 플레이팅과 메뉴 구조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기존에 익숙했던 한식과 양식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재료 활용 방식과 맛의 균형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 시기였다. 이후 그는 오피스 상권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옮겨 근무했다. 바쁜 서비스 환경 속에서 여러 섹션을 오가며 일했고, 그 과정에서 동선과 팀워크, 효율적인 준비 과정 등 실무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호텔 바와 라운지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수셰프로 근무했다. 총괄셰프 아래에서 메뉴 개발에 참여하고 현장 운영과 품질 관리까지 담당하면서 메뉴 기획과 매장 운영을 동시에 경험했다. 요리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원가와 효율, 운영 구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 시기였다. 이후 여러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R&D 매니저로 근무하며 신메뉴 개발과 메뉴 컨설팅을 진행했다. 메뉴 기획부터 상품화, 매뉴얼화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그는 메뉴 개발 셰프로서의 역량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갔다.

시그니처 메뉴인 폴트버거는 그런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 수많은 테스트 끝에 버거에 쪽파를 사용한다는 발상을 떠올렸고, 이를 그릴에 구워 불향을 입힌 뒤 훈연 파프리카가 들어간 시그니처 소스와 조합했다. 흔하지 않은 재료였지만 예상 이상의 깊은 풍미를 만들어냈다. 두번째 시그니처 메뉴인 타코버거는 버거와 텍스·멕스(텍사스+멕시코 퓨전요리) 요소를 결합한 메뉴다. 스모키한 미트 칠리소스와 치폴레 소스, 블랙빈, 과카몰레, 사워크림을 조합해 타코의 풍미를 버거 안에 담았다. 여기에 프리토스 콘칩을 더해 토르티야의 옥수수 풍미와 바삭한 식감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다.

최 셰프는 유명한 셰프가 되는 것보다 오래 요리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화려하게 주목받는 순간보다 오늘도 성실하게 고민하고 조금 더 나은 맛을 만드는 일. 그리고 그 음식을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요리는 누군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접시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고, 그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셰프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오늘도 그는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새로운 메뉴를 만든다. “이걸 또 먹고 싶을까.”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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