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BTS 컬래버, 성덕대왕신종[김미경의 문화유산, 뮷즈가 되다]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사업본부장 2026. 4.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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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건너온 신라의 종소리
‘K팝 성덕 소장템’ 이상의 울림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문양을 현대적인 패션 아이템 헤어핀과 카드홀더에 담아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지난 3월20일,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발매와 동시에 뮷즈 협업 상품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 상품관에 공개되었다. 광화문 공연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긴 공백을 지나 다시 시작을 알리는 순간, 그 출발점에 우리의 문화유산이 함께 놓였다. 이 협업은 지난해 10월에 논의가 시작됐다. 어떤 유물을 선택할 것인가에서부터 이야기는 출발했다. 연꽃무늬 수막새, 우리 식문화를 담은 소반, 작은 연적까지 여러 후보가 오갔다. 각각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다운 유물들이었지만, 이번 작업의 맥락과 맞닿는 상징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도달한 것이 성덕대왕신종이었다. 이 종은 통일신라 제33대 왕인 ‘성덕왕’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그의 아들 ‘경덕왕’이 제작을 시작, 손자인 ‘혜공왕’ 때 완성된 것이다. 한국의 종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300여년의 시간을 견디며 지금까지 그 울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유산이다.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는 맑으면서도 깊다. 한 번 울리면 곧 사라지지 않고, 끊어질 듯 이어지며 길게 퍼져나간다. 이러한 울림은 종의 두께와 내부 구조, 구조적 설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한 진동이 겹치며 생기는 ‘맥놀이’ 현상은 한국 종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음향이다. 단순히 크거나 화려한 것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울림을 만들어낸 기술과 감각이 이 종의 본질에 가깝다.

성덕대왕신종

종소리는 늘 어떤 순간의 시작을 알린다. 절에서는 새벽과 저녁 예불을 알리기 위해 종을 울리고, 한 해의 끝과 시작이 맞닿는 순간에는 보신각의 종이 울린다. 그 소리는 시간을 알리고, 이전과 이후를 구분한다. 불교에서는 이 종소리가 멀리까지 퍼져 모든 존재에게 부처의 가르침을 전한다고 여긴다.

성덕대왕신종에는 그 울림 만큼이나 특별한 시각적 요소가 있다. 향로를 들고 있는 ‘공양자상’이다. 구름 문양과 함께 표현되어있어 하늘을 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범종의 소리가 지닌 의미와 천상의 이미지를 함께 떠올리게 한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오늘의 음악을 떠올리게 된다. 음악 역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멀리까지 퍼져나간다. 어떤 소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어진다. 비천상이 천상의 세계를 상징하는 존재라면, 음악은 그 역할을 오늘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공양자상

이번 BTS의 새 앨범에는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한 트랙에 담겼다. 천 년을 건너온 울림이 지금의 음악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 소리는 단순한 효과음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들린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공양자상 문양은 자연스럽게 상품으로 이어졌다. 바람을 타고 흐르듯 움직이는 형상은 가볍고 유연한 천 소재와 어울렸고, 숄더백과 레이어드 스커트로 확장되었다. 동시에 그 이미지를 또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헤어핀과 헤어클립, 카드홀더와 같은 작은 오브제로 구현되었다. 상품이 공개된 이후의 풍경은 인상적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에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다양한 언어가 오가고,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같은 상품 앞에 서 있었다. 어떤 이는 문양의 의미를 묻고, 어떤 이는 종소리에 대해 궁금해했다. BTS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된 사람들이, 다시 그 음악을 따라 우리 문화유산을 만나고 있는 순간이었다.

1300여년 전에 만들어진 성덕대왕신종이, 오늘날에는 음악이 되고 상품이 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닿고 있었다. 하나의 유물이 시간과 형태를 바꾸며 이어지는 장면을 마주하는 일은, 단순한 성과나 결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이미 존재해온 유산이 스스로 확장되는 과정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오래된 울림과 새로운 시작이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 시작을, 조용히 응원한다.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사업본부장. 문화유산에 오늘의 감성을 더하는 브랜드 뮷즈(MU:DS)의 총괄 기획을 맡고 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등 국립중앙박물관을 ‘굿즈 맛집’으로 이끌었다.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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