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기 너무 아까웠다… ‘상무 포기’ 육선엽 주사위 던졌다, 삼성 올해 우승에 올인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박진만 삼성 감독은 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하나의 결정 사항을 공지했다. 팀 우완 육선엽(21·삼성)의 입대가 연기됐다는 소식이었다.
육선엽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전형에 합격해 오는 4월 말 입대할 예정이었다. 상무는 퓨처스리그에 소속된 만큼 선수 경력의 단절 없이 군 복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라 상무에서 몸과 기량을 살찌워 나오는 케이스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일종의 ‘특혜’를 포기하고 최소 1년 더 팀에 남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종의 도박 아닌 도박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은 육선엽 개인의 의지였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의 1라운드(전체 4순위) 지명을 받은 육선엽은 삼성 마운드를 이끌어나갈 미래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2024년 1군 11경기, 2025년 1군 27경기에 나갔다. 삼성도 육선엽의 잠재력을 기대하며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했다. 상무에도 합격해 과정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했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둔 준비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육선엽 스스로 자신의 기량이 많이 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본인이 올해 한 것이 아깝고 몸이 좋아서 그런지 본인이 구단에 ‘안 가겠다’고 물었다”면서 “구단도 고민을 했다. 일단 본인 의견대로 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육선엽의 기량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실제 육선엽은 오키나와 캠프 MVP이기도 했다. 기량 향상은 물론 지금 당장의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였다. 지금은 작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지만, 시범경기 6경기에서는 6⅓이닝을 던지며 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0의 완벽한 투구를 했다. 구속도 시속 150㎞를 훌쩍 넘길 정도로 올라왔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박 감독은 “아시다시피 육선엽이 캠프 MVP다. 그만큼 준비를 잘했고, 시범경기에서도 워낙 좋았다. 본인이 정말 열심히 했다. 본인도 그런 것에 있어 욕심이 있고 아까웠던 것 같다”면서 “어느 쪽이든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만큼 준비를 잘했는데 빠지는 게 아쉽고 좋은 데 군대를 가는 것도 아까울 것 같았다”고 육선엽의 마음을 이해했다.
물론 아직 젊은 선수라 지금 당장 급히 병역을 해결해야 할 선수는 아니다. 1~2년 정도 더 해보고 입대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 특히나 올해는 9월에 아시안게임이 있다. 아시안게임은 만 24세 이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돼 대표팀을 꾸린다. 시즌 때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대표팀 승선도 기대할 수 있다. 육선엽은 그 가능성을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

다만 항상 장밋빛 시나리오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기다릴지는 모른다. 실제 이호성 또한 지난해 이맘때 상무 입대를 포기하고 팀에 남았다. 지난해 팀 불펜의 핵심으로 맹활약하기도 했다. 다만 올 시즌을 앞두고 팔꿈치 수술을 받아 1년은 뛸 수 없다. 아시안게임 출전도 자연스럽게 좌절됐다. 이렇게 됐으니 “차라리 그때 군에 갔으면…”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이처럼 주사위를 던졌을 때 어떤 숫자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육선엽은 상무 입대라는 좋은 기회를 반납했고, 올해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당장만 놓고 보면 팀도 좋다. 이호성의 수술, 그리고 불펜의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구위를 보여준 육선엽의 잔류는 큰 호재다. 삼성은 지금 ‘우승 도전’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팀이다. 올인할 수 있는 구조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수술이나 입대는 선수 의사를 듣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래도 삼성이 입대를 강력하게 설득하지 않은 것은 이와도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한다.
삼성은 현재 젊은 선수들 중 상당수가 미필이다. 이승현 이호성 육선엽, 그리고 이재현 김영웅도 어떤 식으로든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다. 우승이라는 전리품이 있다면 추후 조금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입대 타이밍을 죄다 놓쳐 향후 팀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삼성이 올 시즌 우승에 올인해야 할 한 가지 이유가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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