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세한도’ 영남 첫 공개···추사 회화 세계 펼친 ‘그림 수업’

윤희정 기자 2026. 4. 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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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 기념 특별전
추사 대표작 한자리···회화 중심으로 재조명
‘예림갑을록’으로 본 스승과 제자의 예술 교감
‘근역화휘’ 수록작 등 미공개 7점 최초 공개
4월 7~7월 5일···대표작 3차 교체 전시
김정희作 ‘세한도’ . /ⓒ국립중앙박물관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정신과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가 대구에서 열린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을 기념한 기획전 ‘추사의 그림 수업’을 오는 4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 말 학계와 예술계를 선도한 추사의 회화 세계를 중심으로 그의 예술관과 제자들과의 교류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그간 추사 관련 전시가 고증학이나 추사체, 서예 작품에 집중돼 온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회화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그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풀어낸다. 특히 추사가 평생 추구했던 ‘서화일치(書畵一致)’의 경지와 학문과 예술이 결합된 독창적 세계를 그림을 통해 집중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1부 ‘추사, 시대를 열다’에서 전시 중인 ‘김정희 초상’(보물) ⓒ대구간송미술관
김정희作 ‘불이선란도’ .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며, 미공개 작품 7점을 포함해 47건 67점이 소개된다. 1부 ‘추사, 시대를 열다’에서는 ‘세한도’를 비롯해 ‘고사소요’, ‘난맹첩’, ‘불이선란도’ 등 추사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이 가운데 국보 ‘세한도’는 영남 지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으로, 추사의 예술적 경지와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세한도’는 유배 중이던 추사가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작품으로, 거칠고 절제된 필치 속에 한겨울의 고요함과 변치 않는 지조를 담아낸 작품이다. 이 그림은 이후 청나라 문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동아시아 지식인 사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한 점의 그림이 지닌 정신성과 시대적 울림을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총 7점의 미공개 작품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들 작품은 추사 화파 제자들의 조선 말기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자료로,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흐름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이 가운데 여섯 점은 추사 화파의 학맥을 이은 위창 오세창이 엮은 ‘근역화휘’에 수록된 작품들로, 학맥의 계승과 확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공개 작품으로는 유숙의 ‘매화서옥’, 유재소의 ‘죽림괴석’과 ‘관산한가’, 이한철의 ‘추산원천’, 조중묵의 ‘운계선관’과 ‘승주심매’, 허련의 ‘제주 망경루’ 등이 포함된다.

2부 ‘1849년, 추사의 그림 수업’에서는 ‘예림갑을록’을 중심으로 추사와 제자들의 예술적 교감을 조명한다. 유배에서 돌아온 추사가 제자들의 작품을 평가하며 남긴 기록은 조선시대 사제 간의 회화 비평이라는 드문 사례이자,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특히 당시 품평회에서 다뤄진 작품 가운데 현재까지 전해지는 ‘팔인수묵산수도’와 그에 대한 비평이 함께 소개돼 생생한 현장감을 전한다.

3부 ‘예림(藝林)의 여덟 제자'에서는 이한철, 허련, 전기, 유숙, 조중묵, 김수철, 박인석, 유재소 등 여덟 제자의 작품을 통해 추사 화파의 형성과 확장을 보여준다. 제자들은 스승의 문인화 정신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개성과 미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어 4부 ‘추사의 향기 매화에 깃들다’에서는 추사 화파의 핵심 인물인 조희룡을 중심으로 한 매화 작품들을 통해 추사 예술의 계승과 변화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간송 전형필 탄신 120주년과도 맞물려 더욱 뜻깊다. 간송은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고자 평생을 바친 수집가로, 추사와 겸재 정선의 작품을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컬렉션은 단순한 수집을 넘어 한국 예술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번 전시 역시 그 연장선에서 기획됐다.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추사와 그의 제자들의 작품을 통해 19세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학문과 예술의 깊이를 조망하고,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 ‘세한도’(국보·4월 7~5월 10일), ‘난맹첩’(보물·5월 12~7월 5일) ‘불이선란도’(보물·6월 2~7월 5일)는 순차적으로 교체 전시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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