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愛 진심이면, 시작은 ‘착한 소비’부터!

장회정 기자 2026. 4.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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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서 식탁까지 안전하게…바다도 입맛도 살리는 ‘ASC 인증 수산물’
호텔업계 최초로 ASC 인증 광어를 도입한 콘래드 서울이 내놓은 광어 스테이크.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레스토랑. 접시에 담긴 ‘광어 스테이크’는 언뜻 보기엔 여느 고급 메뉴와 다르지 않지만 특별한 스토리를 품고 있다. 이 광어는 단순히 신선한 식재료가 아니라, ‘어떻게 길러졌는지’까지 검증된 ASC 인증 수산물이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최초로 ASC 인증 광어를 도입한 콘래드 서울이 선보인 ASC 인증 광어 요리는 맛과 가격을 넘어, 식재료의 생산 과정을 식탁 위로 끌어올렸다.

한국에서 광어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생선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가장 좋아하는 생선회’ 1위가 광어로, 40% 이상 응답자의 지지를 얻었다. ‘국민 횟감’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지만, 익숙하게 먹어온 이 광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길러졌는지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ASC는 ‘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수산양식관리협의회)’의 약자로,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양식 수산물에 부여되는 국제 인증이다. 친환경적인 먹거리 생산의 차원을 넘어 사료 관리, 수질, 항생제 사용, 주변 생태계 영향, 노동 환경까지 포괄적으로 검증한다. 생선 한 마리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2026년 현재 양식장 2576곳, 유통업체 3160곳, 사료업체 105곳이 ASC 인증을 받았으며 인증 수산물 3만1430종이 세계 119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새우, 전복 등 다양한 수산 가공품에서도 ASC 인증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이수용 ASC Korea 대표는 “ASC 인증은 단순히 깨끗한 양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광어 양식 ASC 인증을 받은 남해안의 양식업체 라온바다 어업회사 법인은 바닷물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순환여과시스템(RAS)을 적용하고, 콩과 생선가루를 배합한 친환경 사료를 사용하며 전 과정에서 무항생제·무화학물질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특히 양식 수산물은 생산 과정에서 수질오염이나 항생제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ASC는 이러한 위험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복지 검증 ASC 인증 수산물
외식 업계도 친환경 식재료 눈독
‘호텔 식당 첫 도입’ 콘래드 서울
광어스테이크 등 메뉴 개발 심혈

ASC는 모든 인증 양식 어종의 항생제 사용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연어의 경우 생산 주기 동안 항생제 사용을 3회 이하로, 새우는 0회로 제한하고 있다.

왜 이런 인증이 필요한 걸까. 이유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다. 이 대표는 “인간이 먹는 수산물의 30% 정도가 멸종위기종 및 취약종에 해당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일깨웠다. 세계적으로 어획 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양식 산업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환경 훼손과 생태계 교란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서 ‘어떻게 생산하느냐’로 기준이 바뀌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유통기업 이온이 ASC를 도입하면서 내걸었던 표어가 ‘피시 배턴’이다.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다음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수산 자원을 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수산물 소비량이 높은 나라일수록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격과 공급의 벽이 존재한다. 인증 수산물은 일반 제품보다 생산 비용이 높고, 안정적인 공급망도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 외식업계가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인식 변화에 기댈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인증의 의미를 알고 선택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빠르게 변할 수 있다.

바닷물 재활용 원활하게
친환경순환여과시스템
양식장 먹이 관리 철저하게
콩·생선가루 배합 사료 사용
항생제 사용 기준도 엄격하게
연어 3회 이하·새우 0회 제한

이 대표는 “지속 가능한 수산물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가 인식하고, 업계가 대응하고, 정책이 뒷받침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을 비롯해 전복, 새우 등 수산가공품에서 ASC 인증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난각번호를 확인하며 동물복지 달걀을 고르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처럼 가치소비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는 흐름은 긍정적이다. ASC는 양식장에서 암컷 새우의 성숙과 산란을 촉진하기 위해 한쪽 또는 양쪽 눈자루를 잘라내는 안병절제술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등 어류 복지 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광어 한 접시에서 시작된 질문은 멀리 이어진다. 지금까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해왔다면, 이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을 먹을 것인가’를 묻기 시작한 셈이다. 콘래드 서울의 ASC 인증 광어 요리는 그 질문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승찬 콘래드 서울 총주방장은 ‘ASC 광어 스테이크’ 외에도 연어, 새우, 전복 등 다양한 ASC 및 MSC 해산물 요리 개발에 적극적이다.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는 지속 가능한 자연산 어업에 부여되는 국제 인증이다. 호텔 내 레스토랑 메뉴 설명을 눈여겨보면 생선 그림이 그려진 작은 ASC 인증 로고를 찾을 수 있다. 콘래드 서울은 장기적으로는 100% 지속 가능 수산물 사용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장회정 선임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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