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인천] 공기 좋은 산 속은 옛말… 요양원 트렌드도 변화한다

유진주 2026. 4. 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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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구인난이 바꾼 요양 지도
‘산골 기숙사’ 버리고 ‘도심 상가’로
인천 남동구, 전국 요양원 밀집도 1위
4인실 거부하는 ‘액티브 시니어’
요양원 ‘고급화·도심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과거엔 ‘요양원’ 하면 배산임수의 명당이나 공기 맑은 강원도 산골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은퇴 후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 위치한 시설에서 남은 일생을 보낸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요양원 산업 현장의 풍경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도심 한복판, 엘리베이터만 타면 병원과 카페가 즐비한 상가 건물이 새로운 ‘효도 명당’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르신들의 취향이 변한 것일까요? 요양원이 산에서 도심으로, 다인실에서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옷을 갈아입는 데에는 거스를 수 없는 구조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구글의 AI 이미지 생성 도구 ‘나노 바나나’로 만든 생성 이미지. /경인일보

■ “월급 더 줘도 안 와요”… 산골 요양원 발목 잡은 ‘구인난’

가장 큰 원인은 지독한 ‘종사자 구인난’입니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산골까지 찾아와 일할 직원을 구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숙사를 제공해도 문화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 출퇴근을 선호하는 요양보호사와 조리원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결국 운영자들은 인력 확보가 용이한 도심 상가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달라진 가족 관계와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합니다. 과거에는 시설에 어르신을 모시면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 주길 바랐지만, 최근 노인학대 등 사회적 이슈가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사소한 진료부터 치료 방향까지 보호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시설 입장에서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가족에 잦은 방문을 요청하게 되고, 결국 ‘집 근처, 자녀 근처’ 요양원이 최우선 순위가 된 것입니다.

■ 요양원 ‘핫플레이스’ 된 인천… 왜?


요양원 운영자들은 도심 지역 중에서도 특히 ‘인천’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4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를 분석해보니 인천 지역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총 519개가 등록돼 있어 전국 7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480개)보다도 많은 요양원이 인천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기초자치구별로는 인천 남동구가 120개로 전국 광역시 자치구 중 시설 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인천 서구(104개), 인천 계양구(69개), 인천 부평구(65개), 대구 북구(62개), 인천 미추홀구(53개) 등 순으로, 상위 10개 자치구 중 5개가 인천이었습니다.

도심 중에서도 인천이 인기를 끄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가 배경이 됐습니다. 서울과 비교해 운영 비용 부담이 낮고, 수도권 배후지로서 서울·경기 등과의 접근성이 좋은 점도 요양원이 인천으로 몰리는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1인실·프리미엄 요양원 찾는 노년층 /클립아트코리아


■ 다인실에서 1~2인실로… ‘고급화’

공간의 질적 변화도 눈에 띕니다. 요양원의 내부 구조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요양원은 보통 4~6인이 한 방을 쓰던 구조였는데, 최근엔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를 갖춘 1인실과 부부가 함께 머무는 2인실 비중이 대폭 늘고 있습니다. 요양원이 단순히 돌봄을 받는 곳이 아니라 삶의 질을 유지하는 주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경제력을 갖춘 새로운 노년층이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안정적인 자산 흐름을 보유한 이들은 자녀에게 의존하기보다 ‘내 돈으로 누리는 최고급 서비스’를 택합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하면서도 사회적 관계는 유지하고 싶은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는 것입니다. 인천의 한 요양업계 관계자는 “자식을 위해 전부를 다 쓰지 않고 이제는 내 삶을 위할 것이라는 노년층이 크게 늘었다”며 “앞으로 요양원의 고급화·프리미엄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지금, 요양원은 더 이상 기피 시설이 아닌 우리 집 앞의 실버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 요양원 옥상 정원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우리가 맞이할 머지않은 미래일지도 모르겠네요.

/유진주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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