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령자를 위한 보조공학···AI 만나 가능성 확장[산업이지]

김경학 기자 2026. 4.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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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이동 때 핵심적인 보조 역할
“신체 보완 넘어 삶 전반을 돌볼 수도”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CSUN AT 2026’에서 참가자가 수어 안내가 적용된 키오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세계 최대 보조공학(Assistive Technology) 축제인 ‘캘리포니아주립대 노스리지(CSUN) 보조공학 콘퍼런스 2026’이 지난달 9~13일(현지시간)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렸다. 보조공학은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겪는 일상의 불편을 기술로 해결하고, 더 독립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 분야를 말한다.

최근 로보틱스 기반의 ‘피지컬 인공지능(AI)’이 주목받으며 보조공학 기술·제품도 급속히 발달하고 있다. AI 기술이 단순히 신체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이동이나 활동을 능동적으로 지원하고, 정서적 교감까지 가능하게 하며 사용자의 삶 전반을 돌보는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의 보고서를 보면, 올해 CSUN 보조공학 콘퍼런스에서 확인된 주요 흐름 중 하나는 AI 기술이 기존 보조공학 제품에 점진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표적인 접근성 플랫폼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는 AI 기능을 도입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 서비스는 시각장애인 사용자의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친 눈앞의 장면을 실시간으로 연결된 자원봉사자가 설명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이미지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AI가 주변 상황을 자동으로 사용자에게 설명해주고, 텍스트 등을 읽어준다.

비 마이 아이즈 관계자는 코트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AI를 보조공학에 접목한 최초의 기업”이라며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로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모든 보조공학 기업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지팡이를 개발하는 기업 ‘위 워크(WeWALK)’는 전통적인 보행 보조 도구에 센서·소프트웨어 기능을 결합했다. 초음파 센서로 사용자의 상반신 높이에 있는 장애물을 감지하고, 이를 진동이나 음성으로 전달한다. 또 스마트폰과 연동해 길 안내, 위치 기반 정보 제공 기능도 지원하고 최근에는 음성 명령 기능도 추가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보행 보조 로봇을 개발하는 ‘글라이던스(Glidance)’는 기존 지팡이나 보행 보조기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선보였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해 경로를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형태를 택했다. 기존 보조기기의 개념을 한 단계 확장한 것으로, 보행 보조 기술이 점차 능동적인 지원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니(Sony)’는 로봇 반려견 ‘아이보’로 보조공학 분야에서 정서적 지원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이보는 사용자의 행동과 반응을 학습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적 교감을 형성한다. 사용자의 정서적 안정을 지원한다는 면에서 보조공학의 적용 범위를 확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올해 한국 기업들도 제품들을 대거 전시했다. 특히 AI와 접목한 혁신 기술을 선보인 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스타트업 ‘오리누’는 즉석에서 점자 출력이 가능한 점자 워크스테이션을 선보였는데, 가정과 사무실에서 모두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LG전자는 장애인이 가전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성 솔루션을 선보였다. ‘망고슬래브’는 복약 정보 등 주요 내용을 즉시 점자 라벨로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SK행복나눔재단은 시각장애 아동용 점자 학습 장난감과 학습지 등 교육 분야의 접근성 개선 사례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올해 행사는 보조공학 분야에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녹아들며 일어나는 혁신적 변화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AI 기능이 탑재된 제품들이 기존의 한계를 넘어 사용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접근성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흐름이 명확히 드러났다”면서 “특히 시각, 이동, 음성 인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핵심적인 보조 임무를 수행하며 사용자 경험을 사용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진화시키고 있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 기업들 역시 독창적인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정교하게 결합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면서 “AI를 동력 삼아 보조공학이 기능적 확대와 접근성 개선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으며, 더욱더 실용적이고 사용자 중심적인 미래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 행사였다”고 덧붙였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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