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도 흔든 중동발 리스크 …금 팔고 원유·레버리지 담았다
레버리지와 반도체 테마에 투자자 집중
글로벌 리스크로 귀금속 저가 매수 기회 부각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투자 자금의 이동 경로가 기존 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인 금 테마가 부진한 반면 유가 상승 수혜가 기대되는 원유 선물 및 원유·에너지 기업 섹터와 단기 반등을 노린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ETF 순자산총액은 약 361조원으로 전월 대비 6.9% 감소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첫 6300선을 돌파한 이후 중동 전쟁 발발에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개인투자자들의 월간 순매수 규모 역시 전월 대비 20% 이상 줄었으며 상위 10개 대형 운용사들의 순자산도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이번 조정 국면에서 눈에 띄는 점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알려진 금과 위기 수혜주인 방산 관련 ETF의 약세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상장된 금·은 관련 ETF 13종의 순자산은 약 1조원 가까이 감소하며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이 강해지면서 이자 수익이 없는 귀금속의 투자 매력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방산 테마 역시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전반적인 지수 하락과 함께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원유 등 에너지 ETF는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한 달 동안 'KODEX WTI원유선물(H)'은 61.54%, 'TIGER 원유선물Enhanced(H)'은 57.71%, 'RISE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은 26.03%, 'KIWOOM 미국원유에너지기업'은 22.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수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를 1조4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또 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도 증시를 주도하는 반도체 관련 ETF에도 3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특정 테마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금 가격 하락과 관련 ETF 약세를 단순한 추세 이탈로 보기보다 단기 조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히려 이번 조정을 귀금속 테마의 저가 매수 기회로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중동 사태는 실질금리의 가파른 상승을 동반해 금 가격의 이례적인 조정을 불렀지만 향후 금리 우려 완화나 인플레이션 자극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며 "장기적으로도 '페트로 달러' 체제 약화에 따른 달러 대체재 수요가 겹치면서 금의 투자 매력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조치 여파로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증시에서 강한 자금 유출이 확인되는 등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이 에너지 업종으로의 수급 집중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연초 증거금 인상 등으로 조정받던 귀금속 ETF 역시 최근 투기성 매물이 소화되고 수급 안정을 되찾으면서 점진적인 반등 조짐을 나타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김호겸 기자 hkkim82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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