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대신 2, 3층 상가… 신도시 드라이브 상권 주목하라”[은퇴 레시피]

“준비가 되지 않은 투자는 끝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분양상가 사무실에서 상담받는 것을 ‘상가 공부’라고 착각하는 분이 많은데요. 그건 수영할 줄 모르는 사람이 폭풍우 치는 바다에 뛰어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빠져 죽을 수밖에 없죠.”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50)는 상가와 토지 투자 전문가로 부동산 업계에서 유명하다. 김 대표는 미니스톱, 홈플러스, GS리테일 같은 유통 대기업에서 편의점 점포 개발 업무 담당을 오래한 직장인이었다. 상권과 입지 분석, 예상 매출 산출 등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해 ‘우수사원상’을 휩쓸었고, 개인적인 부동산 투자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 “신도시 외곽 드라이브 상권 주목”
―김 부장처럼 분양상가 매입이 위험한 이유는.
“신도시나 택지지구 분양상가 10개 중 9개는 위험합니다.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분양하기 때문이죠. 보통 신도시 지구 계획안을 수립할 때 녹지 비율을 높여야 하고,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요. 결국 수익을 맞추기 위해 상가 공급 비율을 늘리는 겁니다. 점점 배후 수요(세대수)에 비해 분양가가 비싼 상가가 신도시에 너무 많이 공급되고 있어요. 공실이 생기는 이유죠.”
김 대표는 “미사, 위례, 마곡 등 인기 주거지역 상가도 덩달아 분양가가 높아졌다”며 “그러나 현실에서 인기 있는 주거지와 좋은 상가 지역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현재 경기도, 금리도 안 좋은데 어떤 상가에 투자해야 하나.
“신도시 근린상가 1층은 위험합니다. 대신 중간층에 학원이나 병원이 선호하는 상가 자리가 좋습니다. 배후에 약 1만 세대가 있고 20개 미만의 프라자상가(지상 7~10층 규모 근린상가)가 있는 곳에서 학원이나 병원이 선호하는 주동선 자리이면 임대료가 평당 약 8만 원 합니다. 그 정도 예상하고 투자하는 건 괜찮습니다. 또한 초등학교가 있는 10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내 상가 2층에서 교습소를 할 만한 투자도 좋지요.”
―왜 1층보다 2, 3층 상가를 권하나.
“1층에 들어오는 업종은 커피숍, 편의점, 화장품 등 소매점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업종은 쿠팡 같은 온라인쇼핑이 엄청난 경쟁자가 됐어요. 공실 위험이 큽니다. 비싼 1층 대신 2, 3층의 넓은 평수 상가를 사서 학원이나 병원에 임대한다면 좀 더 안정적인 월세를 받을 수 있지요. 학원이나 병원은 아직까지 온라인으로 대체되기 어려워요.”
―전통적인 도심 워킹상권(보행자 동선 주변의 상점 활성화 지역)은 어떤가요.
“도심 유흥상권 매출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음식점들이 넓은 면적을 확보하지 못하고, 주차도 프라자상가 지하에 해야 해서 매우 불편합니다. 그래서 신도시 매출 상당 부분이 차량 트래픽이 몰리는 도심 외곽 녹지지역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두드러져요.”
김 대표는 “신도시와 고속도로 IC가 연결되는 광역교통개선대책 도로 변 녹지지역에 상업시설을 지어서 임대하면 굉장히 수익이 좋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평택 소사벌지구는 배후에 1만2000세대 정도가 있는데, 인근 만세로 주변 녹지지역에 창고형 약국, 올리브영, 다이소, 버거킹, 스타벅스, 식자재 마트, 음식점 등이 다 들어와 있습니다. 전용면적 198㎡(60평) 기준으로 고깃집 월 매출이 1억 원을 넘고, 도로 안쪽 설렁탕집도 월 매출 6000만 원 정도이니까 월세가 굉장히 안정적으로 나오지요.”
김 대표는 이런 상권 변화가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가 보면 일본에 비해 소매점 매장 규모가 엄청나게 큽니다. 땅덩어리가 커서 햄버거집도 크게 짓는 줄 알지만, 그게 아닙니다. 최저임금이 높기 때문이예요. 소규모 소매점에서는 높은 최저임금을 주고 직원을 써서는 버틸 수 없어요. 그래서 매장을 크게 만들어 규모의 경제로 이윤을 뽑아내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10년 새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

“살이 찌는 체질인 사람은 탄수화물 같은 살 찌기 좋은 음식에 입맛이 당기죠. 부자가 되는 것은 단기적 기술이 아니라 장기적 습관으로 가능합니다. 습관을 변화시켜 ‘돈 찌는 체질’이 돼야 하죠.”
김 대표는 최근 ‘돈 찌는 체질’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부산 ‘교통부 철거민’을 수용한 달동네 출신인 그가 서울 사당동 반지하 셋방살이를 거쳐 어떻게 부동산 투자에 성공했는지를 담았다.
“직장생활을 할 때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세이노의 가르침’이었어요. 저자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글을 출력해서 책으로 만들어 읽었습니다. 그 책에 ‘직장과 30분 거리에 살아라’라는 말이 있었는데요. 저도 회사에서 5분 거리인 사당동 반지하방에 살면서 출퇴근 시간을 아껴 꾸준히 부동산 투자 공부를 했습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하며 넣었던 청약저축이 29세에 아파트 분양 당첨으로 돌아왔다. 이 아파트는 그의 부동산 투자 종잣돈이 됐다. 회사에서 점포 개발 업무를 하면서 상권 분석과 경매, 권리 분석을 배우게 됐고 상가와 토지 투자를 시작했다.
“회사 생활 10년 차 즈음에 제가 부동산 투자를 6건 했는데, 그중 지방에 3건이 있었어요. 그해에 쓸 수 있는 연차휴가 15일을 모두 경매와 ‘임장’, 명도 등을 하기 위해 썼지요. 그러면서도 회사 업무 성적에서는 최고 등급을 받았어요. 200명 가까운 점포 개발 담당 업무자 중 5명에게만 주는 우수사원상을 3년 연속 받았습니다.”
―주택이나 아파트가 아닌 상가와 토지 투자를 하게 된 계기는.
“2005~2007년, 3년간 집값이 너무 급하게 올랐어요. 경매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2008년에 집값 조정기가 오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2008~2013년 주택 경기가 굉장히 안 좋더군요. 투자를 잘하던 선배들도 주택 경기가 5년 나쁘니까 맥을 못 추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정부 규제도 적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가와 토지 투자에 집중하게 됐죠.”
그는 “부동산 공부는 책이나 강의를 듣는 것도 좋지만, ‘돈 찌는 체질’인 친구를 옆에 두면 더 좋다”고 말했다. 투자 모임에 가서 친구를 사귀고, 1주일에 한 번은 답사와 임장을 꾸준히 다닌 것이 “지금까지 큰 실수를 하지 않고 투자를 잘해 온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금수저로 태어나거나 높은 연봉의 전문직이 아닌 한, 현실적으로 부자가 되려면 장사를 잘하거나 투자를 잘하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이 발표한 대한민국 상위 1% 부자 기준은 순자산 33억 원이다. 연봉으로 치면 2억 원 이상. 현재 부동산 순자산이 30억 원을 넘고 연소득 10억 원 이상(개인소득+자기 지분 100% 법인소득 합산)인 그는 성공한 투자자다.
그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원 1만 번 쓰기’ 같은 걸 하라고 것은 ‘모나미의 소원’만 들어줄 뿐”이라고 말했다.

“워렌 버핏의 자산 200조 원 중 99%가 50세 이후에 쌓은 것이라고 합니다. 100세 시대인 만큼 투자 방법 배우는 것을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유튜브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너무 조급해져 빠르게 승부를 보려고 합니다. 은퇴자 주머니를 노리는 사기꾼들에게 걸려들기 쉽죠. 유튜브에는 수백만 원 강의료를 내면 공부 안 해도 강사가 찍어 주는 물건에 투자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허위, 과대 광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고가의 수강료는 물론 수천만~수억 원 대 투자금까지 날릴 위험이 큽니다.”
김 대표는 “1년 정도 열심히 공부하고, 1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답사를 다니면 스스로의 힘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실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을 하나 사서 3년 뒤에 되판다고 봤을 때, 3년이 3번 구른 9년 뒤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내고 자리를 잡으려면 10년 정도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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