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지만 엄마의 눈물에 집을 못 떠나요 [.txt]
독립 만류하는 부모님 때문이라지만
자신의 과잉 두려움도 절반의 책임
떠나든 남든, 삶은 스스로 결정해야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아홉살 평범한 여성입니다. 연애와 결혼과는 인연이 없어 가족과 직장 동료들이 제 인간관계의 전부입니다. 이 직장도 올해를 끝으로 퇴사할 예정이지만요.
저에겐 오래된 꿈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일하는 꿈이요. 20대 중반부터 준비했는데 매번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이유는 항상 엄마의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저는 나가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은 항상 제가 집에 있는 걸 원하셨고, 저 역시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님께 걱정 끼치는 게 신경 쓰여서 약속도 잘 안 잡게 되었습니다. 독립이라는 말만 꺼내면 부모님은 여자가 밖에 혼자 나가 살면 위험하다(실제로도 그렇지만요), 나가는 돈이 많다, 하면서 만류하세요. 그렇게 현실에 순응하며 살다 보니 어느덧 내년이면 40대에 접어듭니다. 일본에 가고도 싶지만, 부모님이 나이 드는 모습을 보니 내가 부모님과 몇년이나 더 같이 살 수 있겠나 생각이 들면서 또 마음이 약해져요. 그런데 이렇게 계속 부모님과 사는 게 맞는 걸까요? 나중에 정말 혼자가 되었을 때 저는 버틸 수 있을까요?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글이라도 써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메님, 저는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이해가 되지 않는 삶이라고 하더라도요. 유메님의 인간관계가 가족과 직장 동료가 전부라는 것도, 20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일하는 꿈을 준비했는데 40대를 앞둘 때까지 이루지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도, 유메님만 만족한다면 전 하나도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메님 스스로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하셨으니, 저도 조금은 아프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유메님의 상황은 엄밀히 말해 부모님의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과잉보호와 유메님의 과잉 두려움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지금까지 온 것이지요. 은연중에 부모님 핑계를 대지만 본인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나중에 정말 혼자가 되었을 때, 일본에 가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닌지가 아니라 버틸 수 있을지를 물어보신 것은 일본에 가는 일보다도 평생 부모와 떨어져 살아본 적 없는 스스로의 나약함을 더 걱정하기 때문인 듯 보입니다. 그러나 유메님은 40대를 앞두고 있어요. 나약함을 걱정하기에는 유효 기간이 지난 시점이 아닐까요. 유메님이 하루라도 빨리 지금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느 쪽으로든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꿈을 위해 행동을 시작하거나(부모님을 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부모님은 생각보다 강한 존재랍니다!) 혹은 오랫동안 품어온 꿈에 그만 작별 인사를 고하고 부모님과 함께 즐겁게 지내거나(꿈을 버리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꿈 없이 살아도 됩니다. 어떤 꿈은 사람을 한없이 황폐하게 만들 뿐입니다), 두가지 모두 좋은 선택입니다.
유메님의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 마스다 미리의 ‘누구나의 일생’(새의노래, 2024)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거니와 유메님도 일본에 관해서라면 관심이 많으실 테니 당연히 잘 아시겠지요. 이 책은 제가 여러번 읽은 인생 책 중 한권이기도 합니다.

낮에는 도넛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엔 만화를 그리는 30대 나쓰코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함께 사는 아버지와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 근무하며 만나는 동료들과 가게에 들른 손님들, 그런 주변의 일상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나가지요. 그런데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이야기의 중간에 갑작스러운 사건이 등장합니다. 유메님께서 이 책을 읽고 제가 내드리는 몇가지 숙제를 꼭 해주시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먼저 인생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서늘한 진실을 직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뒤이어 다음의 대사를 책 속에서 찾아 반복해서 읽어주세요.
“내 마음은/ 누가 결정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것은/ 평생/ 죽을 때까지/ 자기만의 것이야./ 설령 그것이/ 조금씩 모습이 바뀌어서/ 다른 사람 눈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 것처럼 보여도/ 내게는/ 같은 거야./ 오하기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장갑을 뜨기 시작했다고 해도/ 내 안에서는 연결되는 거야.”
마지막으로 나쓰코가 매일 그림을 그리며 자신과 대화를 나누던 것처럼 유메님도 자신의 불안한 내면을 솔직하게 ‘언어화’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삶이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삶이든 그것은 부모님과 상관없는 유메님만의 것이라는 것을 언어화를 거쳐 스스로 차곡차곡 배워나가 보시기를, 그 발걸음을 응원하겠습니다.
서울 명륜동에서,
부모님을 크게 울리고 독립을 시작했던 요조 드림
※당신의 고민을 들려주세요. 요조가 ‘책 처방’을 해드립니다. 제목에 ‘요조’를 달아 txt@hani.co.kr로 보내주세요.
요조 뮤지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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