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국정원, 대북송금 수사 지원·불리한 문건 누락
2022년 7월 현안대응TF 한 달간 운영
쌍방울과 경기도 연관성 밝혀내지 못해
감찰 결과 보고서에는 이 내용 빠져
2023년 2월 국정원 감찰부서 은닉 지시
수원지검, 미리 특정된 13건만 압수수색
공직기강 비서관실 관여 시도한 사실도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불법 도박 첩보 등
2023년 3월 이화영 등 재판에 제출 안해

이종석 국가정보원 원장이 윤석열 정부 당시 국정원이 수원지검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지원하고, 국정원에 파견된 검사를 통해 대북송금 수사에 불리한 자료를 숨겼다는 내용이 담긴 특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대북 송금 사건에 관여하려 한 흔적도 파악됐다고 했다.
이 국정원장은 3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석열 정부 당시 국정원이 감찰부서에 고위직을 신설해 이창현 전 검찰 수사관을 임명했고, 쌍방울 사건을 기획 감찰한 사실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창현 전 수사관은 임명된 직후인 2022년 7월부터 한달동안 '쌍방울 남북교류협력사업에 관한 국정원의 불법적인 개입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현안대응TF를 주도했다. 이 원장은 "이 TF가 쌍방울 관련 보고서와 작성자 등을 대대적으로 감찰했지만,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 여부는 감찰 결과 보고서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또 "유도윤 부장검사가 2023년 2월 국정원 감찰 부서장에 임명돼, 북한 수집 부서에 수원지검에 제출한 보고서 목록 66건 원문을 요구했고 이 중 13건을 특정한 후 압수수색에 대비해 (나머지는) 미리 비닉(몰래 감춤) 조치하라고 (같은 해) 5월 10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원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유도윤 부서장이 사전에 특정한 13건만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과정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국정원 내부 자료들은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감찰 부서가 수원지검의 긴밀한 창구 역할을 했다"며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한 감찰 기획 결과보고서는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국정원이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에 관한 자료를 선별 제출하고, 당시 이재명 경기 도지사와 이화영 부지사를 수사하던 검찰에 불리한 자료를 숨기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국정원장은 또 "윤석열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관여를 시도한 사실도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통일전선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가 조선노동당과 달리 금융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기획재정부의 유권 해석이 보도되자, 인사검증과 대통령실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시원 당시 비서관이 노동당 산하 조직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요청에 따라 황원진 당시 국정원 차장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문건, 검찰 신문조서와 박상용-서민석 전화 통화에 등장
국정원의 보고 문건은 2023년 5월 26일 박상용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를 신문한 제7회 조서에도 등장한다. 박 검사는 "국정원의(에서) 안부수가 진술한 사실이 보고된 문건이나, 김OO이 당시 김성태 회장과 회의한 회의록을 보면,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지원 대금을 북한에 대신 납부해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러면 경기도 스마트팜 지원 대금 부분을 김성태 회장이 해결해주기로 했다는 부분도 2019. 1. 17. 경에는 얘기가 나왔을 것으로 보이고, 그곳에 참석한 여러 사람들도 그렇게 진술하는데 어떤가요"라고 묻자, 이 전 부지사는 "그 부분은 제가 국정원 문건 등을 보고 좀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한다.
이에 박 검사가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위해 그 방북 비용을 김성태가 북한에 지급한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자 이 전 부지사는 "저희 경기도가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추진한 사실이 있지만, 방북 비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라고 답해 5월 17일 연어회 술파티로 이재명 지사를 엮으려던 박 검사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전날인 5월 25일 박 검사와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하던 서민석 변호사의 전화 통화 녹취록을 보면, 서 변호사는 "나는 국정원 문건 나오기 전까지는 800만 달러는 다 무죄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하자 박 검사가 "저도 뭐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일단 국정원 문건하고 (쌍방울 작성) 회의록 보면 또 생각 많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건 제3자 뇌물까지 거의 메이드 시켜버리거든요"라고 답하는 대목이 있다.

특검, 조태용 전 원장 징역 7년 구형…"국정원을 내란에 동원"
한편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21일 이뤄진다.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원장의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요청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동원해 비상계엄 상황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는 위헌·위법성이 명백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내란의 징표"라며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면 국정원장에서 물러나야 하고, 본인에 대한 수사가 예상돼 사실을 은폐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기 위해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했다"며 "윤석열과 내란 동조 세력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시켰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국정원을 내란 은폐에 동원해 기관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죄질이 불량한 점을 고려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원장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은 사후적 관점에서 판단한 것"이라며 "직무유기 등 주요 혐의에 대한 고의성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조 전 원장은 최후진술에서 "국정원이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전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며 "국정원 직원 누구도 재판받고 있지 않다는 점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비상계엄 당일 밤에 알고도 책임을 회피했다는 점이 가장 답답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객관적 사실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명시된 정치관여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등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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