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각한대로’ 만들어드립니다…디자인하우스에서 진화하는 ASIC 시대 다크호스 [그 회사 어때?]

박지영 2026. 4.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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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파이브
김종기 CSO 전무 인터뷰
삼성전자에 ‘TSMC의 브로드컴’ 역할 자부
창업 6년여만에 상장…한달만에 시총 1조원 달성
“ASIC 원하는 모든 기업의 ‘필수 파트너’가 목표”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경기 성남시 세미파이브 본사 전경[세미파이브 제공]
김종기 세미파이브 최고전략책임자(CSO) 전무 [세미파이브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TSMC 생태계에 브로드컴이 있다면,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에는 세미파이브가 있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목표가 브로드컴이었는데, 이제는 경쟁하는 수준으로 올라온거죠.”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시 세미파이브 본사에서 만난 김종기 세미파이브 최고전략책임자(CSO) 전무의 자신에 찬 말이다.

2019년 ‘시스템 반도체(SoC)를 더 싸고, 빠르고,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설립된 세미파이브는 ‘디자인하우스’라 분류되길 거부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반도체 설계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근무한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창업 당시부터 AI 시대의 개화로 주문형 반도체(ASIC)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 내다보고, 설계 전(全) 과정을 포괄하는 턴키(일괄 수주) ASIC 전문기업으로 출발했다.

세미파이브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회사를 지향한다. 김종기 CSO는 “TSMC가 반도체 제조를 플랫폼화했듯, 세미파이브는 반도체 설계를 플랫폼화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AI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며 “ASIC을 만들기 위해선 세미파이브를 무조건 거쳐가게 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전통 디자인하우스 역할 거부…‘턴키’ 전략으로 非팹리스도 고객화

기존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의 요청에 따라 도면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세미파이브는 ‘원스톱 서비스(턴키)’를 제공한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칩 스펙의 정의와 IP 선정부터 로직·물리 설계, 샘플 생산, 패키징, 테스트,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전(全) 과정을 책임지는 것이다.

팹리스만 고객으로 삼았던 기존 디자인하우스와 달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든 회사’를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와 리벨리온, 모빌린트 뿐 아니라 한화비전 등 비(非) 팹리스 기업이 대표적이다. 넓은 서비스 범위와 강력한 기술력 덕분이다.

예를 들어 한화비전처럼 반도체를 설계해 본 경험이 없어도 CCTV용 반도체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미파이브에 맡길 수 있다. 개발서비스로 타임투마켓(제품이 시장에 판매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시장을 선점하면서 고유 설루션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세미파이브 본사 한켠에는 수주한 제품의 시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세미파이브 제공]

기술 경쟁력도 강점이다. 세미파이브는 2나노~4나노 최선단 공정 대응은 물론 빅다이(Big-Die, 대면적) 및 핵심 IP(지식재산권)설계 경험까지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과 양산을 위한 모든 역량을 확보했다.

특히 삼성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 가운데 가장 많은 4나노 턴키(일괄수주) 과제를 완료했을 뿐 아니라 삼성 2세대 2나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공정에서는 DSP 최초로 턴키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세미파이브의 2~4나노 최선단 공정 매출 비중은 2022년 5%에서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41.4%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곧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 기술’인 어드밴스드 패키징 역량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3D-IC 기반 메모리 설루션 기술을 적용해 로직 다이 위에 D램을 수직 적층하는 고성능 AI 칩 개발도 세계 최초 수준으로 추진 중이다.

2029년 매출 1조원 목표…연평균 60% 성장 포부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은 가파른 성장으로 이어졌다. 신규 수주액은 2020년 57억원에서 2022년 572억원, 2025년 1684억원으로 급증했다. 현재 개발 프로젝트 약 65건, 양산 프로젝트 약 28건 등 약 93건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 신규 수주액은 2024년 45억원(전체의 4.4%)에서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550억원(59.8%)으로 1년 만에 급증했다. 미국·중국 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업 거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 11월 일본 법인도 설립했다. 현재 글로벌 고객 14개사를 확보했고, 59개사와 추가 수주를 협의 중이다.

성장세를 바탕으로 작년 말 창업 6년 7개월 만에 IPO(기업상장)에 성공했다. 디자인하우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세미파이브는 상장 한 달 만에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세미파이브 본사 한켠에는 수주한 제품의 이름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상패가 나열돼 있었다. 박지영 기자.

올해는 ‘양산 공급’ 서비스가 실적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기존 디자인하우스가 단순 일회성 용역 수행 중심이었다면, 세미파이브는 초기 설계부터 양산 공급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했다.

고객사 제품이 시장에서 팔려야만 매출이 발생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확실한 수요를 바탕으로 직접 양산을 진행하고 독점 생산권을 확보해 꾸준한 매출을 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김 CSO는 “올해 성장 모멘텀 크게 글로벌 확장과 양산 제품 증가”라며 “올해 양산 제품 램프업(생산 증가)과 개발 제품이 본격 양산 단계에 접어들면서 매출이 크게 늘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매출은 2000억원 이상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 성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인피니티리서치는 AI ASIC 시장이 2025년 920억달러(약 136조원)에서 2029년 3023억달러(약 447조원)로 3.3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9년까지 연간 약 30%의 성장을 거듭하는 것이다. 시장 확대와 맞물려 세미파이브의 매출도 증가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흑자전환에 이어 2029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평균 60% 성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CSO는 “데이터센터 뿐 아니라 스마트글래스, 모바일 등 디바이스까지 AI 전 영역에서 ASIC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미 성장 모멘텀은 시작됐다”며 “팹리스·세트업체·서비스 기업 등 누구나 자기만의 맞춤형 칩이 필요하기 때문에 폭발하는 ASIC 시장을 잡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밝혔다.

‘롤모델’ 브로드컴과 어깨 나란히…“올해 ASIC 성과 본격화”

설립 7년차인 세미파이브는 ‘롤모델’ 브로드컴이 견제할 만한 경쟁업체가 됐다고 자부한다. 김 CSO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목표가 브로드컴이었다면 작년부터 글로벌 수주가 급격하게 늘면서 브로드컴과 1대 1로 경쟁하는 유일한 회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후발주자도 등장했지만, 플랫폼 기반 기술과 IP 자산은 타사가 따라오기 어렵다고 자신했다. 김 전무는 “이미 쌓아놓은 IP 자산을 바탕으로 검증된 기술을 사용해 고객에게 안정성과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은 타 업체가 따라오기 어려운 차별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세가 커지며 사무실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7명이었던 직원은 450명 이상으로 성장했다. 사무실도 모자라 입주 건물에 공실이 나는 속속 임차 계약을 맺고 있다. 회사는 상장 자금을 바탕으로 핵심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브로드컴이 TSMC 생태계 내 주축 노릇을 하는 것과 같이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에서도 세미파이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CSO는 “한국처럼 파운드리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는 국가는 드물다”면서도 “글로벌 고객이 받쳐주지 않으면 생태계가 선순환하기 어렵다. ASIC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확장될 기회가 왔고, 적극적 고객 유치로 한국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글로벌 턴키(일괄수주) ASIC 관련 성과와 양산 매출이 본격 반영되며 회사 경쟁력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며 “올해 좋은 결과와 실적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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