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기업 청호나이스 매각 …'K-상속세' 세금 아닌 징벌일까?

정주원 기자 2026. 4.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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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통의 국내 기업 청호나이스가 상속세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해외 사모펀드에 기업을 매각했다.
사진=네이버 지도 (로드뷰) 갈무리

[우먼센스] 국내 중견기업이자 정수기 업체 청호나이스가 해외 사모펀드에 인수합병(M&A)될 전망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6월 정휘동 회장 별세 이후 약 3,000억원 규모의 상속세가 발생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인 미국 칼라일에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호나이스는 1993년 설립 이후 세계 최초로 얼음 정수기를 출시하며 업계를 선도해온 토종 기업이다. 30여 년간 흑자 경영을 이어왔으며, 2024년 기준 매출 4,782억원, 영업이익 650억원을 기록했다.

정 창업주 별세 이후 지분 75.1%에 대한 법정 상속은 배우자 이경은 회장과 장남 정상훈 씨가 각각 1.5대 1 비율로 승계받게 된다. 이를 환산하면 배우자 약 60%, 장남 약 40% 수준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구간에는 최고 50% 세율이 적용되며, 최대주주 주식에는 20% 할증 평가가 더해진다. 이에 따라 실효세율은 최대 60% 수준에 달해, 상속세 규모는 2,0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을 매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 채소 종자 시장 점유율 1위 농우바이오를 비롯해 콘돔 제조사 유니더스, 손톱깎이 업체 쓰리세븐(777) 등도 창업주 별세 이후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을 넘긴 바 있다.

세금 폭탄 /사진=나노바나나프로

'OECD 중 최고' 상속세에 최대주주 할증까지 60% 

청호나이스와 같은 사례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국의 상속세를 살펴봐야 한다. 상속세율과 과세 방식, 공제 한도, 이중과세 문제가 얽혀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명목 기준 50%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 20%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현행법상 한국의 상속세율은 일본(55%)에 이어 OECD 2위 수준이나 최대주주 할증을 더하면 실질 세율은 사실상 최고 수준이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프랑스 45%, 미국ㆍ영국 40%, 독일 30%이며, 홍콩과 싱가포르는 상속세가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세수는 1.59%로, OECD 평균(0.36%)의 4.4배에 달한다 다.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의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유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을 기준으로 유산세를 적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포함 4개국(미국, 영국, 덴마크)이다. 나머지 20개국은 유산취득세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2025년 세법 개정에서 유산취득세 도입을 추진했으나,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같은 10억원을 상속받더라도 유산세 적용하면 전체 재산 규모에 따라 최고세율이 적용될 수 있지만, 유산취득세에서는 개인이 받은 금액 기준으로 세율이 결정된다. 

아파트 / 사진=나노바나나프로

상속세 왜 이럴까? 30년 전 기준 공제 한도ㆍ이중과세 논란

현 상속세의 공제 기준은 현실과 동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공제 최소 5억원이다. 1997년에 설정된 이후 3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그 사이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026년 3월 12억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상속세 과세 인원은 2000년 1,389명에서 2023년 19,944명으로 14배 가량 늘었다. 과거 대기업 오너의 전유물이던 상속세가 서울에 자가를 보유한 일반 가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오너의 경우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상속세를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이중과세 논란이다. 소득세와 상속세는 별개의 세목이지만, 과세 대상이 되는 부(富)의 원천은 동일하다. 피상속인이 벌어들인 소득의 세금을 내고, 재산을 상속할 때 자녀는 상속세를 부담한다. 같은 돈에 두 차례 과세되면서 실효 세율은 80%에 가깝다. 사실상 재산 대부분에 이른다.

OECD 국가의 경우 상속세가 높은 나라는 소득세가 낮고, 소득세가 높은 나라는 상속세가 낮은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소득세와 상속세가 모두 높은 예외적 사례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상속세의 본래 취지는 부의 불균형 해소였지만 지금은 기업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도 상속세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중견·중소기업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크다"고 말했다.

상속세, 과연 몇%가 합리적일까 /사진=나노바나나프로

K-상속세 대안 '자본이득세' 

일각에서는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의 도입을 제기한다. 자본이득세는 개인이나 기업이 투자자산을 매각할 때, 원금 대비 상승한 자산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 자산이 매각되지 않은 자산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식 가격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매각하지 않는 한 세금은 부과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산을 팔지 않는 한 세금 납부가 미뤄지는 과세 이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부자들의 감세 우회로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오문성 교수는 "세금을 줄이는 것이 아닌 과세 시점과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이득세는 실제로 자산이 늘어난 시점에 과세하는 것이므로 징수 시점과 납세자의 납부 능력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즉, 청호나이스의 사례처럼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와 호주, 스웨덴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바 있다. 캐나다는 1972년 세계 최초로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순간 모든 자산을 시가로 처분한 것으로 간주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 과세 시점이 사망 시점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하지만, 과세하는 금액의 기준이 다르다. 한국이 재산 전체의 평가액에 과세하는 반면 캐나다는 처음 매입한 가격 대비 오른 차익에만 과세한다.

호주는 자본이득세의 본래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 상속인이 자산을 실제로 처분하는 시점에 과세한다. 예로 아버지가 10억원에 산 부동산을 아들이 상속받아 30억원에 매도했다면 차익 2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또 스웨덴은 호주와 유사한 방식을 채택하되, 세율을 일괄 30%로 단순화했다. 

위 사례 역시 국내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캐나다는 동일 재산에 대한 이중과세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호주는 농민과 소규모 사업자가 가업승계에 실패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스웨덴은 상속세율 70%를 감당하지 못한 기업 IKEA·테트라팩 창업자가 해외로 이탈했다. 한국과 같은 겪으면서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정부-기업-국민 상생 이미지/ 사진=나노바나나프로

상속세 개편…'부자 감세' 정서가 가장 큰 걸림돌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납부한 상속세는 12조원이다. 이는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 상속세의 3배가 넘고, 선대인 이건희 회장이 납부한 상속세(176억원) 보다 680배가 많다. 세계 최대 규모였다.

삼성가 유족들은 5년에 걸쳐 주식 매각과 배당금,, 대출 등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는 삼성그룹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같은 구조의 세금이 연매출 수백억원대 중견·중소기업에 부과된다면 사실상 선택지는 매각뿐이다.

상속세의 본래 취지는 부의 불균형 해소다. 그러나 OECE 국가 중 높은 상속세율을 수십 년간 유지했음에도 자산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수인 지니계수는 2024년 기준 0.6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역효과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오 교수는 "부자 감세라는 정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장기적으로 상속세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상속세·증여세가 완화되면 묶여 있던 기업의 자금이 투자로 전환되고, 이는 소득세·법인세 등 다른 세금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주원 기자 jungjuwon05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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