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유에만 집착해요?"…당신이 몰랐던 서울우유의 비밀

김정우 2026. 4. 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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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급감하는 흰 우유 소비
경쟁사들 탈 우유 움직임 가속화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우유'로 정면 돌파 선언
전략 선택이 아닌 협동조합이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

 

사진=연합뉴스


‘탈(脫)우유’. 최근 유업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이렇게 요약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식생활 변화로 흰 우유 소비량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흰 우유’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신사업에 눈을 돌리며 발 빠르게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우유 시장의 ‘부동의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만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쟁사들과는 달리 오로지 본업인 우유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전략 선택이 아닌 ‘구조적 한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울우유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달리 낙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협동조합이자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가 녹록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흰 우유 소비량이 계속해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울우유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협동조합이라는 구조적 한계

실제로 서울우유를 제외한 경쟁사들은 수년 전부터 우유 외 사업으로 눈을 돌리며 본업 비중을 줄여왔다. 저출생과 식생활 변화로 우유 소비량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 주목한 것이다.

최대 라이벌인 매일유업만 보더라도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서며 결국 우유 비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매일유업은 2018년 단백질 브랜드 ‘셀렉스’를 앞세워 성인 영양식 시장을 개척했다. 이 브랜드는 2025년 기준 누적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매일유업의 새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또 오트 음료, 외식 사업 확대에 열을 올리며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60%가량으로 낮췄다. 남양유업도 단백질 음료, 디저트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우유류 매출 비중을 54%대로 줄인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우유의 경우 총매출 중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가 넘을 만큼 절대적이다. 문제는 우유 소비량 감소폭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낙농진흥회가 집계한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kg. 전년(25.3㎏)보다 무려 9.5% 감소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약 40년 만에 최저치다. 우유 비중이 절대적인 서울우유에 점점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이 탈우유에 사활을 거는 동안 서울우유가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지 못한 데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고 입 모아 말한다. 독특한 내부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우유는 1500여 명의 낙농가가 모여 만든 이른바 ‘협동조합’이다. 즉 서울우유의 주인은 낙농인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주주 이익 극대화가 목적인 일반 기업과 달리 서울우유의 존재 목적은 조합원이 생산한 원유를 전량 수매하여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사들과 같이 원유 소비와 상관없는 비유제품 사업이나 우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음료(귀리·아몬드유)에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서울우유의 주인인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즉 수익성보다 ‘원유 소비 촉진’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우선시되는 구조적 특성이 사업 다각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컨대 올해 우유 소비가 급격히 준 상황에서도 서울우유가 내세운 전략은 ‘탈우유’가 아닌 ‘우유의 프리미엄화’를 앞세운 정면 돌파였다. “고품질 원유 기반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이 내놓은 올해 핵심 경영전략이다. 더욱 질 좋은 우유를 만들어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얘기다.

최근 5년간 약 8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A2+ 우유’가 그 결정판이다. 일반 우유와 달리 배앓이 유발 성분이 적은 A2 단백질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전용 목장을 구축하고 젖소 라인업을 교체하는 등 사활을 걸었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모든 우유 제품을 A2 원유로 전환하겠다는 파격적인 목표를 세우며 승부수를 띄웠다.

다른 먹거리를 찾기보다 본업인 우유를 더 비싸고 좋게 만들어 팔겠다는 정면 돌파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유 소비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인구 구조적 위기 상황에서 제품 고도화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압도적인 점유율도 발목

물론 그간 서울우유가 사업 다각화 시도를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우유는 과거 유제품 디저트 카페 ‘밀크홀1937’을 론칭하며 외식업 진출을 꾀했다. 하지만 전문 경영 노하우 부족과 브랜드 경쟁력 열위로 인해 큰 수익을 내지 못했고 결국 주요 매장을 하나둘 폐점하며 사업을 철수한 상태다.

여기서도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과감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일반 기업과 달리 서울우유는 조합장 선거 등 정치적 역학 관계가 작용하는 협동조합 특성상 실패 리스크가 큰 신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또한 사업 다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우유는 국내 흰 우유 시장점유율 약 45%를 기록하며 매년 1조원 후반대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기록하다 보니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경쟁사들에 비해 사업 다각화에 대한 절박함이 덜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유 소비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난 1월부터 미국산 유제품의 수입관세가 전면 철폐됐고 7월부터는 유럽산 관세율도 사실상 사라진다.

이로 인해 ‘가성비’를 앞세운 저렴한 수입 멸균유가 대거 밀려오는 상황이다. 서울우유의 ‘본업 집중’ 전략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서울우유가 조합원 설득을 통해 유제품을 넘어선 바이오, 건기식 등 연관 산업으로의 확장을 얼마나 빠르게 이끌어내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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