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이 그린 가능성의 지도 …그 빈칸을 채우는 것은 교육
30여년간 수천 쌍의 쌍둥이 추적
유전과 환경이 미친 영향 등 분석
“유전은 인간 기본 설계도와 같다
교육은 그 잠재력 발현 돕는 과정”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 안도 주코/ 허영은 옮김/ 알레/ 2만2000원



사교육 효과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비슷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집중적인 사교육을 받을 경우 단기적으로 성적이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일정 수준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는 교육이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무한히 확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교육은 ‘창조자’라기보다 ‘증폭기’에 가깝다.
음악과 스포츠 영역에서도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드러난다. 절대음감을 지닌 아이들 상당수가 음악적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모든 음악가의 자녀가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반복적인 훈련과 환경적 지원을 통해 뛰어난 연주자로 성장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타고난 신체 조건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체계적인 훈련과 코칭이 없다면 그 잠재력은 쉽게 발현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종합해 “유전은 가능성의 범위를 정하고, 교육은 그 범위를 어디까지 실현할지를 결정한다”고 정리한다. 예컨대 키가 클 유전적 가능성을 지닌 아이도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를 겪을 수 있다. 반대로 평균적인 조건을 가진 아이도 적절한 환경과 꾸준한 관리 속에서 충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교육은 바로 이 ‘가능성의 실현 과정’에 깊이 개입한다.
이 같은 메시지는 오늘날의 교육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성적과 입시 경쟁에 매몰된 사회에서는 “노력하면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구호가 반복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믿음이 때로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 전가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슷한 노력을 기울이고도 서로 다른 결과를 얻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의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교육의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한다. 교육은 모든 사람을 동일한 결과로 이끄는 도구가 아니라,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교육은 유전을 완전히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유전이 그려놓은 가능성의 지도를 얼마나 풍부하게 채워갈지는 교육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환경이며, 강요가 아니라 기회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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