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리스크가 덮은 원화의 체급…1500원 환율의 착시

3월 31일 원·달러 환율은 1530.1원으로 정규장을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중동 상황 진정을 반영하며 소폭 반락하는 흐름이다. 상상인증권은 ‘4주 이상의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과거 트렌드를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1525원까지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환율 급등 후 소폭 진정세
기본적으로 전쟁은 당사국들의 통화 가치를 절하시키는 요인이다. 비당사국인 한국의 원화 역시 중동 무력 분쟁에 대체로 약세로 반응해 왔다. 가장 최근 있었던 2025년 6월 이란-이스라엘·미국의 12일 전쟁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24원 급등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의 높은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와 분단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달러화의 강세 원인은 전쟁으로 인해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수요 증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정리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중동 무력 이슈 발생 후 원·달러 환율은 90일 전후까지 쉽게 레벨을 낮추지 못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번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높은 수준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할 것으로 판단해 전쟁 격화 시나리오의 환율 상단으로 1525원을 제시한 바 있다.
2024년 10월 이란-이스라엘 2차 교전 당시 원·달러 환율이 약 5~6% 상승한 바 있는데 이때는 트럼프 트레이드, 한은 금리인하 개시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분쟁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전례 없는 변수가 추가된 만큼 분쟁 직전 수준(약 1440원) 대비 유사한 폭의 상승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환율은 제시한 상단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까지 급등했다. 상단 전망 근거는 과거 트렌드에 기반한다.
2000년 이후 중동 무력 이슈 발생 직후 원·달러 환율은 30일간 평균 2% 내외의 상승을 기록했고 단기간에 환율이 가장 급등한 사례는 2024년 10월 이스라엘-이란 교전 시점으로 4주간 약 6%의 상승을 나타냈다.
이번 전쟁은 과거 대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가능성이 높아 최대 상승폭인 6%를 전쟁 개시 시점(2월 28일, 1439원)에 대입해 4주 후 환율 상단을 1525원으로 제시했다.
이번 전쟁의 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이 과거 대비 확대된 배경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차별적 요인이 존재한다. 여타 중동 무력 분쟁과 달리 이번 전쟁에서는 호르무즈해협이 실제로 봉쇄되면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외환시장에 한층 큰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15개 휴전 조건과 이란 측의 5가지 요구사항은 상충되는 부분이 다수 존재해 양측의 양보 없이는 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한 구도다.
다만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보다 큰 쪽은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다. 이는 미국의 일방적 종전 선언 이후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따라서 전쟁의 조기 종료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러나 설령 미국이 철수하더라도 합의 없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즉각 해제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 해군 강습상륙함과 해병대 병력이 중동으로 추가 전개 중이며 예측 시장에서는 4월 말까지 미군의 이란 지상 투입 확률을 과반을 상회하는 56%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확대가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유가증권 순매도를 촉발하고 환율 하방 경직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강한 환율 되돌림, 하락 전망

환율 안정의 선결 조건은 중동 전쟁 상황의 완화다. 현재 확전보다는 진정 또는 종전 가능성이 부각되는 흐름이나 미국과 이란 간 실질적 협상 소식은 아직 부재하여 중동 리스크의 완전한 해소가 가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중동 상황을 차치하고 6개월 평균 무역수지와 한·미 기준금리차를 활용한 당사 환율 모델 기준으로 보면 현재 달러·원 환율의 고평가(원화 저평가) 폭은 매우 크다. 특히 올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1분기 누적 무역수지가 498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직전 10년간 연평균 흑자 규모인 438억 달러를 이미 상회한 상황이다.
미국과의 기준금리차가 -1.25%포인트로 유지되는 가운데 3월 257억 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반영할 경우 3월 적정 환율은 1158원대로 산출된다.
물론 3월 무역수지 흑자의 주된 원인에는 중동산 에너지 수급 차질에 따른 에너지 수입 감소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 또 3월 이후 상승한 유가로 인해 교역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 수준의 흑자 유지는 쉽지 않다.
더불어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 외국인의 국내 유가증권 매도, 대미 투자 증가 등 수급 측 환율 상승 요인이 반영되면서 2025년 이후 모델 추정치가 실제 환율을 지속적으로 과소추정하는 기조가 확인됐다.
이는 200원 내외의 수급 프리미엄으로 판단되며 이를 감안하더라도 펀더멘털 대비 원화가 뚜렷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은 특정 환율 레벨을 목표로 하지 않으나 최근과 같은 환율 쏠림 국면에서는 환율의 하락폭을 키우는 방향의 외환시장 미세조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고 연기금을 통한 전략적 환헤지 비율 확대 등 정책적 공조가 병행될 여지도 크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은 4월 중 종전을 가정할 경우 1530원 선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전쟁 발발 직전 레벨인 1440원을 하회하는 급격한 되돌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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