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본 우승 너무 부러웠는데…” 이제 직접 ‘우승 조각’ 되려는 양홍석이 전한 진심

[바스켓코리아=수원/김채윤 기자] ‘최고 연봉자’라는 타이틀에는 기대와 책임이 뒤따른다.
그리고 그 기대와 책임을 짊어진 양홍석(197cm, F)이, 12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발판 삼아 다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창원 LG는 3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수원 KT를 87-60으로 완파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사실 양홍석의 전역 후 행보는 세간의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팀 내 최고 연봉자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복귀했지만, 긴 부상 공백 탓인지 좀처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전매특허였던 공격 본능은 무뎌졌고,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 속에 자신감까지 떨어진 모습이 역력했다.
배경은 이렇다. 조상현 감독 체제의 LG는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를 지향하는 팀이다. 공격에서의 해결사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팀 컬러인 수비 조직력에 녹아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래서 조상현 감독은 양홍석의 복귀를 두고 ‘보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상무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곧바로 정상 컨디션을 찾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결과보다 시간을 전제로 한 기대였다.

아이러니한 상황도 양홍석을 괴롭혔다. LG는 양홍석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같은 포지션의 칼 타마요(202cm, F)와 함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팀의 최고 연봉자’로 돌아온 그에게 쏠린 시선은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군 복무 중 겪은 부상 여파까지 겹치며 입지는 더욱 애매해졌다.
하지만 양홍석은 흔들리는 대신 자신을 낮췄다. 지난 1월에 있던 이야기다. 공격에서 어려움을 겪던 그는 벤치로 물러나며 조상현 감독에게 뜻밖의 한마디를 건넸다. “감독님, 수비나 리바운드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공격 성향이 강한 스타 플레이어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말. 당시 정인덕(195cm, F)과 타마요가 공격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던 상황에서, 양홍석은 욕심 대신 팀의 빈틈을 채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처절한 사투도 계속됐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양홍석은 슛 난조에 시달리던 시기, 원정 경기 당일 새벽에도 홀로 체육관에서 슛 연습을 반복했다.
조상현 감독 역시 이를 알기에 “지금 당장은 부진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 홍석이가 해줘야 할 몫이 분명히 있다”라며 신뢰를 보냈다. 물론 “아직 부족하다. 지금보다 더 해줘야 하는 선수”라는 말도 항상 덧붙이지만, 믿음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우승 확정 후 만난 양홍석은 “시즌 도중에 팀에 합류해서 이렇게 우승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 내가 전역하고 그렇게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항상 옆에서 좋은 말씀 해주시는 감독님, 코치님, 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라며 웃었다.
이어 “솔직히 정규리그에 내가 한 게 없다. 군대에서 우승을 봤을 때 진짜 많이 부러웠다. 이번에는 꼭 같이 우승해서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플레이오프 때는 꼭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며 몸을 낮췄다.
자신을 믿어준 팬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중간에 들어와서 아직 팀에 잘 녹아들지 못하고 있지만, 항상 응원해 주시고 좋은 말 해 주시고 잘 챙겨 주시는 세바라기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응원 해 주시는 세바라기 덕분에 이렇게 열심히 운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원하는 목표인 통합 우승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한편,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좋은 지도자는 뭘까?”라는 질문에 조상현 감독은 “내가 좋은 지도자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전하자 양홍석은 “감독님은 화도 많이 내시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성적을 잘 내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님은 좋은 지도자가 맞다. 작년에 챔프전 우승도 하고, 올해 정규리그 우승도 만드셨기 때문에 감독님이 내시는 화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웃음). 만약에 화를 안 내고 우승을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화를 내시고 우승도 하시기 때문에 좋은 지도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말과 다르게 경기 중에는 여전히 감독의 호통에 주눅드는 모습도 보이는 양홍석이다. 양홍석은 웃으며 “아니 아직… 간혹 적응이 좀 안 되긴 한다(웃음). 그래도 아까 말한 것처럼 그 화가 성적으로 잘 이어지기 때문에 토 달게 없다. 화내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제 정규리그는 두 경기가 남았고, LG는 더 먼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양홍석이 ‘최고 연봉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짜 가치를,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 제공 = KBL
Copyright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