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부천 팬들 울분 쏟아내는 '연고지 더비'... 그런데 상대가 이상하다[프리뷰]

김성수 기자 2026. 4. 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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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K리그에는 '연고 이전'이라는 키워드로 악연을 맺은 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FC안양과 서울, 부천FC와 제주 SK다.

3월 A매치 기간을 마친 이번 주말, 안양과 서울, 부천과 제주가 모두 맞대결을 펼치는 K리그가 돌아온다. 그런데 안양과 부천 입장에서 상대팀의 상태가 서로 다른 의미로 이상하다.

지난해 8월 사상 처음으로 FC서울을 꺾었던 FC안양. ⓒ프로축구연맹

제주와 부천은 4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안양과 서울은 5일 오루 2시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서 맞대결을 갖는다.

부천과 제주 사이에는 되돌릴 수 없는 깊은 앙금이 있다. 원래 부천을 연고지로 하던 SK 축구단이 2006년 부천을 떠나 제주로 연고지 이전을 했기 때문. 당시 부천을 떠나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있었고 그 앙금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았다.

이후 부천에는 시민축구단인 부천FC가 생겨났다. K리그2까지 참가했지만, 제주가 줄곧 K리그1에 있었기에 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가 2020시즌 K리그2로 강등되면서 같은 무대에서 만나게 됐고 드디어 두 팀 간의 사상 첫 대결이 열렸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도 일방적이었다. 제주는 2020시즌 K리그2 소속 당시 부천과 3번의 리그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특히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두 차례 원정경기에서 모두 이겼다(2020년05월26일 1-0 승, 2020년09월19일 2-0 승). 부천 입장에서는 한스러운 결과였다.

두 팀이 관중 앞에서 맞붙은 것은 지난해 4월16일 코리아컵 3라운드가 처음이었다. 2020년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열렸다. 마침내 경기장에서 제주를 마주하게 된 부천 팬들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다린 경기. 당시 부천 현장 취재진 숫자 역시 평소의 홈경기의 몇 배를 이뤘다.

부천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리그 경기 때보다 더 우렁찬 목소리, 더 활발한 깃발 응원으로 선수단을 맞이했다. 이어서 킥오프와 함께 펼친 걸개의 메시지는 '우리는 남았고 부천은 살아남았다'였다. 응원하던 팀이 다른 곳으로 떠났지만, 남아 있던 팬들이 지금의 부천FC를 만들었다는 의미. 이후에는 "연고 이전 반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전의를 불태운 부천은 후반 40분에 터진 이의형의 결승골 덕에, 반드시 이겨야 했던 제주와의 대결에서 네 번 만에 승리하며 환호와 함께 코리아컵 16강으로 향했다. 이후 부천이 2025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를 꺾고 K리그1 승격을 이루며 올 시즌부터 1부리그에서 제주와 맞불게 됐다.

제주 SK에게 메시지를 전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부천FC 팬들. ⓒ부천FC

한편 교통체증이 없을 시, 상대의 경기장에 자동차로 약 30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안양과 서울도 사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다. '연고 이전'과 '연고 복귀'라는 말을 앞세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팀의 시간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을 홈으로 쓰던 안양 LG는 2004년 서울로 갑작스레 연고를 옮기고 FC서울로 이름을 바꿨다. 안양 축구 팬들은 하루아침에 응원 구단을 잃은 것. 그 팬들이 이후 9년 동안 결집해 한 목소리를 내며 만들어낸 시민구단이 바로 2013년 창단한 FC안양이다. 그렇기에 서울을 향한 안양의 마음은 고울 수가 없었다. 반면 FC서울은 단순 연고 이전이 아닌 프로축구연맹의 서울 연고 공동화정책에 따른 안양으로의 연고 이전과 서울로의 연고 복귀가 사실이라고 말한다. 두 구단의 의견 일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안양이 2024시즌 K리그2 우승을 하며 2025시즌 처음으로 프로축구 1부리그인 K리그1에서 서울과 맞붙게 됐다. 해당 시즌 전적은 1승1무1패 동률. 지난해 8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안양이 처음으로 서울을 꺾었을 때, 안양 팬들로 가득 찬 원정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토록 골이 깊은 '연고지 더비'가 6라운드에 한꺼번에 열린다. 현재 부천은 1승3무1패(승점 6)의 5위, 안양은 1승2무2패(승점 5)의 8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리그 초반인 만큼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겠지만, 그래도 나름 안정적인 출발을 보인 두 팀이다.

FC서울의 개막 4연승과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김기동 감독. ⓒ프로축구연맹

그런데 두 팀의 상대들이 이상하다. 한 팀은 너무 잘하고, 한 팀은 너무 부진하다.

안양이 상대할 서울은 비록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는 1,2차전 모두 패해 탈락했지만 리그에서 기세가 무섭다. 인천-제주-포항-광주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로 개막 4연승을 달리며 1위를 질주 중이다. 김기동 감독 3년 차를 맞이해 동계 훈련부터 칼을 간 서울이 시즌 초반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 체제서 새출발한 제주는 5경기 동안 2무3패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2라운드 안양 원정과 3라운드 서울과 홈경기 모두 추가시간에 상대에게 결승골을 내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만하다.

서울에게 걱정, 제주에게 위안이 될 만한 사실도 있다. 1위 서울은 잔뜩 벼르고 있는 안양의 안방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고, 최하위 제주는 그나마 원정팀이 지리적으로 힘들어하는 홈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다.

사상 처음으로 K리그1에서 '연고지 더비' 두 경기가 모두 열리고, 모두 같은 라운드에 열리는 주말. 어쩌면 초반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두 충돌이 머지않았다.

지난해 8월 FC서울을 처음 꺾고 팬들과 함께 기뻐하는 유병훈 FC안양 감독. ⓒ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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