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석 백업’ 해답 된 한상혁, “준비돼 있으면 기회는 온다”

[바스켓코리아=수원/김채윤 기자]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동시에 가장 쉽게 핑계가 되기도 한다. “준비는 됐는데 기회가 없다”라는 말은 익숙하다. 하지만 기회와 준비 중 무엇이 먼저냐를 따지는 논쟁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기회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찰나를 자신의 시간으로 바꿔내는 건 결국 준비된 사람의 몫이다. 이날의 한상혁(183cm, G)이 그랬다.
창원 LG는 3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수원 KT를 87-60으로 완파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12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되찾은 정규리그 정상.
한상혁은 약 두 달 만에 10분 이상을 소화하며 7점 4어시스트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양준석(180cm, G)의 휴식 시간을 벌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올 시즌 내내 선두를 지킨 LG에는 ‘양준석의 백업 구하기’라는 숙제가 있었다. 양준석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준석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평균 34분 23초를 소화했다.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동시에 ‘대체 불가’라는 한계를 직면한 시리즈기도 했다.
시즌 도중 윤원상(181cm, G)이 전역했고, 신인 김선우(172cm, G)와 김준영(178cm, G)이 합류했지만, 촘촘한 순위 경쟁 속에서 조상현 감독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LG는 이 과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시즌을 끌고 왔다. 양준석은 평균 29분 9초를 책임졌고, 체감되는 부담은 그 이상이었다. 실제로 이날 경기 전까지 20분 이하 출전 경기는 단 네 차례뿐.

선택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상혁은 꾸준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양준석의 휴식 시간을 벌면서도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했기에, 사령탑 입장에서는 ‘불안함’이라는 꼬리표를 지워야 기회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한상혁은 시즌 내내 짧게 주어지는 기회 속에서도 과감한 돌파와 슛으로 공격의 혈을 뚫어냈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만난 한상혁은 “진짜 너무 좋다. 우승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믿고 기용해 주셔서 내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라며 웃었다.
이어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기뻤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또 다르다. 조상현 감독님 부임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이라 더 간절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시는 걸 옆에서 봤기 때문에, 감독님이 꼭 감독상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LG는 베스트5 중 세 명이 2001년생일 만큼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팀이다. 이런 구조에서 중고참들이 출전 시간 욕심을 앞세우면 팀은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조상현 감독 역시 이 점을 짚었다. 그는 “상혁이, (허)일영이, (장)민국이 같은 중고참들이 배려를 정말 잘해줬다. 어린 선수들이 중심인 팀인데, 고참들이 욕심을 냈다면 지금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한상혁을 향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잘 이겨내고 있다. 머리가 좋은 선수다. 오늘처럼만 해준다면 준석이 백업에 대한 고민은 없다”라며 신뢰를 드러냈다.
한상혁은 “힘들다기보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믿었다. 그걸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직접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몸 상태도 좋고, 내가 해야 할 역할도 잘 알고 있다. 내가 20~30분씩 뛰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양)준석이가 쉴 때 나와 (윤)원상이가 그 시간을 잘 메워준다면 플레이오프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나가던 아셈 마레이(204cm, C)가 인터뷰 중인 한상혁을 향해 “나를 외국선수 MVP로 어필해달라”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LG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리고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LG와 한상혁은 이제 더 먼 곳을 바라본다.
한상혁은 “정상을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 우리 팀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 이 좋은 흐름을 플레이오프까지 이어가고 싶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팬들을 향해서는 “오늘도 많은 팬분들이 찾아와 주셨다. 홈에서 한 번 더 세리머니를 한다고 들었다. 그때도 함께 즐기고 싶다. 원정에서는 홈처럼 만들어주시고, 홈에서는 터질 듯한 응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다. 우리 팬들이 KBL 최고라고 생각한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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