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아시아 퍼즐’ 완화, 일등공신은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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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세계적인 화젯거리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올해 1월 초 유튜브에 출연해 “인구 구조가 무너지면 나라를 지킬 젊은 사람이 없어진다. 나중에는 한국에 보행기를 탄 노인만 가득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북한은 침공할 필요도 없이 그냥 걸어서 국경을 넘으면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으로 8년 연속 감소세였다. 2023년 수치는 그해 세계 최저치였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숫자다.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것은 한 세대가 지났을 때 출생아 수가 지금 낳는 수준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머스크가 지적한 것도 이 부분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수년 후에는 세계인의 관심이 중국 혹은 대만에 맞춰질 것 같다. 왜냐하면 두 나라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서운 속도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793만 명으로, 1949년 건국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합계출산율은 2020년 1.3명이 깨졌다. 특히 2024년은 용띠해로, 중국에서 매우 길하게 여겨지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도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만 경제는 8.68%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신생아 수는 2023년 13만5571명, 2024년 13만4856명, 지난해 10만7812명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88명, 2024년 0.86명, 지난해 0.72명으로 추정되어 한국보다 더 낮은 게 확실해 보인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개선세가 뚜렷하다. 출생아 수는 2023년 23만 명을 저점으로 2024년 23만8000명, 그리고 지난해 25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을 기록한 후 2024년 0.75명, 그리고 지난해 0.80명으로 회복되었다. 물론, 매우 낮은 숫자로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학자들은 동아시아 퍼즐의 원인을 유교 문화의 전통에서 찾는다. 성(性)에 대해 지나치게 엄숙한 데다, 삶의 만족보다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혼외 출산을 일종의 죄악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선진국의 혼외 출산 비율을 조사하면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가 최하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은 동아시아 퍼즐의 사슬에서 탈출하는 듯한 최근 모습이다. 혼외 출생 비율이 2016년(1.9%)부터 9년 연속 최고치를 고쳐 쓰며 2024년에는 5.8%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2017년 혼외 출생아는 7000명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만3800명으로 거의 2배 늘어남으로써 저출산 흐름을 반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혼외 출생아 증가 등 문화적인 변화만큼 중요한 변화는 혼인 건수 증가다. 최근 지표에 나타나는 것처럼 혼인이 늘어난 다음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출산율의 반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혼인 건수가 24만 건을 넘어선 만큼, 올해에도 출생아 수의 증가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비혼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혼인 건수의 증가가 나타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해답은 ‘결혼 기간별 출생아 수’ 변화 통계에 숨겨져 있다. 2022년 결혼 2년 미만 부부의 출생아 수는 7만5800명, 그리고 2~5년차 부부의 출생아 수는 9만8700명이었다. 즉 결혼을 하자마자 아이를 갖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보낸 후에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 가정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결혼 2년 미만 신혼부부의 출생아 수가 8만7200명으로 늘어났고, 전체 출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1%에 이르렀다.
혼인 건수가 많아지고,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갖는 가정이 늘어난 것은 ‘신생아 특례 대출’ 등 강력한 인센티브 덕이 크다. 특히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신축 아파트 청약 경쟁을 돌파하는 데 ‘신생아 특별 공급’이 강력한 무기로 작용함은 물론이다.
지난 2023년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저출산 원인이 ‘강력한 경쟁 압력 및 높은 주택 가격’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강력한 경쟁 압력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주택 구매 인센티브는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 당국이 강력한 부동산 억제 대책을 추진하는 중이라 신혼부부에게 제공되는 각종 인센티브의 중단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미래를 뒤흔드는 중대사라는 점을 고려해 더욱 강력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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