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취업 하려는 北개발자, 화상 면접 보니 앳된 얼굴이…
“AI 이용해 음성 변조, 경력 조작
이력서만 보면 이 사람이다 싶어”

“마치 프롬프터를 읽는 정치인 같았는데,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게 분명했어요. 이 사람이다 싶었죠.”
미국 버지니아주(州)의 사이버 보안·정보 분석 업체인 니소스(NISOS)의 채용 담당자들은 지난해 개발자로 지원한 ‘조(Jo)’와 화상 면접을 한 뒤 이렇게 입을 모았다. 완벽해 보이는 이력서와 달리 화면 너머의 조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플로리다에 살고 있다던 조는 “최근 ‘허리케인 조지’가 지나갔다”고 하니 화면 밖을 바라보며 잠시 멈칫한 뒤 “우리 집은 괜찮다”고 했다. 조는 화면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로그아웃했다. 조가 위장 취업을 시도하는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라는 심증이 확신으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니소스는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조에게 노트북을 보내고 원격 업무를 맡겨 최소 20명의 북한 요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이는 네트워크를 적발했고 추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북한 IT 인력이 서방 기업을 대상으로 사기 취업을 시도해 원격 개발자로 일한 사례가 전년 대비 220%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탈취한 외화는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쓰인다. 라이언 라살르 니소스 최고경영자(CEO)는 1일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 IT 인력들이 각종 AI 도구와 위·변조 기술을 이용해 엄청난 양의 직무에 훨씬 더 쉽게 지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이 얼마나 심각한가.
“구인 게시판에서 모든 원격 직무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는 것 같다. 연봉 6만~30만달러 사이, 사무실에 출근해 동료와 마주칠 필요 없이 완전히 원격으로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를 찾는다. 이들끼리 ‘하이브리드(사무실 출근과 재택 근무를 혼합한 형태)’ 같은 단어가 보이면 그런 일자리는 피해야 한다고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 것도 봤다.”
- 조의 사례가 대단히 흥미로웠는데.
“이력서가 탄탄해 최우선 순위로 면접을 봤다. 그런데 AI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15년 일한 사람치고는 너무 앳돼 보였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첫 면접을 한 뒤 ‘가짜 신분으로 면접을 본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위장 취업을 시도하는 북한 IT 인력 특징은.
“직무 설명에 맞춰 경력을 조작하기 때문에 이력서만 놓고 보면 이보다 완벽할 수 없다. 가짜 회사를 만들어 거기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기도 한다. 면접을 할 땐 AI 도구를 과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질문을 하면 챗봇이 따라잡을 수 있도록 자주 말을 멈추는 등 여러 의심스러운 징후가 있다.”
- AI의 발전이 이들을 돕고 있나.
“구직 횟수에 비해 실제 채용되는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조의 경우에도 수천, 수만 개 일자리에 지원해 (고작) 수십 번의 면접 기회를 얻었다. 다만 AI 도구 덕분에 엄청난 수의 일자리에 쉽게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음성 변조, 딥페이크 영상 등도 사용되고 있다.”
- 기업들이 당하지 않으려면.
“가짜 전화번호, 사용 기간이 짧은 이메일 주소, 경력과 연령이 일치하지 않는 링크드인 프로필, 개발자의 경우 자신이 작업한 프로젝트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깃허브 저장소 등이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한 지원자는 2022년 등장한 기술을 2018년에 경험했다고 서술했는데, 이런 불일치는 전문가가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는 이상 알아차리기 힘들다. 기술, 조직 문화 등 여러 분야의 면접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어 수단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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