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스포츠 잭팟’

‘죄악의 도시(Sin City)’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스포츠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NBA(미 프로농구) 이사회는 지난달 말 “현 30팀 체제를 32팀으로 확대하려 한다”며 “라스베이거스와 시애틀을 연고지로 하는 새 구단 창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는 매년 NBA 서머 리그를 개최하고 있고, 팬 수만 명이 몰리는 NBA 올스타전을 연 적도 있다. 미 ESPN은 “비공식적으로 NBA의 31번째 도시로 꼽히는 라스베이거스의 신구단 창단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했다.
이로써 라스베이거스는 미식축구(NFL), 야구(MLB), 농구(NBA), 아이스하키(NHL) 등 4대 프로 스포츠 팀을 모두 갖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서 4종목 프로 팀을 전부 보유한 도시는 뉴욕, LA, 시카고, 보스턴 등 12곳에 불과하다. 2017년 NHL 베이거스 골든 나이츠가 창단하기 전까지 라스베이거스엔 프로 스포츠 팀이 한 곳도 없었는데, 약 10년 만에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도시로 변신한 것이다.

본래 아무것도 없는 사막이던 라스베이거스는 1931년 네바다주가 도박을 합법화하면서 카지노 도시로 발전했다. 해마다 수천만 관광객이 몰려들어 글로벌 카지노, 호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도시의 외형이 커지며 인구도 급증했지만, 미국 국민이 애정을 쏟는 4대 스포츠와는 특별한 접점이 없었다. 가끔 NBA 올스타전 등 이벤트 경기가 열리긴 했지만, 한 구단이 아예 라스베이거스를 연고지로 삼은 경우는 없었다. 스포츠 팀들이 도박과 연관성 때문에 라스베이거스에 정착하는 걸 꺼린 탓이다.
하지만 2018년 미국 내 스포츠 베팅이 사실상 합법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방 대법원이 “스포츠 도박에 대해 각 주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판결했고, 대부분의 주가 스포츠 도박을 합법 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스포츠 베팅에 대한 사회적 금기가 사라지니 구단들이 몰려들었다. 2017년 NHL 신구단 골든 나이츠를 시작으로, 2018년 WNBA(미 여자프로농구) 에이시스, 2020년 NFL 레이더스가 차례로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겼다. 2024년엔 레이더스의 신구장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미국 최대 흥행을 자랑하는 NFL 수퍼볼 경기가 처음 열렸고, 2029년에도 개최가 예정돼 있다.
MLB 애슬레틱스도 2028시즌부터 라스베이거스를 연고지로 삼아 새 시즌을 치른다. 이미 라스베이거스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수용 인원이 3만3000명에 달하는 야구장도 짓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2023년부터는 F1(포뮬러원) 그랑프리도 개최하면서 매년 10억달러(약 1조5081억원) 넘는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NBA 신구단까지 들어오면 10년도 안 되는 사이 여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 관광 인프라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로선 생존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총 관광객은 3850만명으로 2024년(4160만)보다 약 7.5%(310만) 하락했다. 이미 카지노 도시 1위 자리도 마카오에 넘겨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최근 구(球)형 LED 공연장 스피어를 짓는 등 관광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있는데 스포츠 구단 유치도 그 일환으로 꼽힌다.
도시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투자를 보태기도 한다. 지난 2020년 개장한 얼리전트 스타디움은 총 건설 비용이 약 20억달러(약 3조 116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7억5000만달러(약 1조 1293억원)를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주 세금으로 충당했다. 애슬레틱스의 새 홈구장을 짓는 데도 총 20억달러 정도가 소요될 예정인데, 여기에도 최대 3억8000만달러(약 5724억원) 규모의 네바다주 공공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세금 규모가 너무 커 일각에선 “억만장자들의 경기장 건설에 공공 자금을 쓰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AP에 따르면 한 교사 단체는 “네바다주의 교육 수준이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세금을 이상한 곳에 쓰면 안 된다”며 반대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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