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면 더 피곤한 부모들, 동남아 ‘현지 내니’ 열풍 분다

이옥진 기자 2026. 4. 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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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필리핀 세부의 한 리조트에서 베이비시터가 아이와 놀아주는 모습. /인스타그램

9살 아들과 5살 딸을 둔 직장인 김모(44)씨는 2월 필리핀 세부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여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여행을 다녀왔다는 그는 여행 두 달 전 현지 베이비시터 두 명을 예약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 “시터들이 아이들을 전담해 준 덕에 부부가 모처럼 푹 쉴 수 있었어요.” 남자 시터는 아들과 몸으로 놀아주며 물놀이를 즐겼고, 여자 시터는 딸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한국식 놀이를 했다. 5시간 동안 아이들을 맡기고 지불한 시터 비용은 2000페소(약 5만원)였다.

최근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현지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정 중 4~5시간 정도는 시터에게 아이를 맡기고 부모는 마사지나 조용한 식사를 즐기는 방식이다. 맘카페에선 “아이들과 동남아 갈 때 내니(nanny)는 ‘국룰’”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10여 년 전부터 있던 서비스지만, 최근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서 큰 인기다. 국내보다 저렴한 비용과 부모의 휴식 욕구,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확산 배경으로 꼽힌다. 한 필리핀 여행 커뮤니티에는 3월 한 달간 베이비시터 관련 글이 500여 건 올라왔다. 필리핀 세부·보홀 지역에서 한국인 전용으로 베이비시터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 업체의 인터넷 카페 회원 수는 1만7000명이 넘는다.

베트남 푸꾸옥·나트랑의 한 업체 관계자는 “유명 시터들은 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고, 올해 7~8월 예약은 거의 다 찬 상태”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엄마도 휴가가 필요하다’ ‘재혼하지 않고 신혼여행 두 번 가는 법’ 같은 문구를 내세워 홍보에 나서고 있다.

수년째 동남아 여행에서 시터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는 이모(48)씨는 “휴대폰만 있으면 시터를 부를 수 있고, 2시간 단위로도 이용 가능하다”며 “영어와 수영이 가능한 시터가 특히 인기”라고 덧붙였다.

작년 여름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온 김모(35)씨는 5박 6일 일정 중 이틀을 시터와 함께 보냈다. 하루는 물놀이, 하루는 관광지 동행이었다. 시터의 시급은 10만 루피아(약 9000원) 정도였다. 그는 “물놀이를 할 때는 아이들 체력을 쏙 빼놓을 만큼 신나게 놀아주고, 관광지에선 현지 가이드 역할도 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두 돌, 6개월 아기와 나트랑에 다녀온 윤모(38)씨는 5시간 동안 170만동(약 10만원)으로 시터 2명을 고용했다. 부부가 마사지를 받을 때, 식당에서 식사할 때 시터가 아이들을 돌봐줬다. 그는 “저렴한 비용으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부모가 항상 옆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 안전에 대한 우려는 크게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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