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미동으로, 아미들 오세요!” 지자체는 지금 홍보 전쟁 중
지방소멸 시대 지자체 생존법
보도자료 가고 ‘콘텐츠’ 왔다

“시대를 관통하는 베스트셀러 이천쌀! 천만을 넘어 ‘이천’만 관객 돌파를 ‘이천’시가 응원합니다.” (경기 이천시 공식 인스타그램)
“영월이 아주 핫해졌어요. 우리도 있어요, 극 중 인물 한 분의 묘소가요. 어디냐고요?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속창리 한명회 묘역. 그런데 천안은 그분 관련 문화제나 축제를 하지 않아요.”(충남 천안시 공식 유튜브)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 가도를 달리자, 전국 지자체 홍보 담당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단종의 유배지라는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있는 강원 영월군은 물론, 영화와 무관해 보이는 지자체들까지 밈(meme·인터넷 유행)을 활용한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회성 현상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지자체 홍보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보도자료와 카드 뉴스 중심의 일방적 정책 전달에서 벗어나, 대중의 실시간 반응을 포착해 시선을 끄는 소통형 콘텐츠로 홍보 문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밈, 공무원 출연에 캐릭터까지
부산 서구는 현재 ‘아미, 아미로 오다’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6월 부산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앞두고, BTS 팬클럽 ‘아미(ARMY)’와 이름이 같은 서구 아미동을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아미동의 전망대를 아미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꾸미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이슈에 지역의 상징성을 발 빠르게 결합하는 방식은 최근 지자체 홍보의 핵심 기류다.
충북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이끌며 ‘충주맨’으로 이름을 알렸던 김선태씨가 공직을 떠난 뒤 개설한 개인 유튜브가 화제가 되자, 이 채널에는 수많은 지자체 홍보 담당자의 댓글이 달렸다. 강원도 춘천시는 “닭갈비 드시러 오시면 치즈 뿌려 볶음밥까지 말아 드리겠다”, 경북 청송군은 “사과는 이제 청송사과 드셔 보시라”란 댓글을 달았다.
언어유희를 홍보 포인트로 삼아 성과를 낸 사례도 적지 않다. 경북 김천시는 ‘김천’ 하면 분식집 ‘김밥천국’이 떠오른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계기로 2024년부터 김밥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이 축제에 김천시 전체 인구 13만명보다 많은 15만명이 몰리며 지역 축제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공무원이 직접 콘텐츠 전면에 나서는 방식도 대세로 굳어졌다. 패러디·상황극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이른바 ‘B급 감성’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진주무관(진주 목걸이를 한 주무관)’이라는 활동명으로 알려진 경기 양주시 소속 정겨운 주무관은 지난해 가수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영상을 올려 62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난 1월에는 강수현 양주시장에게 “승진은 필요 없고, 땅으로 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드라마 패러디물로 양주 테크노밸리 분양 소식을 알리며 조회 수 25만회를 올렸다. 소셜미디어에선 어르신 시내버스 무상 교통 지원 소식을 알리며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을 부르는 경기 여주시 공무원, 홈쇼핑 쇼호스트처럼 시민 축구단 시즌권 판매 소식을 알리는 강원 춘천시 공무원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 마스코트를 활용하는 캐릭터 마케팅도 활발하다. 전국 243개 지자체 대부분이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마스코트 ‘하모’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인데, 최근 팔로어 3만명을 돌파했다. 2021년 공모를 통해 탄생한 하모는 진주 진양호와 남강에 사는 수달을 모티브로 했다. 진주시는 하모가 진주남강유등전시관과 진주성 등을 찾고 모노레일을 타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 등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고, 관련 굿즈를 판매한다. 1993년 대전 엑스포의 마스코트였던 ‘꿈돌이’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꿈돌이를 활용한 라면·막걸리·호두과자 등 협업 상품은 지난해 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부산의 ‘부기’, 경기 용인시의 ‘조아용’ 등도 팬덤을 거느린 인기 캐릭터들이다.
◇“악성 댓글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
지자체들이 홍보에 전력을 쏟는 이면에는 ‘지방 소멸’이란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주은신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작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홍보 예산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주 교수는 “많은 지방 도시들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지역 간 경쟁이 심화하고, 관광객과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전략적 홍보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서는 이를 ‘생존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광역지자체 홍보 실무자는 “지금 홍보는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생존 전략에 가깝다”며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기업 투자와 청년 유입까지 모두 홍보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정책이 있어도 알려지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며 “악성 댓글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와 영상에 익숙한 MZ세대 공무원들이 실무 전면에 등장한 것도 변화의 요인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젊은 공무원들은 자신의 감각을 살려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서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만, 전문 인력 없이 공무원이 콘텐츠 크리에이터 역할까지 맡으면서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단기적 화제성에 치우치며 ‘보여주기식 경쟁’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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