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아픈 아이, 대부분은 면역 키워가는 ‘성장통’
━
김지현의 즐거운 건강
“왜 우리 아이만 이렇게 자주 아플까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몇 달째 기침이 낫지 않는 아이, 감기약을 끊어본 적이 없다는 아이. 부모의 표정에는 늘 같은 불안이 담겨 있다. “이렇게 계속 아픈 게 맞나요?” “기관지가 원래 약한 아이인가요?” 정말 우리 아이만의 문제일까.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나 역시 이 질문을 수없이 스스로에게 던져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자주 아픈 이유는 면역이 약해서가 아니라 면역이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면역을 타고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아이는 강하게, 어떤 아이는 약하게 태어난다고 믿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의 면역은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지 않다. 기본적인 방어도 미숙하고, 감염을 기억해 대응하는 ‘적응 면역’ 역시 경험을 통해 하나씩 만들어진다. 아기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처음 숨을 쉬고, 처음 음식을 먹고, 처음 세상을 만나는 것처럼 면역도 그렇게 시작된다.

이 과정은 이미 임신 중부터 시작된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보호받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준비하는 존재이다. 태어날 세상을 대비해 면역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다. 출생 이후에는 더 빠르게 변화가 일어난다. 폐는 공기와 세균에 적응하고 피부는 외부 자극을 감지하며 장에는 미생물이 자리 잡는다. 이 모든 과정은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면역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정교해진다.
이때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엄마의 정서 상태이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임신 중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불안이 아이의 호흡기 질환이나 알레르기 위험을 다소 높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스트레스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면역 반응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면역은 하나의 요인이 아니라 여러 환경이 함께 작용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과도하게 보호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아이가 덜 아플까.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특별한 음식이나 보충제가 면역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식단, 충분한 휴식, 그리고 지나치지 않은 일상적 노출이 더 중요하다. 특정 음식을 피하기보다 다양하게 섭취한 경우 알레르기 위험이 낮았다는 연구들도 있다. 면역은 ‘차단’이 아니라 ‘노출과 학습’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세 가지다. 충분한 휴식, 다양한 식단, 그리고 과하지 않은 환경 경험이다.
대부분의 감기는 약으로 빨리 낫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진다. 그래서 ‘자주 아픈 아이’와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는 생각보다 구분이 쉽지 않다. 특히 영유아 시기에는 기도 구조가 좁고 면역 반응의 조절 기능도 미숙해 증상이 더 쉽게, 더 오래 나타난다. 이 시기의 면역은 아직 균형이 완전히 잡혀 있지 않아 일부 아이에서는 천식이나 알레르기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모든 경우가 정상적인 과정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괜찮은 반복’과 ‘위험 신호’를 구분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경우는 단순한 감염을 넘어 평가가 필요하다.
첫째, 숨이 차거나 가슴이 들어갈 정도로 힘들게 숨을 쉬는 경우. 둘째,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밤에 더 심해지는 경우. 셋째, 걷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기침이 심해지는 경우. 넷째, 전신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축 처지는 경우. 다섯째, 입술이나 손끝이 파랗게 변하거나 숨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거칠어지는 경우. 여섯째, 생후 3개월 이내에 열이 나는 경우.
충분한 휴식, 다양한 식단, 일상적 노출 필요
이런 신호는 면역이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드물지만 반복적으로 심한 감염이 발생하거나 비정상적인 감염 양상을 보인다면 선천성 면역 이상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부모의 불안은 생각보다 쉽게 아이에게 전달된다. 아이의 증상 자체보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부모의 해석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불안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이다.
아이의 면역이 균형을 찾아가듯 부모의 마음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아이를 덜 아프게 하는 방법은 아이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이 배울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다만 일부는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일 수 있다. 그럴 때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의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은 기다림이 필요하고, 일부는 개입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면역은 지켜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프지 않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아픔을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