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문명과 양립하기 힘든 인류 미래

2026. 4. 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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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태워 만든 풍요
김덕호·박진희·이은경 지음
에코리브르
호모 카르보
신익수 지음
틈새책방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또다시 국제유가에 신경이 곤두서는 와중에 눈길 가는 외신 보도들이 있다. 비료 부족으로 전 세계 농업 생산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거나, 조리용 연료가 떨어져서 세계 도처에서 대규모 인도주의 위기가 걱정된다는 소식들이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먹거리와 목숨에까지 깊고 넓게 파고 들어왔다.

지난달 말 독일 슈베트의 PCK 정유공장 굴뚝에서 불꽃이 솟아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하필 이런 불안이 고조되는 시기에 ‘탄소 문명’이 주제인 두 권의 책이 나왔다. 국내 저자들이 각각 몇 년간 준비한 책들인데, 출판 시기가 세계사적 변곡점과 겹쳤다. 『지구를 태워 만든 풍요』(이하 『풍요』)는 서양사학자와 과학기술사학자들이 함께 쓴 책답게, 탄소 문명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어 삶과 문명에 속속들이 스며들어 왔는지를, 오늘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장면들이 탄소 문명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보여준다. 현역 화학자가 쓴 『호모 카르보』(이하 『카르보』)의 서술도 대체로 시간순을 따라가는데, 그 범위는 고생대 석탄기부터 근미래까지로 좀 더 넓다. 절대불변인 자연법칙들이 어떻게 작용했고,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를 빼놓지 않는다. 두 책은 시각과 논조가 다르지만, ‘탄소 문명’과 우리의 미래는 양립할 수 없다는 판단은 같다.

『풍요』는 문명의 역사를 에너지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이런 해석들은 20세기 전반 미국에서 등장한 이래 상당히 통속화되었다. 때문에 들어본 이야기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글쓴이들은 세 가지 측면에서 그런 우려를 격파한다. 우선 기존의 에너지 중심 문명사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간결하고 탁월하게 요약했다. 둘째로 탄소 에너지가 세계사적으로 사회 곳곳에 파고드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준다. 탄소 문명은 가치 기준과 취향과 선호도 바꾸고 창출했다. 예컨대 여가와 여행이 산업인 동시에 문화로 자리 잡고 그 양식이 바뀌는 과정도 증기선, 철도, 자동차 등 탄소 기술과 맞물려 되먹임을 주고받았다. 기술은 새로운 방식의 수요를 창출하고, 새로운 수요는 기술 발전 방향에 개입했다. 마지막으로, 압축적 산업화 과정을 거친 한국사회에 탄소의존적 생활양식이 고착되는 과정을 포괄적이면서도 꼼꼼하게 보여준다.

『카르보』는 탄소 순환 자체에 좀 더 중점을 둔다. 인류는 지구 탄소 순환에 지속적으로 개입해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의 꾸준한 서식지 확대로 인해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종종 대규모 학살이나 인구감소 때문에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그 수준은 몇백년에 1~4 ppm 정도. 그러나 이제는 이미 축적된 이산화탄소 농도도 426.9ppm(0.04269%)로 막대하고 증가 속도도 극단적으로 빨라서 매년 2.4 ppm 수준이다.

인류의 작용만을 선정적으로 강조했던 과거의 책들과 달리, 『카르보』는 자연적인 요인들이나 대안적인 설명이나 전망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정량적으로 비교한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기후 위기를 피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 몸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작동까지도 영향을 받아 세포 노화가 가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구를 숲으로 뒤덮어도 현재의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 주목받는 신기술들도 많지만, 아무리 낙관적으로 가정해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지은이는 과학기술만으로는 문제를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완벽한 기술이 등장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생각은 무책임한 기만에 불과하다.

믿고 싶지 않지만 수치 비교의 힘은 강력하다. 지은이가 호소하는 방책은 결함 있는 기술과 대책들이라도 섞어 쓰는 것. 그리고 양적인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풍요』의 지은이들이었다면 완벽한 기술이나 양적 성장이 곧 더 나은 삶이라는 관념 자체가 곧 붕괴할 탄소 문명의 산물이라고 지적했을 성싶다.

이관수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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