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홈플러스 RCPS ‘0원’ 처리 수순…회생 변수로 부상
장부가 9000억 회수 가능성 적어
최대 수익률로 손실 희석 기대감
"법원 회생계획에 차질 불가피"

국민연금이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이르면 올해 전액 손실 처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을 두 달 연장하며 시간을 벌어줬지만,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관련 자산을 사실상 ‘0원’으로 평가하면 회생 논리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통상 5월 전년도 운용 성과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주요 투자자산 평가와 손실 인식 여부를 함께 점검한다. 시장에선 지난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투자 건 역시 이번 기금위 논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작년 사상 최대 성과를 낸 만큼 올해 홈플러스 RCPS를 과감히 상각하고 갈 여건이 마련됐다”며 “그간 장부에 남겨둔 부실을 이번에 털어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총 6121억원을 투입했다. 블라인드펀드를 통한 보통주 투자 295억원은 이미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나머지 5826억원은 프로젝트펀드를 통한 RCPS 투자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3131억원으로, 원금 942억원과 이익금 2189억원을 합한 것이다. 아직 회수하지 못한 원금만 2696억원에 이른다.
RCPS는 정해진 시점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향후 주가 상승 시 보통주로 바꿔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전환권을 동시에 지닌 복합금융상품이다. MBK는 당시 홈플러스 인수 자금 중 약 7000억원 규모의 중순위 자금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RCPS 발행으로 조달했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에는 만기 5년, 배당 3%, 연 복리 9% 수준의 조건에 만기 미상환 시 금리가 높아지는 스텝 업 조항까지 제시했다. 초저금리 시기이던 당시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기관 자금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히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와 실적 악화가 이어지며 홈플러스의 상환 능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만기 연장과 함께 스텝 업 조항이 발동되면서 이자율은 연 9%에서 연 13%로 뛰었고, 미지급 이자가 계속 누적됐다. 업계에선 현재 국민연금이 홈플러스로부터 받아야 할 장부상 평가액이 약 9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회수 가능 금액과 장부가 사이 괴리가 지나치게 커진 만큼, 더는 정상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손실 처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배경에는 지난해 실적도 있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급등과 글로벌 증시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 18.82%의 수익률을 거두며 기금 설치 이후 최고 수준의 성과를 올렸다. 수익이 크게 난 해에 과거 부실 자산을 한꺼번에 털어낼 유인이 충분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와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등이 함께 참여하는 기금위의 성격상 홈플러스 건 처리 방향을 두고 이견이 나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 손실 인식 시점을 내년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회계 판단이 홈플러스 회생 절차에 미칠 파장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 회생 시한을 5월 4일까지 연장했지만, 시장에선 인수자 확보까지 불확실성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짜 점포 상당수가 이미 유동화됐고, 대규모 고용 승계와 점포 구조조정 문제까지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홈플러스 RCPS에 대해 ‘0원’ 평가를 확정하면 최대 기관투자가가 사실상 회수 가능성을 포기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채권단 동의가 약해지고 계속기업가치 산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회생안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IB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시간을 벌어준 것은 맞지만 결국 회생의 성패는 시장이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얼마나 믿느냐에 달려 있다”며 “국민연금이 RCPS를 전액 상각하면 홈플러스 회생 국면은 한층 더 험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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