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리호남은 필리핀에 없었다…실명 여권 확인"

김성진 기자 2026. 4. 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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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방북비 대납 주장 핵심 근거 뒤집어져

이종석 국정원장 "리호남 필리핀 없던 건 확실"

"본인 여권으로 제3국서 체류한 사실 확인"

"윤석열 국정원, 검찰에 불리한 자료 은닉·누락"

"김성태 해외 불법도박 첩보, 재판에 제출 안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2025.9.2.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3일 "북한 리호남이 2019년 7월 24일부터 7월 27일 사이에 필리핀에 없었다"며 "이 정보는 거의 확실한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명목으로 대납한 300만 달러 가운데 70만 달러를 필리핀에서 북한 리호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해왔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과 진술 등을 종합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내렸고,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3자뇌물 혐의 기소의 근거가 됐다.

현직 국정원장이 직접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며 이재명 방북비용 대납 주장의 핵심 근거를 정면 반박한 만큼, 검찰의 대북송금 사건 조작 수사·기소 논란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리호남, 2019년 7월에 필리핀에 없었다…확실"

이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리호남이 필리핀에 들어간 적이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 질문에 "국정원 정보 자료에 2019년 7월 24일부터 27일 사이에 두 번에 걸쳐서 리호남의 동선이 잡힌 자료가 있다"며 "7월 22일부터 24일까지는 필리핀이 아닌 제3국에서 체류를 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3국에서 리호남은 출입국에 '9272 XXXXX'(번호가) 사용되는 자기 본명 여권을 사용했다"며 "7월 26일엔 필리핀이 아닌 또 다른 제3국에 리호남이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리호남이 7월 24일부터 7월 27일 사이에 필리핀에 없었다라는 것을 증거할 수 있는 2개의 정보가 있고, 이 정보는 거의 확실한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7월 25~2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김성태 전 회장이 리호남에게 70만 달러를 건넸다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이다.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당시 이화영 평화부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인사들과 북측 대표단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이 국제대회에서 북한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단체 사진에 리호남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 제공.

"윤석열 국정원, 검찰에 불리한 자료 은닉·누락"

이 원장은 기관보고를 통해 윤석열 정부 국정원이 검사를 파견받아 대북송금 수사에 불리한 자료를 선별·은닉했다는 내용의 특별감사 결과도 공개했다. 윤석열 국정원과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부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증거를 숨기는 데 주도적으로 관여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4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에서 활동한 이창연 특별수사관이 전직 검찰 수사관으로는 이례적으로 국정원 감찰부서에 신설된 고위직에 특별 채용됐다"며 "이창연은 임명된 직후인 7월 14일부터 8월 18일까지 '쌍방울의 남북교류 협력 사업 관련 국정원의 불법·탈법적 개입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현안 대응 티에프(TF)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TF가 쌍방울 관련 보고서와 작성자 등을 대대적으로 감찰했으나,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 여부는 감찰 결과 보고서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이창연 TF 감찰 이후) 유도윤 부장검사가 2023년 2월 국정원 감찰 부서장에 임명됐다"며 "유도윤 (감찰)부서장은 북한 수집 부서에 수원지검에 제출한 보고서 목록 66건 원문을 요구했고, 5월 3일까지 직접 열람하고, 이 중 13건을 특정한 후 압수수색에 대비해 미리 비닉 조치하라고 5월 10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유도윤 부서장이 사전에 특정한 13건만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국정원 내부 여타 자료들은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6.4.3. 연합뉴스

이 원장은 "특히 (국정원) 감찰부서가 수원지검의 긴밀한 창구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은 확인하지 못한 이창연 특별수사관이 주도했던 감찰기획 결과 보고서는 수원지검에 공식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파견 검사가 대북송금 수사에 불리한 증거를 숨긴 정황이다.

이 외에도 윤석열 국정원이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다수의 첩보·정보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수원지검이 2023년 3월 29일 국정원에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수사 협조 의뢰 공문을 발송하면서 쌍방울, 김성태, 안부수 등이 2018년 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활동한 내역에 관해 수집된 정보 일체 제출을 요청했지만, 정작 관련된 첩보와 정보들이 재판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현 정부 이전에 작성된 내부 문건 등을 재검색한 결과, ▲쌍방울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정황 첩보 ▲김성태와 안부수가 대북사업을 빌미로 주가조작을 시도했다는 첩보 ▲김성태가 2019년 7월 해외 불법도박을 한 정황 첩보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을 방문하지 않은 정보 ▲쌍방울의 포괄적 대북 사업권 획득을 비롯한 북한과의 협력사업 관련 정보 등 재판에 제출되지 않은 문건들이 다수 발견됐다"며 "김성태가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송금했다고 주장하는 황해도 지역 내 스마트팜 건설이 실제 진행되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