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약왕’ 박왕열 구속 송치…"범죄 수익 끝까지 추적"
경찰이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현지 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 국내에 마약 거래를 이어왔던 박왕열을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왕열이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 밀수하거나 유통하려던 마약 규모는 시가 총액 1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3일 박왕열을 범죄집단조직죄, 마약류관리법 위반, 마약류불법거래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 수사 결과 박왕열은 2019년 11월경부터 텔레그램에 마약류 판매채널 ‘전세계’를 정점으로 해 ‘그레이엔젤’, ‘아이스시’, ‘하와이’, ‘바티칸킹덤’을 하위판매채널로 두면서 각종 온라인 채널에서 ‘마약왕’을 자칭했다. 그는 마약류 판매를 광고해 구매자들에게 마약을 판매했고, 대금을 무통장 입금받거나 비트코인 전자지갑으로 받았다. 수사 결과 2020년 10월경까지 현금 약 9억4000만원과 비트코인 57.4개(현재가 기준 58억5000만원) 수입을 올린 것이 확인됐다.
박왕열은 밀수 과정에선 국제화물특송 또는 인편(지게꾼)을 활용했다. 이어 국내총책 및 중간판매책을 통해 소량으로 나눠 숨겨둔 뒤 구매자들에게 좌표를 전송하는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공급했다. 수사 과정에서 그가 밀수하거나 유통하려다 적발된 양만 필로폰 12.7㎏ 등 시가 63억원에 달한다. 판매대금과 합치면 그가 밀수∙유통하려던 마약류 규모는 약 131억원 수준에 달한다.
경찰은 기존 파악한 공범 236명 외에도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한 것으로 확인된 주요 공급책 2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또 가상자산을 통해 자금을 세탁한 코인대행업체 운영자 5명 등도 전원 검거하는 등 공범 30명을 추가 파악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박왕열이 필리핀 교도소 수감동기에게 마약 거래 방법을 듣고 범죄단체 조직을 계획했다며 매수자들과 1대1 대화하는 총책을 맡고 또 다른 교도소 수감 동기에게 연락해 국내 판매총책을 맡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마약 주문이 늘어나자 중간판매책으로 11명을 뒀고, 계좌 관리책 4명, 가상자산 입출금 관리자 1명 등 박왕열의 조직은 총 15명 규모까지 확장했다. 박왕열은 판매책 간 연속 검거를 막기 위해 조직원 간 접촉도 금지하는 등 수사기관에도 치밀하게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왕열은 증거가 명확한 사안에 대해선 대체로 시인했지만, 일부 혐의에 대해선 축소하거나 다른 이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원 감정결과 박왕열의 모발 전체에선 필로폰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신문 결과 박왕열은 교도소 내에서 1년 이상 기간 동안 매월 1∼2회 필로폰을 흡입했다고 진술했다.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2020년 현지 당국에 검거됐다. 2022년 징역 60년, 단기 52년을 선고받아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옥중에도 텔레그램에서 활동하며 우리나라로 마약을 밀반입했고, 범죄수익으로 호화 수감 생활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부는 필리핀 당국과의 실무협의를 진행 끝에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한해 최근 박왕열을 임시 인도받았다.
경찰은 검찰 송치 후에도 해외공급책 등 주요 공범에 대해 검찰과 공동조사를 추진하는 등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범죄수익으로 의심되는 가상자산 지갑 47개에서 입출금된 총 94.6개의 비트코인에 대해서 거래내역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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